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정치가 정확히 갈라지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듯싶다. 경제와 정치는 동전의 앞 뒷면 정도가 아니라 마치 꽈배기처럼 한 몸으로 엉켜 맞물려 돌아가는 ‘생물(生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알면 정치가 보이고, 정치를 알면 경제가 보이며, 둘 모두를 꿰뚫어 볼 수 있으면 국가 전체를 볼 수 있다는 말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를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가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 겸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고문(古文) 화법이다.2018년
4월10일 중국 남단 하이난다오(海南岛)성 보아오(博鳌)에서 열린
『보아오아시아논단 2018』 개막식에서
선보였다. 그 하나 하나에 담긴 경제 철리(哲理)를 탐사해 보자.
“선현께서 말씀하시길
천도수근(天道酬勤)이며 춘화추실(春華秋實)이라 했다. 중국 인민은 온 정신을 모아 건설에 나서야 하고, 개혁·개방을
견실하게 지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이를 항구토록 유지하고 가슴에 새겨 잊지 않는다면 중국은 천지 개변하는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출처:셔터스톡]
천도수근은 서경(書經) 대고(大誥)편에 보인다.
‘하늘은 인간에게 은밀하게 성공의 길을 보이셨으니 이는 오로지 근면함으로만 보람을 얻을
것이라는 점이라(天閟毖我成功,天亦惟用勤毖我民)’. 춘화추실의 ‘화(華)’는 꽃(花)과
통한다. 곧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결실을 맺는다(春天开花,秋天结实)는 뜻이다.
두 구절은 결국 같은 의미다. 땀 흘려 밭을 갈고 적시에 파종하면 풍성한 수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부지런한 국민이 부국을 이룬다는
경구다.
중국 학계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징을 확실하게 하고, 성실한 납세자와 ‘유리지갑’ 근로자에 대한 혜택은 과감하게 늘리겠다는 시 주석의 뜻이 담긴 문구”라고 해석했다.
[출처:중국사회과학보]
“천행유상(天行有常)이요 응지이치즉길(應之以治即吉)이라 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발전하고 ^개혁하며 ^조화롭고 풍요로운 사회를 창조하라는 중국
인민의 요구에 순응했다.
이는
^발전하고
^협력하며
^평화를 유지하라는 세계 인민의 뜻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순자(荀子) 천론(天論)에 나오는 말이다.
‘천지의
운행에는 변치 않는 규칙이 있다. 요(堯) 임금 같은 성군을 위해서도 이는 바뀌지 않으며, 걸(桀) 임금 같은 폭군이 짓누른다 한들 역시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규칙에 순응해 다스리는 자는 길할 것이요, 이를 거스르면 흉할 것이다(天行有常,不为尧存,不为桀亡.应之以治则吉,应之以乱则凶)’
중국 정치 평론가들은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하고, 정치 및 경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천지의 조화로운 운행에 부합하는., 즉 천도에 맞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지 결코 인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구절”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시 주석의 정치 개혁은
거침없이, 당당하게 진행될 것임을 보여주는 구절이라는
얘기다.
“우리
선인들은 2500여 년 전에 이미 ‘백성에게 이롭다면 굳이 옛 법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일 하기에 적절하다면 습속에 매일 필요가 없다(苟利于民,不必法古;苟周于事,不必循俗)’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남자(淮南子)
범론훈(氾論訓)에 보인다. 인민에게 이롭다고 판단되면 남들이 뭐라 하건, 옛 제도가 무엇이든,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고 직진하겠다는 각오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를 밀고 나가겠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의 일전(一戰)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는 게 중국 학계의 해석이다.
[출처:신화통신]
“흙이 모여야 산이 되고 물이 합쳐져야 바다가 된다(积土而为山,积水而为海). 행복과 아름다운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성공은 용감하고 의지가
굳건하며,
독행(篤行)하는 자의 몫이다”
순자 유효(儒效)편의
구절이다.
‘진흙도 쌓이면 높은 산이 되고, 시냇물도 모이면 바다가 된다. 흙이 모여 산이 돼야 바람과 비가 일어나고, 물이 모여 연못이 돼야 교룡(蛟龍)이 깃든다’는
얘기다. 이는 얼핏 보면 ‘티끌 모아 태산(聚沙成塔)’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 평론가들은 “이 말에서는 ‘바람과
비’ 그리고 ‘교룡’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곧
세계 외교와 경제무대에서 중국이 바람과 비를 일으키며 교룡이 용이 되어 승천하겠다는 꿈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시진핑의 집권 목표인 『중국의 꿈(中国梦)』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해석이다.
글=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정리=차이나랩 정용환
<원문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ina_lab&logNo=221260917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