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담은 우리와 결이 다르다. 비유가 실제적이고 직선적이다. 우리는 ‘썩어도 준치’라고 하는데 중국은 ‘낙타는 말라 죽어도 말보다 크다(瘦死的駱駝比馬大)’라고 표현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여럿이 땔감을 모으면 불길이 커진다(衆人拾柴火焰高)’고 얘기한다. 요즘 중국 방송이 내건 표어 ‘중지성성(衆志成城)’과 같은 뜻이다. 여럿의 뜻이 모이면 성처럼 견고해져, 어떤 곤란도 이겨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인민을 동원할 때 주로 사용된다.
‘중지성성’은 베이징올림픽을 코앞에 둔 2008년 5월 12일 처음 등장했다. 이날 쓰촨(四川)성 원촨(汶川)에서 규모 8이 넘는 강진이 발생했다. 북으로 랴오닝(遼寧)성, 동으로 상하이(上海), 서로 파키스탄, 남으로 태국·베트남에까지 흔들림이 전해질 만큼 강력한 지진이다. 7만 명의 사망자와 1만8000명의 실종자, 38만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비탄에 빠진 인민들을 위로한 인물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다. 그는 점퍼에 운동화 차림으로 한 달 넘게 재해 현장을 누볐다. 백발이 성성한 노정치인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눈물을 흘릴 때 인민들도 울었다. 중국 언론과 SNS에서는 “모든 지도자는 원 총리를 따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속담에 ‘명사출고도(名師出高徒)’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스승 아래에서 빼어난 제자가 나온다는 말이다. 여기서 ‘사도효과(師徒效應)’라는 말이 나왔다. 스승의 전수가 빚어내는 효과를 말한다.
사도효과는 노벨상에서 두드러졌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에 따르면 1972년까지 노벨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부문 수상자 92명 가운데 48명이 노벨상 수상자를 스승으로 모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수상 연령은 일반 수상자에 비해 평균 7.2세 적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쫓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에게는 원자바오라는 名師가 있었다. 따라서 사도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名師를 외면했다. 코로나 재앙을 달포 넘게 뭉갰고, 코로나 경보를 알린 의사를 연행했으며, 그는 결국 감염으로 사망했다. 시 주석은 ‘견현사제’(見賢思齊·현인을 보면 그처럼 되기를 소망하라)라는 공자(孔子)의 가르침도 무시한 셈이다. 그에게 정치적 위기가 닥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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