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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걸음마다 또 새롭고 깊어질 경복궁[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1).jpg

‘사진 찍기 전에 내 눈으로 보기’, ‘계단처럼 높은 곳이 오면 반드시 올라가서 보기’,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기’, ‘고개를 들어 위를 보기’, ‘사람을 상상하기’….

―박찬희 ‘유혹하는 경복궁’

2월 하순부터 3주 연속 경복궁을 다녀왔다. 2월에는 추위에 떨면서 걸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풀려 이제는 곳곳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풀을 쪼아 먹고, 소리 높여 짝을 찾으며 바쁘게 움직이는 까치들의 모습에 봄이 다가왔음을 실감하면서 그들의 뒤를 계속 쫓았다.

봄! 걸음마다 또 새롭고 깊어질 경복궁[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2).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2년 전, 나는 코로나의 불안이 채 가시지 전 박찬희 박물관연구소 소장이 다달이 진행하는 경복궁 답사에 참여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천천히 설명을 들으며 여러 사람과 함께 다니다 보니 새로운 경복궁의 모습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올해 초, 박 소장은 경복궁에 대한 해설들을 모아 ‘유혹하는 경복궁’이란 책을 출판했고, 다시 답사가 시작됐으며 나는 혼자서도 경복궁을 찾아다니게 됐다.

나는 조선총독부 청사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시절, 대학원 수업이 박물관에서 진행돼 매주 다니기도 했다. 18년간 경복궁 옆 종로구 팔판동에 거주했기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늦은 밤 동십자각에서 건춘문을 지나 경복궁 돌담을 쭈욱 따라 걸어 귀가하며 여러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때 기억은 흑백 영상 형태로 남아 있다. 이렇게 친근한 곳이긴 했지만, 생각해 보니 제대로 경복궁을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

답사는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출발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경복궁 일대 전경을 보고, 광화문까지 조선 6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한다. 그리고 광화문을 통과해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진행됐다. 그래서 끝까지 도달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새로웠던 것은 역사 이야기와 함께 경복궁이란 공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비가 오면 처마 밑에 들어가 비를 피했고, 더운 날에는 건춘문 앞 커다란 은행나무 그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햇볕을 피했다.

나는 많은 건물 중 예전에 없어졌다가 담이 갖춰진 집경당, 청아함의 회랑, 그리고 고종이 지내던 건청궁, 일본에 반출됐다가 관동대지진 때 건물이 타버려 기단만 남아 있는 자선당에 흥미를 느꼈다. 영추문에서 태원전으로 향한 서쪽 길, 향원정에서 태원전으로 가는 나지막한 경사가 있는 들을 매우 좋아하게 됐다. 무엇보다 답사를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궁궐을 즐길 방법을 배웠다. 바람과 새소리, 물소리 등 오감으로 힐링하며 계절마다 날씨에 따라 경복궁을 다르게 감상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한편 일본인인 내게 경복궁은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궁궐은 1592년 임진왜란을 계기로 소실됐고, 1895년 을미사변으로 건청궁 옥호루에서 명성황후가 시해됐다. 일제강점기에는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한다는 명분으로 대부분의 전각들이 철거됐고, 1926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어 경관을 훼손했다. 너무나 아픈 역사다. 궁궐을 파괴하고 만든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을 나도 10년간 보고 지냈지만, 결코 그 훼손은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모습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경복궁 복원 공사의 결과물이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했고 흥례문 일원, 침전 권역, 건청궁과 태원전, 그리고 광화문 등이 복원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라져 만날 수 없었던 여러 전각들이 하나씩 새롭게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화양연화’전을 통해 경복궁의 발굴과 복원에 대한 소개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광화문이 새로 지어졌고, 광화문 앞 월대가 복원됐으며 이곳을 다녔던 전찻길이 발굴됐다.

지금의 사회 불안에도 아랑곳 않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경복궁은 그런 소소한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특히 까치들의 모습, 물과 흙과 자연의 소리가 우리를 맞이해준다. 어제는 혼자서 청와대 입구 맞은편에 있는 북쪽 신무문으로 들어가 걷기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관람 방향과 다르게 걸으니 시간에 쫓겨 서두르던 곳들을 차분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오늘도 경복궁에선 많은 사람들이 색색의 한복을 입고 사진 촬영에 바쁘다. 외국인뿐 아니라 젊은이들을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도 보게 된다. 이제 파란 싹과 함께 꽃들이 만발하고 싱그러운 계절이 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경복궁을 찾을 것이다.

“경복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 만큼 깊어지며, 간 만큼 새롭고 걸은 만큼 넓어집니다.”(‘유혹하는 경복궁’에서)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0311/131188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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