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서경대학교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청년세대의 반응은 냉랭하다. 그 배경에는 ‘더 많이 내지만, 그 혜택은 기성세대가 누리고, 정작 우리는 기금 고갈로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깊은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기성세대는 이번 개정에서 조정된 소득대체율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40~50대 역시 그 실질적인 혜택을 크게 보기 어렵다. 이번 개정안은 2026년 이후에 납부하는 보험료부터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으로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20~30대 청년세대가 이번 조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세대라 할 수 있다.
정작 더 주목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소득대체율 43%라는 수치 자체가 청년들의 현실적인 노후소득보장을 충실히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수치는 40년간 꾸준히 보험료를 납입했을 때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납입기간은 약 20년 남짓에 불과하다. 고용환경이 불안정한 청년세대가 40년 동안 납입을 지속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결국 소득대체율을 소폭 상향하더라도, 청년세대가 실제로 수령하게 될 연금액은 최소한의 노후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청년이 제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안정적인 취업과 지속적인 납입이 가능해야 국민연금이 노후 안전망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청년에게 주요한 노후소득보장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기 일자리의 반복, 고용 불안정성, 경력 단절은 연금 제도 참여를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연금 수급의 형평성과 충분성에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제도 개혁과 함께 청년층의 안정된 경제활동을 위한 고용환경 개선,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청년들이 국민연금을 단순히 '먼 미래의 일'로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삶 속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노후준비는 빠를수록 유리하며, 국민연금은 그 출발점이자 핵심 기반이라는 점을 청년 스스로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낸 만큼 돌려받는’ 저축이 아니라, 세대 간 연대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평생 지급, 물가 연동, 높은 수익비(수급액/납입액) 등 공적연금으로서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국민연금보다 높은 수익비를 가진 연금상품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이 제도를 외면하는 대신, 스스로 제도 내에 머무를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취업 전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동시에 현실적인 소득대체율 개선과 같은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주체로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번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청년의 노후를 위한 논의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세대가 제도에서 배제되지 않고, 연금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노후소득보장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는 일이다.
<원문출처>
동대신문 https://www.donggukmedia.com/news/articleView.html?idxno=83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