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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살림에 ‘불황형 대출’ 역대 최고치
계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살림살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는 보험약관 대출의 증가와 보험해약 건수의 증가로도 쉽게 알 수 있다. 2023년 말 기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수준인 71조 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상품의 해지 환급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상품으로서 신용도에 영향을 받는 일반 신용대출과는 달리, 신용도와 소득수준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급전의 융통을 꾀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약관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개인 및 가계의 자금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쉽사리 잡히지 않는 물가에 세계 경제 빨간불
코로나 극복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과 우크라 사태가 불러온 고물가 상황이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물가안정으로 인한 미 연준의 피벗(금리하락으로의 통화정책 전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지금은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만 한 가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가장 큰 정책의 목표로 삼는다. 이는 물가가 민생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가안정목표는 효율적인 통화정책 수립과 집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물가목표치인 2%보다 높으면 2% 수준으로 내리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금리인상)을 취하고, 2%보다 낮으면 완화적 통화정책(금리인하)을 취해 2% 수준으로 맞추는 식이다.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 어떤 게 있을까
그렇다면 여기에서의 물가란 어떤 지표를 의미하는 걸까? 가령 물가목표치 2%라고 할 때의 물가는 주로 소비자 물가 지수(CPI) 또는 근원 소비자 물가 지수(Core CPI)를 의미한다.

먼저, CPI는 개인이 구매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로, 식품, 에너지, 주거, 의류, 교통, 의료, 교육, 오락 등 다양한 항목을 산정 시 포함한다. Core CPI는 CPI에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를 말한다.

이는 변동성이 큰 항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물가 효과를 제거하고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를 더 명확하게 살펴보기 위함이다. 만약 가뭄으로 인해 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국제 분쟁으로 인해 석유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경우, CPI는 크게 증가하지만 Core CPI는 상대적으로 작은 변동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민의 씀씀이로 보는 물가와 미래 경기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물가지표로 PCE와 Core PCE가 있다. 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는 개인소비지출로 쉽게 말해 한 나라에 있는 모든 개인들이 쓴 돈의 합계액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특정 기간에 국민이 지출을 늘렸는지 줄였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향후 어떤 항목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Core PCE는 Core CPI처럼 PCE에서 식품과 에너지 가격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항목들의 변동을 측정한 지표이다.

얼핏 보면 CPI와 PCE의 차이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둘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첫째, 지출의 포함 범위다. 먼저 개인소비지출을 의미하는 PCE는 개인이 지출한 금액뿐만 아니라 정부나 기업이 개인을 위해 지출한 금액도 포함하여 계산한다. 예컨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의료 서비스 비용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건강 보험 혜택 등의 간접지출도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PCE는 개인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전체 소비 지출을 보다 포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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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품목의 비중 조정 주기다. 미국의 경우 CPI 품목의 비중 조정은 일반적으로 2년마다 재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PCE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반영하여 매 분기 단위로 품목을 조정한다. 이에 PCE가 CPI보다 실제 경제 상황을 더 민첩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준은 어떤 물가지표를 선호할까?
미 연준(FED) 의장 제롬파월을 비롯해 FED멤버들은 CPI보다 PCE, 특히 Core PCE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PCE가 물가상황과 국민 경제생활을 더 민첩하고 포괄적으로 잘 반영하고 있고, Core PCE가 장기적인 정책 수립에 더 유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물가안정목표가 2%라고 할 때, 물가지표로는 Core PCE를 더 염두에 두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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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23년 연말쯤에는 PCE 실제치가 예상치보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점차 물가안정목표치 2%에 다가서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금리인하로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하지만 2024년 3월 실제치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자, 연준 의장은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금리 인하설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가와 경제 성장을 모두 잡기 위한 고심
좀 더 나아가 이것도 한 번 생각해보자. 그런데, 왜 주요국의 물가목표치는 2%일까? 이는 2% 수준이 경제가 너무 과열되지도, 그렇다고 너무 침체되지도 않는 적당한 수준이라 판단해서이다. 바꾸어 말해 2% 수준 정도로 물가가 오르는 것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한 때 이 물가목표치를 3%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 이는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2% 수준으로 내리기 위해 고금리를 오래 유지하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된다는 주장에서이다. 하지만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올리면 오랫동안 유지해온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정책의 일관성에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물가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물가는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먼저 생활비가 증가한다. CPI보다 더 높은 게 생활물가지수이다(일상생활에서 자주 많이 구입하는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작성된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임). 그만큼 개인 및 가계의 일상 지출에 큰 타격을 준다는 의미이다.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이 증가하는 것도 늘어난 생활비 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이다.

둘째, 명목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셈이다. 이는 저축 및 투자여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셋째, 고물가는 고금리로 이어지기에 가계부채 부담이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건강과 삶의 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생활비 절감을 위해 저렴한 식품을 선택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이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전략이 필요한 때
이에 고물가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나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필수지출과 비필수지출을 구분해 비필수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든지, 예기치 못한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금을 확보한다든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물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다든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채 금리 조정 등 부채 재조정 가능 여부를 점검한다든지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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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CFP인증자, 서경대학교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원문출처>
FP 저널 : https://www.fpkorea.com/2014/kfpa_2015/sub/sub.asp?page=1&p_bm_key=314&p_bd_key=18904&bm_key=&bd_key=&p_section_v=&is_sch=&p_is_open=&kWt=&ykey=&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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