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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에서는 약사법상의 의약품 용량정보 확인의무에 대해 '권고 사항'으로 판단했다. 설명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판결문에 언급조차 없이 기각한 사례도 있다. 의료 분쟁과 의료소송은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이는 분야다. 의료소송은 필수 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주요 이유로 지목돼 의료개혁의 핵심의제이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융합적 접근을 통해 다른 분쟁 제도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증가하는 의료소송을 의사들은 암적 존재로 인식한다. 변호사 수 증가가 의료소송을 부추긴다고 본다. 그러나 환자들이 무작정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소송 이후에도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응을 자제한다. 대체로 의료 과실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한 때, 의료진의 냉담한 태도로 감정이 상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의료 과실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고 입증도 어렵다. 실제 의료분쟁이 발생하는 사건 중 고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다. 그 중 유죄 소견으로 기소되는 것은 연간 40건, 이 중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는 비율은 더 낮다. 민사소송까지 합해도 800건 정도이다. 의사 수가 10만명이 넘고, 하루 50명씩 진료한다고 보면, 오히려 침소봉대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못 살겠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소송 건수가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소가 되지 않더라도 경찰서에 불려 다니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쾌하다는 것이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준법 기준의 괴리'다. 의사가 패소한 사건에 대한 의사 입장을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파킨슨 환자에게 소화제를 처방했는데 패소한 사유는 금기 약물을 투약한 것인데도 인정을 못한다. 금기 약물은 DUR시스템에 명확히 경고로 표기되는데, 결국 주의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다른 사례는, 응급실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사망에 이른 사건에서, 패소한 사유는 사망해서가 아니라 의무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료기록 기재는 의무사항이다. 설령 긴급한 상황이어서 못했다 하더라도 사후에 보완할 수 있다. 간호사가 대신 작성할 수도 있고, 소송 과정에서 이를 증언했다면 면책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하지 않았기에 패소했는데 의료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대주장만 확산하는 모양새다. 법을 지키거나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의료소송은 매우 힘든 싸움 중 하나다. 제도 자체가 의사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료소송 담당 판사들의 전문성 부족도 늘 붙어다닌다. 소송의 승패는 의료감정에 달려 있는데 감정은 의사만이 할 수 있기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불신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못 하겠다”고 외치는 상황은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 도입을 발표했으나, 의사는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의사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양쪽의 입장을 좁힐 수 있는 대안으로 '의료분쟁 조정 전치주의' 도입을 제안한다. 이는 소송에 앞서 조정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제도다. 이혼이나 노동, 행정심판 등에서는 이미 도입돼 있는 방식이다. 조정 전치주의가 도입되면 형사소송으로 직행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경찰 조사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조정의 실효성을 위해, 어느 기관이 이를 담당할지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낮은 신뢰도와 이용자 만족도에 대한 개선, 전국적 대응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의료법상 행정처분 권한을 가진 보건소의 적극 활용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론 전문성이나 매뉴얼 보완은 필요하다. 의료분쟁 처리 시스템은 더 선진화되어야 하며, 의료분쟁 약자인 환자측을 위한 합리적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원문출처>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50416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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