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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낭만의 도시로 불리는 파리는 오래되고 멋진 카페들로도 유명하다.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중심에 자리해 파리지앵과 여행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노천카페들,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셰미술관을 비롯해 골목의 작은 미술관에 마련된 멋진 휴식의 공간들, 위대한 작가와 화가들을 위한 안식처이자 아지트였던 곳. 카페는 단지 커피와 식사를 제공하는 곳 이상의 중요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많은 화제를 만들어낸 ‘2024 파리 올림픽의 감동을 간직한 채, 우리는 아름다운 파리의 카페를 향한 여정을 이 책과 함께할 수 있다. 대학에서 프랑스문화와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교수이자 스스로 예술 기행을 즐겨 하는 여행자라 소개하는 저자 최내경에게 파리와 파리 카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파리, 카페, 예술, 잊을 수 없는 추억 『파리가 사랑한 카페』 최내경.jpg 

메종 로즈

 

Q. 오래전, 고흐의 집을 아시나요를 비롯해 프랑스 예술 여행서를 여러 권 내셨습니다. 오랜만에 신간을 내셨는데,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바쁘고 헛헛한 우리의 삶에서 파리의 카페를 떠올리며 그곳을 드나들었던 철학자나 문인 혹은 예술가들로 즐거움을 가졌으면 했습니다. 최초의 카페인 프로코프에서 그랑 카페의 지하 살롱으로, ‘자유의 길을 따라 되마고나 플로르 2층으로, 몽마르트르나 몽파르나스, 에펠탑의 쥘베른 그리고 마지막 셰익스피어앤컴퍼니로 따라가면서 그곳에 머물렀던 볼테르,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고흐, 로트렉, 모딜리아니, 보들레르, 랭보, 헤밍웨이, 모파상 등이들과 사랑과 슬픔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기를 바랍니다.

 

Q. 파리를 낭만의 도시, 예술의 도시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파리라는 도시는 어떤 곳이고, 파리의 카페는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세요?

 

헤밍웨이가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이야기했듯이 파리는 춥고 비가 많이 내리고 여전히 다소 불편한 부분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리는 행복이 있는 만남의 장소인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더 예술적이고 낭만적인 곳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는 예술과 문학, 낭만이 탄생한 곳일 뿐 아니라 혁명과 저항정신이 나온 역사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는 파리 사람들은 항상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건 항상 웃거나 불의에 대해 분노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파리의 카페가 더 멋진 공간인 것은 이러한 시대정신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Q. 파리가 사랑한 카페에는 모두 22곳의 카페를 소개하고 있어요. 최초의 카페 프로코프에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한 번쯤 꼭 들른다는 셰익스피어앤컴퍼니까지파리 여행이 처음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카페는 어디일까요?

 

이 책에 소개된 카페 외에도 너무도 사랑스럽고 멋진 카페가 파리에는 너무도 많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카페는 그중 파리의 멋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을 소개한 곳이라 모두 추천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여행은 항상 시간의 한계가 있기에 몇 곳만 추천하자면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만남의 장소이자 사르트르가 이 공간으로 이르는 길은 자유에 이르는 길이었다는 생제르맹 데 프레의 플로르되마고’, 에펠탑의 쥘 베른’, 최초의 카페인 프로코프입니다.

 

파리, 카페, 예술, 잊을 수 없는 추억 『파리가 사랑한 카페』 최내경 (2).jpg

카페 마를리

 

Q. 이 책에는 외로운 화가 고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카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고 계세요. 고흐에게 카페란 어떠한 곳이었을까요?

 

화가들은 카페에서 영감을 얻었고 자신만의 공간을 아틀리에로 삼아 화폭에 담았습니다. 번뜩이는 영감으로 삶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려낸 반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예술이란 얼마나 풍요로운가! 본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결코 허무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본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지닌 것입니다. 치유할 수 없는 고독과 광기로 이 카페 저 카페를 전전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었던 고흐에게 카페는 작품의 모티브이자 따뜻한 보금자리였습니다. 그는 반고흐 카페로 유명한 밤의 카페 테라스작품에 대해 동생 테오에게 카페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태울 수 있는 안식처로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파괴와 범죄를 저질를 수도 있는 공간이라고 편지를 보냅니다.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의 공간이 된 아를의 반고흐 카페에서 고흐와 이 공간과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길 바랍니다.

 

Q. 볼테르와 루소,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헤밍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 예술가들이 카페를 아지트 삼아 일하고 사랑했습니다. 인상적인 그들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카페는 시민의 의회다라고 말한 발자크를 비롯해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 계몽사상가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혁명의 세력을 모았던 곳은 최초의 카페인 프로코프입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고민하며 진리를 외쳤고, 이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가장 프랑스적인 가치인 저항정신과 개인의 자유를 이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용기 있게 기성 체제의 결함과 폐습을 공격하는 글을 썼던 볼테르는 철학자들은 뒤쫓아오는 개들을 피하기 위해 땅 속에 두세 개의 굴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렬한 뉴튼의 추종자로 계몽의 가장 큰 동력은 과학정신이라고 믿었던 볼테르가 프린키피아, 자연 과학의 새로운 원리를 직접 번역하지 않고 동거녀였더 샤틀레 부인에게 맡긴 것은 무척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모든 면에서 다재다능하고 뛰어난 볼테르였지만 수학에서는 다소 약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보게도 합니다. 여론을 형성하고 이성으로 빛을 비춰주고 귀를 열게 한 계몽이나 지식인의 문제보다 이러한 다소 개인적이거나 사소할 수 있는 부분이 더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르트르나 보부아르는 생제르맹 프레의 카페에서 그들의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창작활동을 했고 그들의 주요 작품 대부분은 되 마고나 플로르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마도 글을 쓰기 좋은 조용하고 따뜻한 이 카페에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 근심, 회환 등을 이 공간에서 적어나갔으며 함께 읽어나가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카페 플로르의 주인이었던 폴 부발은 하루종일 차 한 잔을 앞에 두고서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계속 쓰고 있는 사르트르를 보고 최악의 손님이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헤밍웨이 역시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파리에서의 생활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 공간 역시 카페입니다. 그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그의 앞에 펼쳐진 세계를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모든 인생의 모습들이 총망라되어 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그는 모든 것을 보았고 천 가지 이야기를 풀어준 이 공간에서 자신의 글을 써나갔습니다.

 

태양이 어지로운 거리를 비추거나 황금의 먼지처럼 황혼이 따뜻한 대지 속으로 밀려올 때 그리고 밤이 찾아와 수백만 개의 불빛들이 세상을 대낮처럼 밝혀줄 때면 나는 어김없이 카페의 테라스에서 음료수를 앞에 놓고 멍청히 앉아 있다

 

파리, 카페, 예술, 잊을 수 없는 추억 『파리가 사랑한 카페』 최내경 (3).jpg

 

Q 표지가 참 예쁩니다. 표지의 그림은 파리의 서정 화가로 유명한 노화가 미셸 들라크루아의 작품이네요. 이 작가와의 특별한 인연이라든가, 책의 표지로 이 그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하기도 했던 미셸 들라크루아는 따뜻하고 정겨운 화풍으로 아름답고 멋진 파리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가 그린 <카페 드 라 페>에서 우리는 우수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모든 것을 감싸는 황혼처럼 이 공간과 함께했던 낭만 가득한 파리에서의 시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들라크루아는 파리가 사랑한 카페표지에 자신의 작품이 사용된 것에 기뻐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직접 책을 드리기 위해 노르망디에 계신 작가를 만나러 갈 계획입니다.

 

Q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추억도 담겨 있고, 우리가 몰랐던 카페의 역사도 알 수 있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책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시나요?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독자는 곧 작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책에 쓰여진 장소를 독자의 민감한 감수성으로 다시 쓰기를 해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공간의 안내자로 여백을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는 이전보다 시공간이 훨씬 넓어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떠올릴 만한 멋진 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원문출처>

교보문고 https://casting.kyobobook.co.kr/post/detail/3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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