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해방군(PLA) 보물창고가 열렸다
중국에서 가장 알짜 기업은 어디일까? 기준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답은 여럿일 수 있겠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대, 최우량 기업이 있다. 바로 인민해방군이다.
인민해방군은 매우 독특한 조직이다. 우선 규모가 세계 최대다. 예비군을 포함해 약 4백만 명의 병력을 거느린 것으로 추산된다. 신분도 특이하다.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군대다. 중국은 중국 공산당의 일당(一黨) 영도로 지탱되는 국가다. 따라서 인민해방군이 곧 중국의 국가상비군이 된다.
군 조직은 일반 국가 행정 조직과 같이 이원화돼 있다. 중앙 정부에서 성(省) 정부, 시 정부 그리고 말단 진(镇)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정 단위의 최고 책임자 위에는 반드시 당 서기가 군림한다. 예컨대 성장(省長) 위에 성 서기가 있는 식이다. 성장은 대부분의 경우 당 부서기 직을 맡는다. 당이 국가 위에 군림하고 있음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출처:셔터스톡]
군 역시 마찬가지다. 군 지휘관 위에는 반드시 정치위원이 있다. 정치위원을 총괄하는 부서가 군 총정치부다. 군 총정치부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결국 당이 군을 세포 단위로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당 조직인 만큼 운영도 독립적이다. 국가의 감사가 아닌, 당의 직접 지휘와 감사를 받는다. 따라서 모든 것이 자체 해결이 원칙이다.
생각해 보라. 4백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먹고, 입고, 사용하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상상하기 어렵다. 장비는 또 얼마나 될까?
이 모든 것을 인민해방군이 직접 운영하는 기업이 조달한다. 중국 인민해방군 자체가 거대한 기업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하니 군에 납품하는, 인민해방군 산하 기업이 망할 리 만무하다. 기업으로 치면 초 우량기업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민해방군 산하 기업이 주식시장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자금이 몰릴 것이 틀림없다. 절대 망할 리 없는 초우량 기업에 돈을 밀어 넣지 않을 투자가 있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군 산하 기업이 상장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 기업은 아니고 군 산하 과학기술연구원이다. 말이 연구원이지 실은 첨단 IT 기업이나 다름없다. 군의 IT 수준은 중국 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가들이 술렁대는 이유다.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 보자.
인민해방군 공업과학연구원은 올해 들어 본격적인 개혁 작업에 돌입했다. 연구소를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다. 요컨대 일반 기업처럼 주식회사로 만드는 일이다. 지금까지도 제한적으로 군 산하 연구기관이 기업으로 바뀐 적은 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연구소는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그런데 앞으로는 전 분야에 걸쳐 본격적인 전환이 이뤄진다. 올해 안으로 각 연구원 별로 개혁 작업을 완수한 뒤 당에 심사를 신청하고, 당 비준을 받으면 곧 바로 일반 회사처럼 증시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일반 투자가들에게는 다시 없는 기회다.
중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노린코는 2017년 8월 16일 네이멍구에서 열린 무기 쇼에서 신형 경전차와 장갑차를 공개하고, 실사격 연습을 진행했다. 사진은 중국 자체 기술로 생산한 최신형 수출용 경전차인 VT-5가 기동하는 모습. [출처:관찰자망 캡처]
중국 안신(安信)증권의 군(軍)공업 분야 수석 분석사인 펑푸장(冯福章) 박사는 “중국의 전자과학 시장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시장화 정도는 높은데 자본 집약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투자할 만한 전자 관련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따라서 우량 IT 기업이 시장에 나올 경우 자본이 왕창 몰릴 수 있다는 뜻도 된다. 군 연구소는 기술 집약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따라서 만일 군 연구원이 시장에 편입된다면 이 분야에 대한 자본 몰림 현상은 항공산업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군 연구소의 상장은 증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중국 군 산하 기업의 주식화 비율은 30%에도 미달한다. 이제 본격적인 기업화가 추진되면 중국 증시에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5월7일 중국 국방과학공업국 등 국방 관련 8개 부처가 공동 발표한 《병기 및 장비 관련 연구집단의 기업 전환 실시 방안에 대한 비준》에 따르면 병기와 장비 관련 연구소가 올해 이뤄질 기업화의 주된 타깃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병기와 장비는 누구나 탐 내는 분야다. 축적된 기술도 상당하다. 상장될 경우 단숨에 블루칩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윈-20 수송기.최대 적재중량 66t, 운항거리 7천800㎞로 대형 수송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성능인 미국 C-17을 겨냥해 개발된 기종이다. 2016년 7월부터 배치된 윈-20이 전면적 실전 단계에 접어들며 중국
공군의 전략 수송능력과 장거리 공수작전 능력 측면에서 획기적인 도약이 이뤄졌다는 자체 평가다. [출처:신랑군
사망 캡처]
『중국증권보』는 군 관계자를 인용해 “앞으로 41개의 군 산하 각종 연구기관이 속속 증시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기업개혁발전위원회 리진(李锦) 부회장도 ”군 산하 핵심연구기관의 기업화 작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2020년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부회장은 이어 “군 산하 연구기관의 기업전환은 ^군 연구기관 자체의 혁신과 개혁 ^시장경제의 다원화 촉진이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갖고 추진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 동안 군 산하 연구기관은 인민해방군 산하 기업의 부속 기관으로 존재해왔다. 따라서 모든 예산은 국가 재정의 지원을 받아 왔다. 외부 의존적 체제였던 셈이다. 그러나 개혁이 진행되면 지원의 범위와 폭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독립적인 기업으로 홀로 서게 된다.
중국 H-6K가 남중국해에서 순찰 비행에 나선 모습 [출처:중앙포토]
요컨대 인민들의 세금으로 지탱해 오던 체제에서 스스로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운영 및 유지 자금을 마련할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익까지 창출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인민해방군은 해당 연구소가 기업으로 독립한 후에도 실제적인 독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세금 등 각종 우대정책을 계속 부여할 방침이다.
인민해방군 고위 관계자는 안신증권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인민해방군 산하 각 기업들의 시장화 작업이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이는 인민의 세금 절감, 즉 인민해방군의 경비 절감과 시장경제 다원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 위에 추진되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군 산하 기업의 개혁이 점차 확산된다면 중국 자체의 경제는 물론 주변국들의 관련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산업계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글=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정리=차이나랩 정용환
<원문출처>
차이나랩 https://m.blog.naver.com/china_lab/221286081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