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실 서경대 대학원 경영학과 외래교수
소나무 숲에 송충이가 창궐해 온 산의 소나무를 갉아 먹어 고사시킬 것 같지만, 자연은 송충이의 천적이 바로 번식해 송충이를 잡아먹기 때문에 자연성을 회복하고 숲속 자연의 평형을 유지한다.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자연성 회복에 대한 내용이다. 이뿐만 아니라 분재 전문가에 따르면, 인공으로 재배하는 분재가 시름시름 고사되어 갈 때 분재목을 얼른 땅에 묻으면 살아난다고 한다. 두 사례는 식물의 세계에서 자연치유 사례다. 코끼리는 위에 이상이 생기면 먹이활동을 중단하고 100% 정상화 될 때까지 스스로 기다린다. 같은 맥락에서 브라질에 서식하는 큰 개미 핥기는 흰개미 집을 1/3만 파괴하고 1/3만 잡아먹는다. 공진화(共進化) 관계다.
생물학의 ‘앨런의 법칙’에 따르면 고위도에 살수록(기온이 낮을수록) 열을 체내에 유지하기 위해 몸의 말단 길이가 짧아지며 저위도에 살수록(기온이 높을수록) 열 배출을 원활히하기 위해 몸의 말단 길이가 길어진다는 법칙이다. 동·식물 세계의 놀라운 자연치유와 건강한 생태계 모습이다. 인간의 생존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신(神)은 인간을 창조할 때에 병이 들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치유력을 줬다. 전술한 소나무 숲 이야기를 통해 보듯이, 자연은 자연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송충이와 그 천적의 상호작용, 분재의 회복, 코끼리의 자연치유, 그리고 큰개미 핥기의 공진화 과정은 자연치유와 건강한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인간의 의료시스템에 적용한 것이 ‘자연치유’이다.
‘자연치유’의 의미는 인간의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모든 의료시스템의 범주에 속한다. 이는 한의학, 전통의학, 통합의학, 전인치유, 보완대체의학, 전승의학, 민족의학 등을 활용한 치료와 치유를 포함하며, 자연치료의학, 자연치료요법 등으로 병행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질병의 신체적 측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사회적·환경적인 부분까지 관찰하여 조화로운 치료를 위해 다양한 자연자원과 자연의 원리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치유의 원리는 단순하다. 병이 있으면 반드시 치료법도 있다. 질병의 원인을 알면 그에 대한 치유법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몸에는 원초부터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이 있다. 진정한 치료제는 내 몸 안에 있으며 이러한 치료제가 그 힘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자연치유다. 그렇다고 자연치유가 완전하고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은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으로 완전히 안녕(well-being)한 상태”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영적인 안녕은 영혼의 상태에 대한 정신활동으로 본다. 반면, 과학문명의 발달은 환경파괴라는 역설을 낳았다. 이로 인한 “지구의 기후변화는 환경적 측면에서 회복 탄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ESG경영학회).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환경파괴는 썩은 사과가 멀쩡한 사과까지 썩게 만들어 사과 상자 전체를 버려야 하는 이치와 같다. 그렇다고 ‘문명은 악이고 자연은 선’이라는 발상은 종교적 차원에서 교조화되기도 하고 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세력화 되기도 한다. 두 명제가 공존하려면 양측이 가치와 신념의 영역이 아닌 전 지구적 입장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ESG 경영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지구의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하다. 따라서 자연치유와 ESG 경영은 서로 배타적 개념이 아닌 요철처럼 의존적 상보적 개념이다.
<원문출처>
경기일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519580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