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커피업계에 초연(硝煙)이 자욱하다. 커피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싸움은 토종 브랜드 『럭킨(Luckin〮瑞幸)』이 걸었다. 상대는 글로벌 최강자 『스타벅스(Starbucks)』다. 외국제품의 독점을 결코 허용치 않는 중국 시장에서 유독 스타벅스 만은 예외였다. 혼자 승승장구했다. 이제 봄날은 갔다.
럭킨 커피(좌), 스타벅스(우) [출처 : 파즈저우머]
전쟁은 출발부터 살벌했다. 다짜고짜 소송전으로 치고 나왔다. 럭킨의 집행총괄 부사장 궈진이(郭谨一)가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자. 회견문은 《커피업계에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부여하고, 중국 소비자에게 더욱 많은 선택을 주기 위하여》라는 다소 긴 제목으로 발표됐다.
「 “스타벅스는 건물주와의 계약에서 배타성 임대차 조항을 집어 넣었다. ‘커피’라는 글자가 들어간 어떤 업체에도 여유 공간을 임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뿐만 아니다. 커피 자재 및 설비 공급상들과의 계약에서도 배타성 조항은 여전했다. 스타벅스는 이들에게 압력을 가해 럭킨을 포함한 다른 커피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렸다. 이 같은 행위는 반독점법(反垄断法) 14조와 17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다. 우리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진두(金杜) 법률사무소에 소송을 맡겨 전국 법원에서 동시에 스타벅스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
럭킨의 조치는 전광석화 같았다. 궈진이는 이어 《증권일보》와 가진 단독 회견에서 “수많은 커피 관련 공급상들이 스타벅스로부터 압력을 받았지만 공급상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그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이들 업체의 이름이 공개될 수는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궈진이는 피해 업체들의 숫자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출처: 럭킨 커피 홈페이지]
진두 법률사무소의 리중셩(李中圣) 변호사도 기자회견 장에서 “스타벅스는 일반 카페업계, 그리고 가맹점 형태의 카페업계에서 지배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스타벅스는 이 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페 관련 공급상들과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라고 강요했으며, 이들 업체들은 스타벅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서 부득이 서명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인 《유럽 모니터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스타벅스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각각 57.5%, 58.6%로 나타났다. 연쇄점 커피시장의 점유율만 따져보면 각각 78.8%와 80.7%다. 점포 수를 봐도 전체 연쇄점 커피시장의 58.6%와 61%를 차지했다. 압도적인 지배 구조인 것 분명해 보인다.
「 “중국의 커피 시장은 엄청난 크기다. 경쟁이 공정하고 충분하며, 신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20년, 스타벅스는 중국의 커피 시장이 내적으로 충실해지고 규모가 커지는 것을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다. 여러 동종업계 동료들과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성과도 이뤘다. 4만5천 명 직원들과도 서로가 신뢰하는 가족 같은 관계를 맺었다. 우리는 언제나 중국 소비자들에게 ‘모든 사람, 모든 잔, 모든 지역’에게 동일하게 우수한 ‘스타벅스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
스타벅스는 일단 정면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스타벅스는 《증권일보》에 보낸 회신을 통해 이처럼 온건한 포고문을 날렸다. 확전은 피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단단하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스타벅스 본사도 이 사태가 간단치 않다고 보고 본사 차원에서의 대응책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가 긴장하는 이유는 전쟁 발발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국 브랜드가 독점하는 걸 용납한 적이 없다. 콧대 높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그리고 아우디도 중국 현지 합작사를 만들어야 했다. 거부하면 중국 시장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만은 예외였다. 홀로 달렸다. 커피라는 기호품이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덕분이기도 했다. 허나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커피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없는 중국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제 커피 시장은 중국 기업인, 그리고 중국 정부가 그냥 흘러 보낼 수 없는, 매력적인 놀이터로 부상한 것이다.
[출처: 콰이쯔쉰]
럭킨이 앞장 선 것도 스타벅스가 긴장하는 이유다. 럭킨은 션저우 유처집단(神州优车集团) COO 출신 첸즈야(钱治亚)가 지난 해 10월 창립한 신생 업체다. 헌데 상승세가 놀랍다. 올 1월1일 베이징(北京)에 상륙한 직후 불과 5개월 사이에 점포수를 525개로 늘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다. 스타벅스가 현재 중국 전역에 갖고 있는 매장은 3000개에 불과(?)하다. 지금 중국 인터넷에서 ‘瑞幸咖啡’ 4글자를 입력하면 358개의 관련 검색어가 뜰 정도도 럭킨은 관심의 대상이다.
스타벅스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럭킨의 약진 뒤에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이처럼 신속하게 확장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출처: edushi.com]
럭킨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는지 없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문제는 앞으로의 중국 커피시장이 더 이상 독점 체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독점과 비(非) 현지화에 엄격한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온 중국 법원이 럭킨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내 ‘별들이 전쟁’이 한국의 커피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지 모른다. 사태 추이와 결과를 찬찬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보기를 한국 커피업계에도 권하고 싶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원문 출처 >
차이나랩 https://m.blog.naver.com/china_lab/221307083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