
최근 글로벌 경제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한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자산’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디지털 자산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논의 또한 활성화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부상하는 금과 비트코인을 둘러싼 변화 속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시각과 전략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살펴본다.
금 가격이 상승한 배경은 무엇?
글로벌 금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여러 경제적·지정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표적인 방어 자산으로 인정받아 왔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준의 고금리 정책 지속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2%)를 여전히 상회하는 가운데,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실질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는 자산으로 금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관세 부과와 이민 제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금은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더욱 높은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상승 요인은 ‘글로벌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관련이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은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해 온 자산이기도 하다. 실제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꾸준히 매입하는 추세도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은 달러 자산을 보완하는 중요한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세 번째 요인은 ‘글로벌 탈달러화 움직임의 가속화’와 관련이 있다. 최근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이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금융 제재가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면서, 많은 국가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BRICS 국가들은 상호 무역에서 자국 통화 결제를 확대하고,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은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안정적인 대안 자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이러한 탈달러화 움직임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금의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금 가격 상승세는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향후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면, 금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자산 보전의 핵심 수단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친가상자산 정책 공언한 트럼프 그리고 비트코인의 부상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기간 동안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자산'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앞으로 추가로 획득할 비트코인도 매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모두 보유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비트코인을 금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제적 안정과 안보 강화는 물론, 위기 상황이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자산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친(親)가상자산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의 재선은 비트코인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견인하였다. 트럼프 재선이 거의 확실시된 2024년 11월 비트코인은 1개당 7만 4천 달러를 돌파한 이후 12월 말 10만 달러를 넘어섰고, 2025년 초 9만~10만 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전략자산’ 발언은 단순한 투자 차원을 넘어 미국의 금융 패권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자산 시대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트코인의 특성과 금과의 유사성을 살펴보면, 미국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려는지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1. 비트코인의 총발행량과 희소성
비트코인의 총발행량은 2천1백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디플레이션 자산‘으로 설계되었음을 의미한다. 디플레이션 자산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급이 제한되거나 감소하여 희소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을 말한다. 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각 단위의 가치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인플레이션 자산과 대비된다. 미 달러와 같은 법정통화가 인플레이션 자산인데 반해 금과 비트코인은 디플레이션 자산이다. 이러한 비트코인은 채굴을 통해 생성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halving)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초기에는 블록당 50개의 비트코인이 생성되었지만, 현재는 블록당 3.125개의 비트코인만 생성됨). 이러한 공급 구조는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더욱 강화한다.
2. '디지털 금'으로서의 역할
비트코인은 제한된 공급량과 탈중앙화 특성을 통해 디지털 영역에서 금과 유사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한다. 특히 경제적 불확실성이 강해질 때, 전통적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때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는 경향이 있다. 금과 비교해 보관과 거래가 용이하고 전 세계적으로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높은 가격 변동성과 제도권 내 규제 미비, 보안 리스크 등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정리하면, 비트코인은 금의 특성을 디지털 영역에서 구현하면서도, 아직 발전 단계에 있는 자산으로 전통적인 금과는 다른 리스크 프로파일을 가진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금' 비트코인의 위험 요인
이처럼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도전과 위험 요인들이 많다. 효율적 시장가설(EMH)을 주장하며 패시브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진 파마(Eugene Fama) 교수와 빌 게이츠를 비롯한 여러 영향력 있는 인물들은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본질적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과 연결되지 않은 투기적 요소에 크게 의존하는 자산이며,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화폐로 사용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한, 비트코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 파괴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더불어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암호화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련의 문제들로 인해 비트코인은 최근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전략자산화 발언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급격한 변동성이기에 비트코인의 ‘디지틀 금’으로서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미국,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와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움직임
이러한 도전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움직임은 단순한 투자 정책을 넘어 새로운 통화 패권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국가 비축자산으로 삼겠다는 결정은 디지털 시대의 금융 질서를 선도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미국이 디지털 금융 패권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비트코인 비축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발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법정화폐(주로 미국 달러)나 실물자산의 가치에 연동되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다. 대표적인 예로 테더(Tether, USDT)는 미국 달러와 1:1로 연동되며, 발행된 코인만큼의 달러가 예치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그러나 실제로는 미 국채, 기업어음, 은행 예금 등 다양한 자산을 포함하여 담보를 운영한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확대는 미 국채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달러 페그(peg, 달러가치 연동)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비율의 미 국채를 포함한 안전자산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와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라는 두 가지 전략을 통해, 디지털 자산 시대에도 금융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종합하면, 현재 진행 중인 금과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글로벌 금융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금의 가치 상승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역할 강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 그리고 글로벌 탈달러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한편,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와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정책은 디지털 자산 시대에도 달러 중심의 금융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서로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라, 국제 금융 질서 재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호 연관된 흐름이다. 미국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금융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반면, 신흥국들은 금을 활용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대립 구도 속에서 금과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전략적 자원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
금과 비트코인을 대하는 4가지 원칙
이러한 변화 속에서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휩쓸리기보다는 장기적인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거시적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금과 비트코인의 상승 배경을 단순히 수요·공급 논리로만 접근하기보다는, 국제 금융 질서의 변화, 각국의 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금과 비트코인이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경제적·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와 철저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자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특정 자산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금과 비트코인은 각각 다른 변동성과 리스크를 지닌 자산이므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균형 잡힌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금과 비트코인은 투자자 심리와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단기적으로 큰 폭의 가격 변동을 보일 수 있다. 변동성이 높은 자산일수록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신중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넷째, 유동성 리스크를 고려한 신중한 자산 운용이 필요하다. 금과 비트코인은 모두 특정 상황에서 유동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금은 실물자산으로 보관 및 거래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비트코인은 시장 상황과 규제 변화에 따라 유동성이 급격히 변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필요할 때 원활하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현금성 자산을 함께 보유하며, 유동성 관리에 대한 전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원문출처>
FP저널 https://www.fpkorea.com/2014/kfpa_2015/sub/sub.asp?page=1&p_bm_key=323&p_bd_key=34918&bm_key=&bd_key=&p_section_v=&is_sch=&p_is_open=&kWt=&ykey=&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