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행은 봄 나들이다. 겨울을 벗고 봄 속으로 찾아 가는 여정이다. 춘행 중에 으뜸은 고향 행이다. 고향의 봄으로 가는 춘행 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남송(南宋) 마원(馬遠)의 산경춘행도(山徑春行圖)를 보자. 그림 오른쪽이 텅 비어 있다. 그곳에 꽃 향기를 담았기 때문일까? 명(明) 사상가 왕수인(王守仁)의 시 『춘행』은 고향으로 이어진다.
“겨울 끝자락, 서산에 눈 마중 갔거늘(冬盡西山滿山雪)/
어느 틈에 초봄, 온 산이 꽃이로다.(春初復來花滿山)/흰 갈매기, 계곡 물을 희롱하고(白鷗亂浴淸溪上)
황조 한 쌍, 숲에서 노닌다.(黃鳥雙飛綠樹間)/눈 돌리는 사이에도 만물은 변하는데(物色變遷隨轉眼)/
어찌 늘 홍안(紅顔)임을 바라겠는가?(人生豈得長朱顔)/
내 뜻을 지인들과 나눠(好將吾道從吾黨)/고향에서 낚시 줄 드리우게 하리라.(歸把魚杆東海灣)”
백거이(白居易)의 『전당호(錢塘湖) 춘행』도 기막히다. 전당호는 항저우(杭州) 서호(西湖)의 별칭이다. 백거이는 822~825년 항저우, 쑤저우(蘇州)의 자사(刺史-지방관)를 지냈다. 먼저 풍경이다. “초봄 불어난 물이 제방 끝을 넘보고/구름은 낮게 호수 끝에 닿았다/꾀꼬리는 양지 바른 가지를 다투고/제비는 봄 진흙을 머금었구나.”
다음은 절정이다. “흐드러진 꽃은 점점 눈을 어지럽힌다/아직 여린 풀이 말 발목에 못 미쳤으니/풀이 짧아 말이 빨리 달릴 수 있으니/만발한 꽃에 사람 눈이 어지러울 법 하지 않은가”
결국 그는 “서호는 아무리 달려도 부족하다(最愛湖東行不足)”고 한탄한다. 절정의 춘행이다.춘행은 춘절(春節), 즉 설날 춘행이 제격이다. 모두가 고향으로 가는 춘행이기 때문이다. 설날 춘행이 거의 막바지다. 그러나 진짜 춘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춘행은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확인하는 여정이다. 평창 이후에 겨울은 가고 봄이 왔음을, 우리는 세계에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춘행이 끝난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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