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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감추기보다 알리고 때론 거부해야
기계 '배려하는' 모습에서 '인간성' 더 부각

박재항 서경대 광고홍보영상학과 교수

[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과시, 거부, 배려…AI를 대하는 다양한 자세.jpg

박은빈 배우가 출연한 서울우유 광고는 지난 4월 선을 보이자마자 화제가 됐다. 2005년, 2009년, 2016년에 회사가 성취한 품질 관련 혁신을 언급하며, 해당 연도 박 배우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배우들이 등장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박씨의 과거 얼굴을 만든 것. 기술에 대한 찬사도 있었지만, AI가 만든 이미지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지난달 모 금융그룹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취업박람회를 알리는 신문 광고를 봤다. 신문 지면에 행사 참여 대상 연령대의 젊은 남녀 네 명이 찍힌 사진이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광고 내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굳이 AI로 광고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힌 이유가 궁금했다. 광고 제작자 모임에서 함께 추론해보니, AI를 활용하는 게 ‘앞서가는 행위’라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큰 호응을 얻었다. 보수적인 평판의 기업이 AI 기술까지 쓰면서 젊은이와 함께하는 이미지를 심고자 노력하는 일환이었다는 설명이다.

비누, 샴푸 등으로 유명한 도브는 AI를 사용해 이미지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년 가까이 도브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라는 ‘진짜 아름다움’이란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AI는 문자 그대로 인공으로 꾸민 것이니 자신들이 주창하는 바와 맞지 않기에 거부한다는 것이다.

초콜릿 브랜드 킷캣은 ‘휴식을 취하고, 킷캣을 드세요(Have a break, Have a KitKat)’라는 슬로건을 1950년대 말부터 70년 가까이 쓰고 있다. 킷캣은 올해 초 ‘AI 시대’에 맞춰 살짝 변형한 슬로건을 선보였다. AI에도 킷캣이 주창하는 ‘브레이크’, 즉 휴식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AI에 먼저 휴식을 취하도록 한 다음에 물어보라고 주문한다. 영어로 하면 ‘Have a Break, and then’이란 말을 먼저 프롬프트에 치고 그다음에 자신의 질문을 AI에 던지라는 것이다. 슬로건도 막대 초콜릿 모양의 ‘i’를 첨가해 ‘Have Ai Break, Have a KitKat’이 됐다. AI에 휘둘리지 않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킷캣만의 브랜드 자산을 시대에 맞춰 돋보이게 했다.

의도가 어떠하든 AI를 사용했으면 그 사실을 알리는 게, 가짜 이미지의 남발을 저지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진정성을 훼손할 우려로 AI 이용을 거부해야만 할 경우도 있다. AI도 기계이고, 그래서 24시간, 1년 내내 돌려도 괜찮다는 소리를 한다. 이럴 때 AI도 수고하니, 쉬어야 한다고 배려해 휴식을 준다. 이런 다양한 반응이 인간의 필요성과 우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반전이 아닐까 싶다.

<원문출처>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0369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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