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향한 기후금융
2024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힘들었던 계절이었다. 그런데 이 엄청난 폭염이 앞으로 더 지독해질 거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고가 당연하지’가 아니라, 이러한 상황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명백한 기후위기의 경고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의 하나다. 이에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 세계 핵심적인 의제와 이를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기후위기 대응 위한 ‘탄소중립(Net Zero)’이란
지금의 기후위기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과도한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과다하게 쌓이면 지구가 흡수하는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대기 온도가 상승하는 온실 효과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탄소와 관련이 있다. 탄소배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좋겠지만 인간 활동이 계속되는 이상 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노력도 함께하여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운동, 이것이 바로 ‘탄소중립’ 운동이다.
각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법을 마련하고, 에너지 전환(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태양광·풍력 등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사용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으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탄소세를 부과하는 등의 노력이다. 탄소중립 관련 핵심 키워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에너지 전환: 저탄소 에너지 구조로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저탄소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날씨 등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는 전력 변동성 관리를 위해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기술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그린 수소를 생산한 후 이를 연료로 활용하는 수소 경제를 추진하고, 전기차 및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개발하고,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하여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노력 등이 모두 이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노력이다.
② 탄소배출권 거래제: 친환경일수록 비용 줄일 수 있게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각 기업이나 국가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할당하고, 이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 기반의 환경 규제 시스템을 말한다. 쉽게 말해, 할당된 배출권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으며, 이 한도를 초과할 경우 배출권을 구매해야 추가 배출이 가능하고 혹 한도보다 적게 사용했다면 남은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배출권 가격이 높아질수록 배출 비용이 증가하므로 기업들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설비로 전환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③ 탄소세: 배출량 줄이도록 부과하는 환경세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행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환경세를 말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탄소를 포함한 화석연료 사용이 많을수록 세금이 늘어나기에 탄소세를 통해 각 경제주체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탄소세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규제 수단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지만,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④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말한다. 현재 상당 수의 많은 다국적 기업들(애플, 구글 등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자동차, 한화솔루션, 포스코 등 우리나라의 상당 수 기업)이 RE100 운동에 참여해 ‘기업 전력소비의 탈탄소화’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물론 이 운동은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지자체, 개인 등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이다.
돈 드는 탄소중립, 금융의 역할은?
지금까지 살펴본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에는 많이 돈이 소요된다. 소위 말해 ‘돈 드는 탄소중립’이란 이야기다. 왜냐하면 탄소중립 및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에는 이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환경자본’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주요 탄소 배출 주체인 기업이 이 비용을 아껴 동참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중립 목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 세계 공동 노력으로, 이를 외면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은 싫건 좋건 이 운동에 참여해야 하고, 이 자금을 금융시장을 통해 조달해야만 한다. 금융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굉장히 중요한 키 플레이어 중 하나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탄소중립 실현 및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는 금융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기후금융’이란 용어가 범용화되어 사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현재 기후금융의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안들, 즉,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이 개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녹색금융 지원
먼저 녹색 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발행된 자금은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폐기물 관리, 기후변화 대응 등의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녹색 채권은 일반 채권과 동일하게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지만, 자금의 사용 목적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정부, 기업, 국제기구 등이 발행할 수 있으며, 투자자는 이 채권을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해결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면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린론(green loan)도 있다. 그린론은 친환경 프로젝트를 위해 기업이나 기관에 대출해주는 자금을 말한다. 그린론으로 조달한 자금은 탄소 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개발 등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사업에만 사용돼야 한다.
▶ESG 투자 활성화
기업의 탄소중립 노력 여부는 투자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보여주는 요소로,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리스크를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확산됨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천하도록 유도하며, 궁극적으로 기후위기 극복에도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여
금융기관은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배출권 가격을 높이면, 기업들은 배출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탄소 감축 노력을 강화하게 되는 이치이다. 또한, 금융기관은 탄소배출권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여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지원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영을 촉진할 수 있다.
▶그린 펀드 개발
금융기관은 그린 펀드를 개발하고 운용하여 일반 투자자들에게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린 펀드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교통 및 인프라 등 지속 가능한 사업에 투자하며, 투자자들은 이 펀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린 펀드는 친환경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 수익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 이와 관련한 금융상품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를 테면, △Kodex기후변화솔루션 ETF △Kodex탄소효율그린뉴딜 ETF 등과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펀드(채권형펀드) △저탄소실천예적금 △올바른지구 대중안전교통보험 등과 같은 것들이다.
탄소 중립에서 투자 기회를
금융은 자본 조달, 투자 방향 설정, 투자 상품 개발을 통해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과 가계에도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개인과 가계도 기후금융의 일환으로 그린 펀드, 녹색 채권, ESG 펀드 등에 투자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투자 선택이 지속 가능성을 지지하고 친환경 프로젝트를 후원하며, 기후위기 극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다. 기후금융은 이제 정부와 기업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개인과 가계가 함께하는 참여형 금융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원문출처>
FP저널 https://www.fpkorea.com/2014/kfpa_2015/sub/sub.asp?page=1&p_bm_key=319&p_bd_key=30904&bm_key=&bd_key=&p_section_v=&is_sch=&p_is_open=&kWt=&ykey=&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