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올해 국민의 관심사로 '대통령'이 계속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계엄과 탄핵, 그리고 탄핵심판의 결과를 기다리는 특수한 상황으로 대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미국에서는 누가 대통령인지 잘 알지 못하고, 선거를 해도 일반인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미국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지 않아서일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각 주의 주지사가 우리나라 대통령보다 더 큰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영어의 President를 왜 우리는 대통령이라고 부르게 됐을까? 일본에서는 수령, 감독, 두령 등으로 번역했으나 '통령(統領)'으로 통칭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통령은 송나라 이후 중국과 조선의 관직이기도 했다. 스페인의 지도자와 네덜란드의 총독, 로마의 집정관을 번역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나폴레옹은 통령정부(Consulat)를 만들어 3명의 통령을 두고 자신은 1통령으로 재임하며 내정과 외교 군사를 맡았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같은 용어를 번역하면서 통령 앞에 큰 대(大)자를 붙인 이유는 '제왕적'이라는 평가 때문일까? 아니면 마키아밸리의 군주론을 학습했기 때문일까? 조선왕정이 끝난지 130년이 채 지나지 않았으니 어쩌면 그 명칭이 익숙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자는 논의는 많았다. 흔히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에게,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는 (권력 분산) 구조를 이야기지만 올바른 문제 진단인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교는 통상, 체육, 국내 산업 등 다양한 요소와 연결되어 있어 내치와 분절하기가 쉽지 않다. 독일에는 대통령과 총리가 있지만, 외교 현장에 나서는 것은 총리다. 우리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기억하지만, 독일 대통령의 이름은 잘 모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슷하게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국왕이 국가원수이지만, 외교 현장에는 총리가 참석한다. 이런 구조는 대통령과 총리 간 역할 분담 논의에도 시사점을 준다.
우리 헌법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제도적 권한이 외국보다 특별히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모순의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대통령이 4대 권력기관, 즉 국세청, 경찰청, 검찰청, 국정원을 자의적 혹은 임의적으로 활용해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과거에 비해 권력 행사의 합리성이 보완되었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둘째는, 지방 분권, 혹은 자치의 부족이다. 선진국일수록 연방제나 지방자치가 깊이 뿌리내려 중앙정부의 권한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라고 할 수 있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심지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처럼 우리보다 땅이 좁은 나라조차 연방제를 성공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는 마치 중국에서 '불치이치(不治以治)'라 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잘하는 정치로 평가받는 것과 유사하다.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통령의 영향력을 줄이는 게 핵심과제이다. 대(大)통령을 한 번에 소(小)통령까지 줄이는 것은 어렵더라도, 지방분권과 총리권한 강화를 통하여 중(中)통령 정도로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 올해가 중요한 기회이자 분기점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원문출처>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4123100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