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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공포감 조성 겨냥한 다목적 노림수

인명 살상 등 물리적 도발 가능성 배제 못해



비대칭 전력은 전쟁에서 무력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전술적 수단을 말한다. 이 개념은 앤드루 맥이 베트남전을 모델로 1975세계정치에 발표한 논문 왜 군사적 강대국이 소규모 전쟁에서 패배하는가?’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1997년 미 국방부의 ‘4년 주기 국방검토보고서에서 재래식 무기에 따른 경쟁에서 미국이 갖는 우위는, 적들로 하여금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비대칭적 수단을 사용하게 만들었다고 밝히며 재조명되었다.

 

북한은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과 더불어 지난달 28일부터 1000여 개의 오물풍선을 살포하였는가 하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을 하는 등 치졸한 대남 회색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서는 중국과 동남아·중동 등에서 우리 공관원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준비 중인 징후가 포착되기도 하였다.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가 무엇이든 북한 체제 특성상 이런 모든 것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물풍선은 고강도테러의 전주곡.jpg 

채성준 서경대 교수·군사학과장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남노선의 근본 전환을 선언하였으며, 그 이후부터 셀프 우상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속되는 경제난 속에 엘리트층의 탈북이 증가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 와중에 한··일 정상회담과 위성 발사 실패는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이은 대남 도발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 과시, 우리 국민에 대한 공포감 조성, 내부 단속 등을 겨냥한 치고 빠지기식의 다목적 노림수다.

 

북한은 남북한의 국력 격차가 심화되는 데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음에도 한반도 적화전략을 포기한 적이 없다. 문제는 현재의 전쟁 수행 능력을 고려할 때 대남 전면 도발은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타개하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비대칭 전력이다.

 

다만 핵은 현실적 수단으로서 제약이 있고 사이버 공격은 위협이 충격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국지적 무력도발 또한 우리 군의 ··(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 때문에 여의치가 않다. 현재로선 가장 유효한 비대칭 전력 수단이 국가 관여(State-sponsor) 형태의 테러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은 전주곡에 불과할 뿐 궁극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고강도 테러로 이어질 소지가 농후하다. 국정원이 경고하였듯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모방해 드론(무인기)과 동력 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한 후방 침투·테러를 시도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성기 재개와 9·19 군사합의 무효화 등의 수순을 밟고 있지만, 그보다 인명 살상이나 건조물 파괴와 같이 테러로 위장한 물리적 도발을 자행할 경우에 대한 대책이 당장 시급하다. 하지만 20163월 제정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는 테러단체를 유엔 지정 테러단체로만 국한하고 있어 북한에 의한 테러에 적용시키는 데 제약이 따른다. 군 병력 동원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침투 도발 행위의 경우 통합방위법상 즉각적인 교전이 허용되지만, 통상적인 테러 발생 시에는 군사시설 안에서 발생하거나 경찰력의 한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해 요청하는 상황에만 경찰의 대테러 작전을 지원하도록 제한된다.

 

결국 테러가 최초로 발생할 시에 그 주체를 확인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초기 대응상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 현실로는 서방세계를 겨냥한 중동발 테러보다는 북한에 의한 국가테러 발생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단 고강도 물리적 테러는 북한의 도발이라는 전제하에 통합방위법에 근거해 대응 시나리오와 민관군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유사시에 모든 상황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 남남갈등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협조가 중요하다.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채성준 서경대 교수·군사학과장


<원문출처>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604514607?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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