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 헨슨에게> 성북구 주민 대상 공연 포스터
서경대학교 뮤지컬학과 제19회 정기공연 <에반 헨슨에게>가 11월 17일(목)부터 20일(일)까지 나흘간 서경대학교 문예홀에서 펼쳐졌다.
정기공연 전날인 11월 16일(수)에는 성북구 주민들을 위한 공연이 펼쳐졌으며 정기공연기간인11월 17일(목)부터 20일(일)까지는 배우와 스탭들의 지인을 대상으로 모두 6차례 회당 약 150분간 품격있는 무대가 연출되었다.
원작인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제71회 토니상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최고의 뮤지컬상을 포함 6개 부문의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21년에는 영화화 되면서 국내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에반 헨슨에게>는 자신감도 존재감도 없는, 어딜 가든 눈에 띄지 않는 소년 ‘에반 핸슨’이 매일 스스로에게 쓴 편지를 ‘코너’에게 빼앗기게 되고, 며칠 뒤 갑작스러운 코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편지를 코너의 유서로 오해하고 찾아온 그의 가족의 따뜻한 관심에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온 에반 핸슨이 얼떨결에 코너와의 우정과 추억에 대한 기억을 거짓으로 지어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뮤지컬이다.
공연이 끝난 후 이번 뮤지컬학과 제19회 뮤지컬스터디 수업발표회에 조연출로 참여한 최소원, 조재영 학우을 만나 이번 공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터뷰 : 최소원(공연예술학부 24기 연출전공/뮤지컬학과 정기공연 <에반 한센에게> 조연출) · 조재영(공연예술학부 24기 연출전공/뮤지컬학과 정기공연 <에반 한센에게> 조연출) 학우
-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소원 : 안녕하세요, 이번 뮤지컬학과 정기공연 <에반 한센에게>에서 조연출을 맡은 최소원입니다! 공연예술학부 연출전공 1학년에 재학하고 있어요.
조재영 : 22학번, 공연예술학부 24기 연출전공 조재영입니다.
- 이 공연에 조연출로 참여하신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최소원 : 연출전공으로서 뮤지컬에서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학과에서는 보통 연극을 만들고, 그래서 1학기에는 연극에 참여했었거든요. 하지만 캐스트 외의 앙상블이 있고, 대사와는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노래가 있는 뮤지컬에서 연극과는 또 다르게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재영 : 공연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이번 학기에는 평소 관심을 가졌던 뮤지컬 프로덕션 과정에 참여해보고 싶어 조연출로 지원했습니다.
- 여러 작품들 중 <에반 헨슨에게>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최소원 : 가장 동시대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등장인물들이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대화하고 에반의 연설이 SNS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등, 그야말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것과는 별개로, 원래부터 이 작품의 넘버들을 좋아한 것도 있었고요.
조재영 : <에반 한센에게>라는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특히 제가 앞으로 공연계에서 일을 하며 <에반 한센에게>라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꼭 이 작품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 이 공연의 조연출로서 뮤지컬 <에반 헨슨에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을까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소원 : “악당의 추락을 그 누가 슬퍼해, 그 누구도 추모하지 않아.” 1막에 나오는 Requiem의 가사입니다. 제가 <에반 한센에게>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건 바로 인간적인 캐릭터들이에요. 다른 드라마나 영화, 공연들에는 정의롭고 멋있는, 혹은 어딘가 지독하게 결핍되거나 비틀려 있는 캐릭터들이 수두룩해요. 주로 명백한 주인공이나 매력적인 악역이죠. 그런데 <에반 한센에게>의 인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래 위의 성과 같은 거짓말을 쌓아 올리는 에반, 죽은 오빠를 위해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노래하는 조이. 모든 인물들이 절대 나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정의롭고 착하기만 하지도 않은, 인간적인 캐릭터들이에요. 그런 매력이 잘 드러난 가사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악역 혹은 정의로운 주인공으로만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조재영 : 극 중 “Disappear”라는 곡 중 “아무도 없던 그 때, 간절히 원한 건 널 향해 달려와 줄 단 한 사람”이라는 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극 중 주연에 위치한 에반이 가장 외로울 때 불렀던 곡의 가사를 가져와 코너라는 인물의 입을 빌려 진솔한 심정을 말하는 장면인데, 에반이란 인물과, 제가 생각하는 <에반 한센에게>라는 작품을 관통하는 가사라고 느껴져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 조연출로서 공연에 임하면서 가장 신경을 써서 준비한 부분이 있을까요?
최소원 : 연출님의 피드백을 배우분들께 최대한 고스란히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조연출의 주요한 업무 중 하나가 연출님의 디렉팅을 문서로 작성한 ‘노트’를 배우와 스태프분들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이 노트를 바탕으로 연습과 작업을 진행하시거든요. 사실 노트 작성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인 이유가, 가장 실수를 많이 한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잘못된 내용을 전달해서 준비하시는 분들의 노력이 낭비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 실수를 해서 속상한 적이 많았어요.
조재영 : 솔직하게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아 실수를 저지른 부분이 많았지만, 조연출이 진행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배우, 스탭에게 연출님께서 전달하는 노트를 정확히 작성해 전달하는 일을 가장 신경 쓰지 않았나 돌이켜봅니다.
-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는데 현재 심정이 어떤가요?
최소원 : 오랫동안 준비한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여 감개무량하고 보람 또한 큽니다. 떠나보낸 아쉬움도 적지 않네요. 여름방학에 첫 회의에 참여했으니. 3개월을 쏟아부은 공연이 사흘 만에 끝나버렸잖아요. 공연은 제대로 돌려볼 수 있는 기록 하나 없이, 가장 완벽해졌을 때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늘 속상해요. ‘지금’ ‘이 공간’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예술이라는 현장성이 정말 큰 매력이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그만큼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거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재영 : 사실 연습실에서 수차례 연습 과정을 지켜 본 작품이지만, 매번 볼 때마다 제 감정을 자극하고, 그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부디 관객 분들도 제가 느꼈던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합니다.
- 이번 공연의 특별한 점과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최소원 : 특별한 점이라면, 1막 마지막에 있는 합창곡이 정말 아름다워요! 에반의 연설을 통해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며 서로에게 손 내밀어주는 넘버인데, 정말 매번 감탄하며 들어요. 세 달을 연습한 작품이다 보니 수도 없이 들었는 데도 들을 때마다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배우분들 연습하실 때 옆에 있으면서 ‘이 넘버 불러주시면 좋겠다’라고 마음 속으로 엄청 빌기도 했어요. 관람 포인트는, 앙상블이 나왔을 때 캐릭터들을 유심히 관찰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앙상블이 무대에 있을 때, 캐릭터들도 괜히 무대에 있는 게 아니거든요. 앙상블과 뒤섞여 있는 캐릭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재영 :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초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에반 한센에게>를 도서, 영화, 음원으로, 혹은 해외 공연 영상으로 접한 분들은 계시겠지만, 온전히 한국어로 이루어진 <에반 한센에게>는 처음 접하리라 생각해, 이 사실만으로 특별한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도 있으셨나요? 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최소원 : 제가 뮤지컬에 호기롭게 들어오긴 했는데, 음악을 잘 몰라서 난감한 상황이 종종 있었어요. 프로덕션 초반에 연습을 위한 대본을 작업해야 했는데, 악보를 잘 못 읽어서 쩔쩔매다가 선배가 도와주셔서 무사히 끝낸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노트를 쓰다가 연출님이 말씀하신 ‘페르마타’가 뭔지 몰라서 당황하기도 했고요.
조재영 : 사실 1학년이라 공연 프로덕션 과정에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1학기에 참여한 연극과도 프로덕션 진행 과정이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아서 대부분의 과정을 새로 배워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음악 연습 시간에 있었던 일인데요, 음악감독님께서 제가 배우 분들이 특정 단어에 대해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 단어에는 이러한 뜻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 단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등에 대해 묻도록 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1학년이고, 배우분들은 3, 4학년의 선배들이었기에 처음에는 질문을 드리는 게 너무 조심스러웠지만, 점차 질문을 드리다 보니 배우 분들에게 질문을 드리는 것 이상으로 제가 연출로서 배우들과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남았고, 배우 분들과 말을 트는 계기도 되었기에 기억에 남습니다.
- 이번 공연에 참여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학교의 커리큘럼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과목과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나요?
최소원 : 김동혁 교수님의 무대감독 수업이요. 1학기에는 연극을 했었어서, 태어나 처음 참여해본 뮤지컬인지라 낯선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공연 프로덕션의 전반적인 과정을 공부할 수 있었던 무대감독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실제로 외부에서 뮤지컬을 만들 때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실무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요. 예를 들면 연극과 달리 뮤지컬은 연습실에 보면대가 필요하니 이를 언제나 고려해야 한다는 것과 같이, 간과하기 쉽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요.
조재영 : 1학기에 배운 연극개론이라는 수업과 2학기 현재 수강 중인 무대감독 수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연극개론 수업에서는 정말 연극, 공연에 대한 기초지식을 배웠기에 앞으로 어떤 공연에 참여하든 좋은 바탕 지식으로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무대감독 수업은 교수님께서도 뮤지컬 프로덕션에 참여하신 경험이 많으셨기에 정말 실전용 지식을 많이 얻어 가는 수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특히 무대감독 수업에서는 프로덕션 전 과정에 대해 배웠고, 뮤지컬 프로덕션을 예시로 설명해주신 적이 많아 정말 이번 2학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외로 연출을 맡으신 교수님께서도 제가 1학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프로덕션 전 과정에 있어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향후 제가 조연출, 연출로서 작품에 임할 때 꼭 필요한 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 공연을 함께 준비한 학우 분들과 교수님께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최소원 : 제일 먼저 이종석 교수님께 감사해요. 교수님과 같은 프로덕션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공연과 연출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고 따뜻하게 이끌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족한 조연출을 항상 격려해 주신 이나영 교수님, 장영수 교수님, 황혜령 교수님께도 감사해요. 그리고 배우분들! 배우분들의 뮤지컬에 대한 사랑과 노력이 존경스러웠고, 연습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오늘도 고생했다고 웃으며 인사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또 함께 일한 무대기술전공 선배님들, 극장에서 함께한 뮤지컬과 1, 2학년 학우분들도 고생 정말 많으셨습니다!
조재영 : 미숙한 1학년 학생을 데리고 공연을 준비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고, 또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제가 1학년 때 <에반 한센에게>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워가며, <에반 한센에게>가 정말 제게 감사한 기회였다는 걸 지난 3개월 동안,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매일 매일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홍보실=박주빈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