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쟁국들에도 경쟁력 밀려 … 정부 대학재정지원, 지속성 검증 필요
●한국 대학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어떠한가.
한국 대학들의 국제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대표적인 국제 평가지표인 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최신 세계대학순위에서 100위 안에 국내 대학은 2016년 5곳, 2020년 6곳, 2024년 5곳이 포함됐다. 특히 올해 QS 평가 결과 30위 이내에 포함된 한국 대학은 한군데도 없다. 반면 경쟁국인 중국은 2곳, 싱가포르는 2곳, 홍콩 1곳, 일본은 1곳이 포함됐다.
한국의 경제순위가 10위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좋은 결과는 아니다.
●결국 국제경쟁력이 낮다는 것인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보는가.
한국은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지출 비중은 0.7% 수준으로 OECD 평균인 1.0%보다 낮다. 순위로는 38개 국가 가운데 29위다.
여기에 등록금이 동결되고 신입생 수가 줄어들다보니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체 투자가 어려운 대학이 많다. 대학 자체의 미래 비전이나 국제화 비전이 뒤떨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대학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은 대학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지만 대학을 혁신하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는 의문이 든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2년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대학의 자율성 침해, 대학 간 형평성 문제, 사업 간 유사중복,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전반적인 질제고 미흡, 대학 특성화 저해나 획일화 조장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재정지원을 받아 몇 년간 사업을 진행하다 지원이 끝나면 그 자체를 중단하는 일이 반복된다. 재정이 투입된 사업은 지속가능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이런 패러다임에 예산을 지원하면 가건물을 하나 세웠다가 다시 부수기를 반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정지원사업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 전체를 혁신시키는 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경대도 오랫동안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리 대학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선정됐다. 우리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혁신 연속성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큰 변화는 미래사회수요를 예측한 다양한 전공 개설과 교육 내용의 혁신이다. 이와 함께 교양과 전공역량 강화, 미래지향적 교육과정 운영과 혁신적 교수-학습 지원, 교육과정 및 산학협력 혁신을 통한 학생 성공 지원체계 강화, 교육혁신을 위한 대학 인프라 체제의 고도화 등도 추진했다.
이 외에도 관련 산업계 데이터를 분석해 학생들의 사회진출 역량을 높이고 진로지도를 지원하는 학생역량 포트폴리오 관리시스템(Medici Platform)을 활용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현장 문제 해결형 전공역량을 강화했다. 또 개발된 콘텐츠를 전공교육 전반에 활용하며,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과 연계해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 대학의 혁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달라.
대학혁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두 대학에서 대학혁신작업을 총괄해본 경험이 있고, 30여개 대학의 컨설팅을 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혁신을 하려면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대학발전에 대한 비전과 열망이다. 이것이 없다면 대학혁신은 쉽지 않다.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세상의 변화, 열망, 혁신마인드 등을 정립해야 한다.
또 하나는 대학 경영진의 비전이다. 대학 경영진이 정확한 문제의식과 미래 발전전략을 가지고, 구성원과 함께한다면 그 대학은 분명히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국제 수준의 대학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학행정구조나 체계 역시 국제 수준의 감각을 지녀야 가능할 것 같다.
대학행정조직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대학의 행정조직은 조직 자체의 경직이 심하다. 또 행정체계가 모호하고, 기획기능이 취약하며 지원행정이 낙후돼 있다.
이러한 조직의 경직성은 대학혁신의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대학 교육의 혁신은 교수와 직원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 한국 대학의 경우 새로운 것을 시행하고자 할 때 대학 내부에 존재하는 커다란 벽에 부딪힌다.
●대학 구성원의 혁신마인드를 높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재 가장 첨단의 지식을 가르치며, 사회혁신과 기술혁신에 앞장서야 할 대학이 구성원의 교육훈련 체제는 아직도 매우 미흡하다. 특히 기술 발전의 속도가 인간이 생각하는 속도보다 빨라지면서 대학조직의 혁신은 더욱더 시급한 상황이다.
조직의 혁신은 우선 구성원의 혁신마인드 증진으로부터 출발한다. 대학은 어떻게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대학들은 재정 부족 타개책의 일환으로 외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외국 유학생 유치가 크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부작용은 없는가.
외국유학생수가 2023년 기준 18만명을 넘어섰다.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명 유치하겠다는 정부 목표도 달성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유학생 급증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 일부 대학이 능력보다 많은 학사는 물론 석박사까지 양산하면서 한국 대학이 학위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유학과 취업이라는 이름하에 유학생을 모집하고 수업을 편법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학사관리와 교육의 질이 어떠할지는 상상 가능하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유학생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정부에 유학생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정책은 유학생 유치에 초점을 맞춰 30만명 유치하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유학생을 유치하고, 그들을 어떻게 공부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대학 국제화 인증제를 통해 유학생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유학생 질 관리를 위한 선순환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 단기간 유학생을 유치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면 긴 시야를 가지고 유학생 문제를 다뤄야 한다. 특히 대학 간 유학생 유치경쟁의 소모성을 지양해야 한다.
●서경대가 운영하는 국제융합대학원(이중언어 석박사과정)에 대해 소개해 달라.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새로운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과 분야의 경계를 넘는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학문 영역 내 또는 학문 영역 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응용하는 자기 학습 능력을 갖춘 인재의 육성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은 예술학, 교육학, 경영학 등의 분야에서 이중언어(영어-한국어, 중국어-한국어)를 활용한 융합 교육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제융합대학원을 운영한다. 현재 국제융합대학원에는 100명 가까운 석·박사생과 30명의 박사후과정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다른 대학 국제대학원과의 가장 큰 차별성은 무엇인가. 또 앞으로 발전방안이 있다면.
우리 대학은 외국 인재들을 데려다 이중언어로 교육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들이 많다.
우리 대학원은 학생들이 입학 후 새로운 사고로 무장하고, 미래 비전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다. 또 미래 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융합인재 양성을 특별히 중시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이 융합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미래 사회의 발전비전을 자각하는 내용 또 최신의 선진적 학문과 융합, 통섭 과정을 중시한다.
또 통섭적 지식과 사고력을 지닌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이중언어를 활용해 교육한다. 이중언어 능력은 미래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도구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2개의 채널을 통해 축적함으로써 지식의 양을 배가시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스마트 교육 방법을 사용한다. 이와 함께, 논문 수준의 질 보장을 위한 체계적인 논문지도시스템 구축, 창의체험학습 등도 우리 대학원의 특징이다.
●학생모집에는 어려움은 없는가.
학생모집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이미 우리 학교의 이중언어 석·박사과정은 융합적 교육내용과 철저한 학사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 대학은 국제융합대학원뿐 아니라 모든 유학생이 어떤 마음으로 입학했든 비전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철저한 학사관리를 통해 졸업 후 진로 설정에 문제가 없도록 지도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하지만 국내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도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대학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으로 대학혁신 전문가인 서경대학교 구자억 혁신부총장을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원문출처>
내일신문 https://www.naeil.com/news/read/525456?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