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se 1
32년간 근무하던 직장에서 5년 전에 은퇴한 67세 나대로(가명) 씨는 오늘 저녁 식사에서도 기어이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만다. 오랜 친구의 추천을 받아 서울 변두리 지역의 빌라를 매입했는데, 이 투자가 인생 후반부의 근심 걱정거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친구는 “여기가 곧 재개발된다. 조합 설립 추진 중이니까 지금 사두면 최소 두 배는 오른다”고 호언장담했다. 곧 다른 사람이 계약하러 온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에 나 씨는 제대로 물건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덥석 기존 거주자에게 전세를 준 상태로 3억 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막상 확인해보니 재개발 조합이 구성되긴 했지만, 주민 간 갈등과 조합 내부 문제로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에 반대했고, 시에서도 명확한 허가가 나지 않았다. 재개발 얘기가 나온 지 10년이 지나도록 사업 진행 속도는 더뎠고, 결국 나 씨가 산 빌라는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했다. 게다가 전세로 살던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나 씨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느라 큰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결국 부동산을 처분하려 했지만, 투자자들도 상황을 알고 있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Case 2
“월세 나오는 상가라고 해서 샀는데, 공실로 2년째 텅텅 비어 있어요.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근에 필자가 상담한 70세 전직 공무원 허무해(가명) 씨의 하소연이다.
허 씨는 노후 자금을 활용해 매달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목적으로 지방의 신도시 상가를 5억 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이곳은 신도시라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월세 수익률이 6% 이상 나온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계약하고 보니 빈 상가가 많았고,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웠다. 유동 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해당 지역에 대형 쇼핑몰과 프랜차이즈들이 먼저 자리 잡으면서 경쟁력이 낮아졌다. 결국 몇 달 동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월세는커녕 관리비와 대출 이자만 나가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대폭 낮춰 겨우 임차인을 구했다. 그마저도 장사가 안 되니 몇 개월 뒤 나가버렸다.
대한민국 시니어들의 부동산 투자 관련 사례 두 가지를 엿보았다. 첫 번째 사례자인 나대로 씨는 재개발의 법적 승인, 조합 내부 문제, 시의 정책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한 기대감이나 소문만 믿고 투자하면 장기간 돈이 묶일 가능성이 크다는 교훈을 준다. 게다가 전세를 끼고 매입할 때에도 기대했던 것보다 사업이 늦어지면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까지 발생한다는 것을 목격했다.
두 번째 사례자인 허무해 씨의 경우 유동 인구만 믿고 투자했지만, 대형 쇼핑몰 입점과 경쟁력이 부족한 지역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신규 상가 지역은 상권이 자리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부동산 중개인의 말만 믿고 현실적인 수익 분석을 하지 않은 상권 분석의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이 중요한 이유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니어 세대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재무 전략은 매우 중요하며, 그중에서도 부동산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통계청과 금융투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평균 총자산은 2023년 기준 5억 2727만 원인데 이 가운데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무려 78.6%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28.5%와 일본의 3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중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동향과 가격 움직임이 대한민국 시니어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버린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젊은 층으로도 번졌다. ‘영끌’, 즉 영혼을 끌어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여 사회적으로 큰 위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의 매력은 안정성과 수익성
부동산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돼왔다. 이는 물리적인 자산으로서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을 통한 수익성도 제공한다는 의미다. 특히 시니어들에게 부동산은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은퇴 후 생활비 마련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업용 부동산은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유지보수 및 세금 등의 비용을 세입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정확한 공실 위험 분석과 향후 시장 동향에 명확한 근거와 확신이 없다면 섣부른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
2025년 2월 들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 지역,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극히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만 강세를 보인다. 부동산이 금융상품이나 주식처럼 등락이 심하고 매일 이자율이나 가격이 변동하는 투자 물건은 아니지만, 시니어들은 부동산 거래를 안 하고 보유만 하더라도 고정적인 비용이 나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부동산은 매수할 때 취득세부터 세금이 발생하고, 중개수수료가 지출되며, 보유하고 있는 동안 재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에도 영향을 미치며, 고가 부동산의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과세될 수 있다. 매도할 때도 양도소득세와 중개수수료가 발생한다.
세입자를 두었을 경우도 각종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니어는 오직 임대수익만 생각하거나, 최근 몇 년간 상승한 금액만 눈에 들어오는 게 현실이다. 물론 희망적인 기대심리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생각한 1년치 월세나 가격 상승 기대치에서 각종 비용을 보수적으로 차감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맞춤형 부동산 자산운용 전략
보유한 부동산을 활용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우선 거주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보유한 부동산이 부부의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다면 전체 자산운용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시니어 부부일수록 부동산 전략을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통근 거리의 부담이 없어지는 시기이므로 서울을 벗어나 다른 도시로 이주한다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거주 부동산이 자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임과 동시에 거주환경 개선도 누릴 수 있다. 찬찬히 생각해보자. 현재 거주하는 집 근처에 1시간 정도 산책할 공간이 있는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공원도 좋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나 강, 개천이어도 좋다. 만약 이런 공간이 없다면 건강을 고려해 거주환경을 바꾸는 것도 고민해봐야겠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 취미와 여가 생활을 보낼 수 있는 기관이나 장소도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시니어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3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대형 병원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건강관리와 긴급 상황 대비는 시니어에게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나 자산운용 중에 거주 외에 투자 목적도 있다. 시니어의 부동산 투자 목적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가격 상승을 기대한 자본소득(Capital Gain)이고, 다른 하나는 매월 고정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임대소득(Income Gain) 여부다. 자본소득은 다시 중단기 매도를 목적으로 한 자본소득이 있고, 10년 이상 묻어두는 개념의 장기 자본소득이 있다.
부부가 마주 앉아 부동산 자산운용 목적 중에 하나를 목표로 정하고, 투자와 운용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부동산 자산운용 실천법
시니어들이 부동산 자산을 목적에 맞게 운용하기 위한 실천 전략을 알아보도록 하자. 이번 호에서는 대략적인 방향성과 종류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있는데,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매각하고 더 작은 규모의 주택으로 이사해 차액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금융상품이나 연금 등에 투자해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다. 상업용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보다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상권이 이미 형성된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은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또 유일하게 자본소득과 임대소득을 동시에 실현할 방법이다. 다만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에는 대출 비중을 3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리츠(REITs) 투자가 있다. 부동산 투자신탁인 리츠는 소액으로도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이는 직접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도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상승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시니어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시니어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우선 투자하려는 지역의 부동산 시장 동향과 미래 전망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투자 금액, 예상 수익, 유지비용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재무계획을 수립하자.
부동산은 시니어 세대에게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제공해줄 든든한 자산이다. 그러나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므로, 철저한 시장조사와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이제부터는 실패하는 순간 다시 되돌릴 수 없을뿐더러 재기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개가 갸웃해지는 투자라면 굳이 하지 않는 것도 위험 회피를 통한 또 하나의 투자이자 효율적인 자산운용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시니어들이 부동산 투자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
<재개발 지역 투자 시>
-조합 설립 여부, 인허가 진행 상황, 기존 세입자 보상 문제 등을 명확히 확인.
-지자체의 도시계획 및 사업 추진 일정 점검.
-장기간 자금이 묶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
<수익형 부동산(상가) 투자 시>
-예상 수익률뿐 아니라 공실 위험과 관리비 부담까지 고려.
-해당 지역의 상권과 경쟁력을 면밀히 분석.
-실제 임대 사례를 확인하고, 임차인이 있는 상태에서 매입하는 것이 안정적.
<원문출처>
브라보 마이 라이프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16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