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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의 대남 공작은 분단 이래 계속돼 왔고 시대 상황에 따라 변했다. 1960년대에는 대남사업총국을 앞세워 1·21사태 및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와 같은 무력 도발을 자행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건 모두 실패하면서 이후에는 대규모에서 소규모 침투로 바뀌고 그 횟수와 남파 간첩 수는 전체적으로 늘었다.

경찰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받은 지 6개월이 다 됐다. 그러나 성적표는 참담하다.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설치하고 전문 인력을 충원했다. 하지만 충원한 전국의 안보경찰은 약 2300명인데 그 중 수사 인력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획·분석 같은 행정 지원과 북한 이탈주민 신변 보호에 종사한다. 지방청 중 서울청과 경기남부청을 제외한 대다수 안보수사대의 인력은 20명 이하다. 그나마 신규 인력의 70%가 대공 수사 무경험자다. 팀장급 80%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국가보안법이 왜 제정됐는지, 주체사상의 태동 배경이나 NL(민족해방)·PD(민중민주)의 뿌리가 뭔지 알 리가 없고 저마다 벗어날 궁리만 한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정원처럼 해외정보, 대북정보, 휴민트(인간정보), 공작 기법, 수사 장비 및 수사비 구축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대공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과 국정원이 정보 공유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지만, 정보기관의 특성상 정보망의 출처 보호 등으로 인해 협력에 한계가 있다. 두 기관이 수사권을 보유한 상태에서의 공조와는 천양지차다.

문재인 정부가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시킨 건 국정원 무력화의 방편에 불과했다. 당시 경찰로서는 권한과 조직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담만 가중된 상황에서 ‘전 정부의 경찰 챙기기’처럼 비치면서 ‘공룡 경찰’이 될까 봐 견제하는 외부 공세가 많아졌다고 하소연한다.

간첩의 접선 및 활동 무대가 한반도를 넘어섬에 따라 이를 수사하려면 글로벌 협력 기반이 필수다. 세계 정보기관은 그들만의 정보 협력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국내 치안 담당 기관이어서 해외정보를 수집할 수가 없다. 경찰이 해외에서 수사할 경우 주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경찰 영사들은 교민과 해외여행객 보호 업무로도 일이 벅차다.

대공 수사는 일반 범죄 수사에 비해 전문성과 특수성이 요구된다. 오랜 경험과 수사 보안이 절실한 분야다.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 수집부터 혐의자에 대한 내사·수사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1년마다 보직이 바뀌는 경찰의 인사 관행으로는, 최소한 5년 이상 걸리는 대공 수사를 지속할 수 있는 근무 체제를 기대하기 힘들다. 국정원 대공 수사의 역량은 분단과 함께 시작된 북한의 대남 공작 기법을 간파하고 대응한 63년간의 노하우에서 비롯됐다.

북한의 대남 공작은 통상적인 국가 정보 활동과는 다르다. 궁극적으로 3대 혁명노선을 바탕으로 하는 한반도 적화전략에서 출발한다. 간첩을 잡기 위해서는 국정원·경찰·(軍)방첩사의 3축 수사 체제가 가장 이상적이다. 경찰 조직 문화 개선과 해외망 및 전문성 확보 등 난관을 돌파할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금이라도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것이다.

대공수사 이관 6개월…무너지는 방첩.jpg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원문출처>
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062801073511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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