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학연구 수록 논문…"함정수사 금지 규정 필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시행 중인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불법 함정수사나 위헌적인 사전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준복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경찰학연구 제22권 제1호에 실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N번방 방지법의 한계점 및 개선 방향에 관한 연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신분 위장 수사를 허용하는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위장 수사의 남용 소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성보호법에 범의를 유발하는 함정수사를 금지하는 규정과 그런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 '면책되지 않는다'는 사항까지 함께 명시해야 한다"며 "위장 수사가 불법적인 함정수사로 변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의를 가진 자에게 범행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는 적법하지만, '범의 유발형' 수사는 적법절차의 법리에 반해 위법하다"고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수사관이 SNS 등의 이용자에게 무작위로 '성 착취물을 구매하겠다'는 메시지를 먼저 보내 이에 응하는 사람을 수사하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찰이 위장 수사를 하기 위해 검사의 청구를 거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후승인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검사 측에서 신분 위장 수사를 청구하지 않거나 의견대립이 있어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이를 해결할 장치가 부재하다"며 "긴급한 경우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시행중인 전기통신사업법과 시행령이 '사전검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해당 법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그간 공개된 공간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규제하는 건 사생활 침해나 사적 공간에 대한 검열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성 착취물이 유통되는 경로는 실제 SNS과 같은 사적인 대화공간이 맞다고 주장한다.
그는 "평상시에도 불법 촬영물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지나치며, 그 조치가 명확하지 않아 정부가 인터넷 사적공간에 대한 검열 및 민간인 사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관련 언론 기사나 관련 토론, 성범죄자를 명백히 비판하는 글도 삭제요청이 들어오면 전기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삭제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과잉 규제이자 전형적인 검열의 행태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가 차원의 검열 기술을 조금만 변조하면 향후 정치·종교·사상과 관련된 글도 검열할 수 있기에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기본권 제한을 수반한 규제 기준을 보편·공평·타당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기사>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206250429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