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K팝이 소환한 ‘푸른 산호초’의 62세 여전사 마쓰다[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1.jpg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그대가 좋아, 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가요∼(あなたが好き, あ∼私の恋は 南の風に乗って走るわ∼).’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松田聖子)가 1980년 데뷔 후 두 번째로 발표한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의 한국 내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올해 6월 말 도쿄돔에서 열린 K팝 그룹 뉴진스의 팬미팅 이벤트에서 멤버 하니가 ‘푸른 산호초’를 사랑스럽게 부른 뒤 일어난 파장이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K팝이 소환한 ‘푸른 산호초’의 62세 여전사 마쓰다[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2.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푸른 산호초’는 현재 일본의 빌보드 저팬이 발표한 차트 ‘Global Japan Songs excl. Japan’에서 3주 연속 10위 안팎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차트는 (일본 기준) 해외에서 히트하는 일본 노래의 랭킹인데, 국가별로 보면 한국에서 6월 28일∼7월 11일 2주 연속 2위를 달리다가 12∼18일에 1위를 기록했다. 44년 전 내가 불렀던 노래를 한국 사람들도 부르고 좋아한다니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1980년에 데뷔한 그녀는 6월부터 일본 전국 콘서트 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며 9월 초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입장권은 늘 하루 만에 완판된다. 콘서트 영상을 보면 곳곳에서 “세이코 짱∼”을 외치는 소리가 울린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그득하다. 만 62세의 그녀는 지금도 틀림없는 현역 아이돌이라 하겠다.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적어 우리는 또래로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 1980년 그녀의 데뷔 당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해 홀로 집을 떠나 도쿄의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내가 처음부터 팬이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녀를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와 살아가는 모습에 힘을 받아 용기를 얻게 됐다.

한국에서는 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대한 일본 반응을 ‘풍요로운 버블 경제 시기를 떠올리게끔 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가 풍요로운 시기는 아니었다. 버블 경제의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시기는 그때부터 5∼6년 후인 1986년부터 1990년경이다.

일본은 1945년 패전 후 부흥의 시기를 거쳐 1955년경부터 고도 성장을 시작한다. 그러나 1972년 1차 석유 위기로 성장이 멈추고 물가는 급등했다. TV, 냉장고, 자동차 등의 소유율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은 올라갔지만 그간 무리한 개발로 사회문제와 공해가 촉발됐다.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존여비의 구태의연한 기존 세대의 사고방식이 사회를 지배했고 부모님과의 소통이 어려웠다. 특히 내가 살던 시골은 보수적인 경향이 여전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았다.

내 경우도 대학 진학을 원했지만 완고한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국립대, 게다가 약대나 간호학과가 아니면 등록금을 내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런 시대 속에서 등장한 게 마쓰다였다. 마쓰다 또한 아버지가 연예계 진출을 반대하는 바람에 설득을 거듭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야 데뷔했다. 처음에는 귀엽고 노래를 잘 부르는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아이돌’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회의 기존 가치와 싸우는 의연한 여전사임을 드러냈다.

데뷔 당시 별명은 ‘귀여운 척하는 아이’라는 의미의 ‘부릿코(ぶりっこ)’였다. 여성보다 남성 팬이 더 많았다. ‘세이코 짱 컷(聖子ちゃんカット)’이란 헤어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1985년에 결혼하고 이듬해 엄마가 되며 서서히 대중의 기대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녀는 엄마가 되었어도 가수 활동을 멈추지 않아 ‘원조 마마돌(ママドル)’이라고 불렸다. 그러곤 데뷔한 지 10년째 되던 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두 번의 이혼과 재혼도 했다. 한때 사회적으로 심한 비난도 받았지만 변명 한마디 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노래했다. 그런 모습이 동시대에 사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내, 순정을 강요받아 온 여성들에게 마쓰다는 노래와 미모를 무기로 사회의 기존 가치에 대항하며 싸우는 여전사 그 자체였다. 나 역시 그런 그녀를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성장하는 아이돌’의 상징이다. 사실 2021년 12월 그녀는 외동딸을 잃으며 많은 사람의 걱정을 자아냈다. 하지만 올해 3월, 그 시간 동안 홀로 대학에서 공부하며 법학부를 졸업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다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마쓰다는 내년에 데뷔 45년을 맞이한다. 하니의 노래를 계기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는 아이돌’ 마쓰다의 노래와 지치지 않고 세상과 투쟁해 온 여전사 같은 그녀의 일면도 함께 기억해 준다면 기쁠 것이다. 나도 그녀처럼 통쾌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730/126218699/2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73164

서경대학교, ‘2024 차세대 동포 한국어 집중캠프’ 개최 file

재외동포협력센터와 함께 서경대 언어문화교육원서 재일동포 초등학생 대상 한국어교육과 다양한 문화체험 학습 제공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 언어문화교육원(사업단장 김동휘 원장)은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근)와 공동으로...

서경대학교 ‘2024 제1회 크래커(CRECA: Creative+Culture+Arts) 강사교육’ 실시 file

7월 20일(토), 29일(월) 양일간 서경대학교 유담관 Co-Working Space서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 문화예술센터(센터장 최은정) 바삭바삭랩에서는 7월 20일(토)과 29일(월) 서경대학교 유담관 Co-Working Space에서 &2024 제1회...

분야별 최고 멘토들의 인생 해법…'이것만 알면 인생 인싸' file

모두출판협동조합 제공  정보 과잉의 시대에 분야별 최고 멘토들의 인생론(人生論)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이자 뉴시안의 대표이사인 전규열 대표의 신간 '이것만 알면 인생 인싸'는 26명의 ...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 교수의 성공투자 법칙⑰] 매도타이밍과 주식용어 file

<지난 호에 이어서> 종목선정까지 끝났으면 매매를 통해서 투자를 진행하고 종목 교체나 매도타이밍을 잡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다. 이러한 과정이 본인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쳐서는 절대 안 된다...

김광석 서경대 물류유통학과 교수 칼럼: [항동에서] 중소기업 부족 인력, 실버인력으로 해결하자 file

▲김광석 서경대학교 물류유통학과 특임교수 인천에는 1만3814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전체기업이 1만3847개이다 보니 그 비율이 99.7%나 된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이철민 서경대 나노화학생명공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34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 file

서경대학교 나노화학생명공학과 이철민 교수가 국내 과학기술계의 최고 권위 학술상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총) 제34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수상식은 7월 11일 제2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대회에서 ...

‘성북 캠퍼스타운 아카데미 (2학기)’ 강좌 수강생 모집 file

주제 ‘유튜브 첫걸음’, 수강인원 20명 선발, 캠퍼스타운 창업 프로그램 참여 지원 등 혜택 제공  서경대학교 캠퍼스타운 조성사업단(단장 이철민)은 성북 클러스터 구축 및 지역 문화예술 향유 대상 확대, 창업팀 발굴...

채성준 서경대군사학과 교수 칼럼:국가정보원 바로 서 ‘이름 없는 별’들 명예 지켜져야 file

국가정보원 청사에는 순직한 요원들을 기리는 ‘이름 없는 별’ 조형물이 있다. 2018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정원 방문을 계기로 조성됐다. 당시엔 별이 18개였으나 지금은 19개로 늘었다. 조형물 밑에는 “소리...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K팝이 소환한 ‘푸른 산호초’의 62세 여전사 마쓰다[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그대가 좋아, 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가요∼(あなたが好き, あ∼私の恋は 南の風に乗って走るわ∼).’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松田聖子)가 1980년 데뷔 후 두 번째로 발표한 ‘푸른 산호초...

[서경대] 미래융합학부·자유전공학부 신설…대학체제 산학협력 친화형으로 전환 file

2025학년도 수시 모집_서경대 서경대가 현재와 미래의 사회적·경제적·기술적 도전에 대응하고자 ‘미래융합학부’를 신설하고, ‘현장 실무 중심 창의융합 교육’으로 실용 중심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