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한일 가교의 길조 까치[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1).jpg


까악, 까악, 까악!


2024년 첫날을 이 소리와 함께 시작했다. 옆집 지붕에 놀러 온 까치 소리다.


나는 까치의 모습을 보면 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까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음력 설날 노래에 나오고, 민화 속에서는 사나운 호랑이 곁에서 호랑이를 놀리고 때로는 짝꿍이 되어 함께 등장하는 새다. 가끔 찾아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경복궁에서도 까치를 만날 수 있다. 까치는 한국인 가까이에 존재하며, 가장 사랑받는 새 중 하나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한일 가교의 길조 까치[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2).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한편 일본에서도 한국 못지않게 까치를 사랑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내 고향 사가(佐賀)현이다. 1923년 사가에 서식하는 까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1965년에는 현의 새(県鳥)가 됐다. 사람들은 사가현 까치를 친근감 있게 가치가라스(かちがらす)’라 부른다. 나는 그 가치가 이 까치라는 걸 한국에 와서야 알았고, 까치를 보면 고향 생각이 나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따라가게 된다.


일본에서 까치의 학명은 가사사기(カササギ·)’인데, 사가현에서만 가치가라스로 불리는 까닭은 까치라는 발음에 더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선 발음을 정확히 낼 수 없기에 까치의 가장 가까운 발음인 가치(かち)’가 되었다. 여기에 까마귀의 뜻인 가라스를 연결시켜 가치가라스’, 까치까마귀가 된 셈이다. 옛날에는 조센가라스(朝鮮烏)’ 또는 고라이가라스(高麗烏)’라고 불렀다고 한다. 옛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일본에 서식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건너와 일본에 정착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건너온 기원은 임진왜란 때 나베시마(鍋島) 번주가 까치까치라는 소리를 가치가치()’, 승리승리로 인식하고, 복을 가져다주는 길조로 생각해 데려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나는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흙으로 만든 까치 인형을 보고 반해버렸다. 더구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볼 때마다 품절이라 갖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초 고향 집 가는 길에 사가현 간자키(神崎)시의 오사키(尾崎)인형 공방을 방문했다. 논 한가운데 있는 공방에서는 계승자 조지마 마사키(城島正樹) 씨가 나를 반기며 기다렸다.


오사키 인형13세기 일본에 몽골군이 쳐들어왔을 때 포로가 된 몽골군 병사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든 것을 시작으로 700년 넘게 계승되어 온 도자기 인형이다. 사람이나 동물, 새 등의 모양으로, 입김을 불어 넣으면 호오하고 소박한 소리가 나는 흙피리와, 흔들면 데굴데굴 귀여운 소리가 나는 토령(흙방울)이다. 까치 인형에 대해 물으니 조지마 씨는 만들기 시작한 지 3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최근 뜻밖에 인기가 있어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만들게 됐어요라고 했다. 그 이유로는 흑백의 단순한 디자인이 요즘 감각에 맞았고, 까치가 무척 사가다운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또 까치의 서식지는 전 세계에 걸쳐 있으며, 많은 곳에서 길조로 반기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좋아할 만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원래 인형의 틀은 대()와 중()뿐이었는데, 현대인의 취향에 맞춰 작은 크기()를 더했어요. 가족을 나타낸 것이기도 합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곳에서 구입한 세 가지 까치 인형 가족은 지금 우리 집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삶에 작은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가에서 까치는 폭넓게 활약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가의 축구 J리그 팀 사간토스(サガン鳥栖)’의 마크와 마스코트, 그리고 국립사가대의 엠블럼과 마스코트로 활용되고 있다. ‘가사사기호라는 열차도 만들어져 후쿠오카에서 사가까지 운행하고 있어 이번에 나도 타보았다.


202014일의 니시닛폰신문 보도를 보면, 사가현 교육위원회가 20112013년에 실시한 조사 결과 까치의 수가 1990년대의 약 2만 마리에서 약 1만 마리로 줄었다고 한다. 실제 이번 여행에서도, 서울에서도 예전만큼 많이 만날 수 없어진 게 현실이다. 무척 안타깝다.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는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줬다. 한국에서 건너가 일본에 정착한 까치도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견고한 오작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까치로 연결된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계속 교류하기를 바란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104/122908854/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74165

서경대학교 2024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 9.07대 1, 홍익대에 이어 2위 기록 file

서경대학교가 2024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에서 서울지역 4년제 대학 중 홍익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서경대학교는 1월 6일 2024학년도 정시 신입생 모집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583명 모집에 5,290명이 지원해 평균 9...

[서경대 카드뉴스] 2024학년도 1학기 표준 현장실습학기제 학생 모집안내 file

□ 기업리스트, 학생신청서류 등 공유 드라이브 URL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svLjg1u2Uz70JQvF37hnz0P119bqoXA1 - 서경대학교 e-mail 계정[@skuniv.ac.kr]으로 로그인 후 확인 가능 <홍보실=박유정 학생기...

서경대학교 대학혁신추진사업단, ‘7개 대학 연합 2023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우수사례 성과 포럼’ 개최 file

1월 4일(목) 오후 1시 30분 교내 본관 8층 컨벤션홀서, 유튜브로도 생중계돼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는 1월 4일(목) 오후 1시 30분 교내 본관 8층 컨벤션홀에서 건국대학교, 명지대학교, 서원대학교, 세명대학교, 세종대학교,...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한일 가교’의 길조, 까치 file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까악, 까악, 까악! 2024년 첫날을 이 소리와 함께 시작했다. 옆집 지붕에 놀러 온 까치 소리다. 나는 까치의 모습을 보면 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가슴...

서경대학교 · 국제프로스키지도자협회(ISA), 공동 업무협약 체결 file

19일, 2월16일 엘리시안강촌 스키장에서 자격 검정 실시 검정 통과되면 국내외 스키 및 스노보드 강사 자격 주어져 김재환(오른쪽) 서경대학교 스포츠엔테크놀리지학과장과 김황한 ISA 협회장이 업무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서경대 MFS] 해외인터넷전문은행 – USAA FSB file

서경대학교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회는 금융정보공학과 서기수 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으로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핀테크시장의 흐름과 동향파악을 통해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

김기은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칼럼: 기술혁신과 바이오연료 file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김기은 명예교수 [독일 DLG Chair] 2023년은 바이오연료분야에서 가장 의미있는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디젤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바이오 디젤의 생산과 공급을 위해 고군분투...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열린마당] 신냉전시대 기밀유출 방지 장치 시급 file

2006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A씨 지시로 국내 정치 상황 및 북한 관련 예민한 정보가 담긴 문건들을 작성해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충격적 증언이 나왔다. 조배숙 문광위원장이 “제기된 내용이 사...

서경대신문 575호 file

서경대학교 경영학부 졸업생 16학번 이정민 학우, 2023년 제58회 공인회계사시험(KICPA) 최종 합격···합격자 이정민 학우 인터뷰 file

서경대학교 경영학부 졸업생 16학번 이정민 학우가 지난 2023년에 시행된 제58회 공인회계사시험(KICPA) 제2차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제58회 공인회계사 시험의 최종합격자는 1,100명으로, 절대평가제 1,024명, 상대평가제 76명으로...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