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미국 우선주의로 재무장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반도 안보지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우려가 많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감축, 북한 핵 완전 폐기가 아닌 현상태 동결로의 기조 전환 같은 여러 부담요인의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 관심을 보였던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일례로 들 수 있다. 게다가 대선 공약집에서 “미국 무기고는 텅 비었다. 미군에 기록적인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 만큼 다른 방위산업 분야도 파고들 여지가 충분하다.
1970년대 초 자주국방을 기치로 시작된 K방산은 2000년대 초 튀르키예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면서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K9 자주포는 이후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K방산은 2022년 17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처음 100억 달러를 넘어선 이래 연평균 15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해 세계 톱10에 자리했다. 수출 대상국도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아랍에미리트·핀란드·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으로 늘었다.
트럼프 2.0 시대는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지출을 압박하는 것도 호재다. 유럽의 자주국방 기조가 강해지면 무기 구매가 늘어날 것이다. 방산 경쟁력은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모든 정책 집행을 거래처럼 여기는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K함정이 K방산을 이끌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다.
더 욕심을 낸다면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을 도입하는 일이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 대가로 무기 현대화와 함께 핵미사일·핵잠수함·첩보위성 같은 첨단 군사기술 습득을 기대하고 있다. 이게 현실화한다면 대한민국 안보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이를 차단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방산을 매개로 딜을 해 제반 외교·안보 부담을 줄여 감은 물론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 중 중첩되지 않고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협력함으로써 우리 방산기술과 군의 전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미국에서 희망하는 군함·잠수함 등 해양 분야가 일차적이겠지만, 미사일·전투기 기술과 같이 육군·공군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군사기술도 가능성이 있다. 우선 유지·보수·정비(MRO)부터 출발해 무기 수출로 확대한다면 길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우리 군과 방산업체, 유관기관 간 상호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원문출처>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50108/1/ATCE_CTGR_0050040000/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