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업계 또한 위축된 요즘 같은 때에 글 작업에만 몰두하던 신인 작가, 감독들의 위기감은 커져간다. 이들은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진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2023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사업화 지원사업’ (이하 사업화 지원사업)은 작품의 기획·개발을 지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질적인 콘텐츠 사업화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러 수행기업 중 오은영 대표가 이끄는 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과 사업화 지원사업을 이어가는 유일한 기업이다. 오 대표는 관계사인 이오콘텐츠그룹과 시너지를 내며 10명의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다양한 IP로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올해 사업화 지원사업에 함께한 10인 중 4명의 작가를 만나 그들이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을 물었다.
사업화 지원사업 수행기업 이오엔터테인먼트 오은영 대표(사진 가운데)와 참여 작가들. 김정우, 김은채, 오유빈, 서샛별(왼쪽부터).
사업에 선정된 10인의 작가들은 자신의 프로젝트 사업화를 위한 개발비를 운용할 수 있는데, 결국 이 과정이 유용하려면 예산을 어떤 방향으로 집행할지 조언해주는 컨설턴트의 역할과 다양한 네트워크가 긴밀히 작동해야 한다. CJ ENM 중국영화사업 팀장, 한국영화투자 팀장을 거쳐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9년 이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오은영 대표는 “국가 지원사업을 넘어서 작가들을 양성하고 산업현장으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하고자 한다”. 오 대표는 12월4일 공개되는 STUDIO X+U 오리지널 시리즈 <밤이 되었습니다>를 제작, 영화 <백수아파트>, 이준혁, 한지민 주연의 SBS 드라마 <인사하는 사이> 등의 공동제작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합류한 10인의 작가 중 대표로 인터뷰에 참가한 김은채, 김정우, 오유빈, 서샛별 작가는 여러 제작사, 플랫폼 실무진들과 작품의 향방을 논의하면서, 김은채 작가는 자신의 영화 시나리오를 출판물로, 오유빈 작가는 드라마 대본을 웹툰으로 바꿔볼 결심도 하게 됐다. 제작비나 현실적인 여건 등으로 자신의 소재, 컨셉에 회의하던 작가들도 다양한 매체를 경유하는 동안 제약 없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돼 작품의 깊이와 확장성 측면에서 시너지를 얻고 있다.
이처럼 사업화 지원사업의 핵심은 다양한 포맷, 장르별 IP의 개발 및 제작이다. 현재 이오에서 개발 및 사업화 중인 50개 이상의 IP들은 영화 시나리오, 롱-미드-숏폼 드라마, 웹툰, 웹소설, 출판, 게임 등 9가지 포맷과 13개 장르로 뻗어나간다. 이에 대해 오은영 대표는 “OTT가 일으킨 지각변동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창작자들이 더이상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전만으로는 승부하기가 어려워진 현실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가 “OTT나 웹툰 플랫폼은 물론 지속 가능한 ESG콘텐츠, 메타버스 등을 확장하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사업 기회에 대응할 수 있는 기민한 감각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화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작가들은 IP의 다각화 외에도 강의와 네트워킹, 피칭 쇼케이스, 컨셉북 자료집 제작, 각색, 프로필 촬영 등을 통해 작품의 세일즈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받는다. 오 대표는 신진 작가들에게 전환과 확장을 키워드로 삼아볼 것을 제안했다. “모든 스토리가 원천 IP가 되어야 한다. 어떤 매체, 어떤 포맷에 맞게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글을 쓰면서 전환과 확장을 통해 오리지널 대본의 가치를 높이길 바란다.”
김은채 작가
2020년에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했던 김은채 작가는 웹툰, 방송 작가로 일한 경력이 있다. 김은채 작가의 다재다능함을 알아본 오은영 대표는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김은채 작가를 전혀 다른 영토로 이끌었다. 작가 활동을 하는 동시에 비영리단체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가로서도 열심인 김 작가가 논픽션에도 적합하겠다고 판단, 그의 시나리오 <지하실의 새>를 출판 IP로 바꿔보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공론장을 조직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사각지대의 사람들에게도 이야기가 가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가인 그는 청년단체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지원에도 관심이 많다. “풍부한 경험, 개개인의 스토리를 비문학에서 더욱 섬세히 풀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해, 김은채 작가는 시나리오 작업에서는 축소해야 했던 캐릭터 각각의 사연을 비문학 영역에서 더욱 비옥하게 만드는 작업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원화 사업에서 얻은 이점으로 출판사 대표들과 직접 만나 다각도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을 꼽는다. “작가 일을 하면서도 가끔 기획자의 정체성이 더 강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다양한 컨설팅을 통해 그런 내 자질을 부정하기보다 오히려 더 전면화하고 출판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생각할 수 있었다.” 김은채 작가의 답은 현실적이었다. “아무리 좋은 사업도 성취와 후회가 동시에 남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분명한 것, 아무리 못났어도 내 자식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는 것이다.”
김정우 작가
대학에서 영화 석사과정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영상 제작을 가르치고 있는 김정우 작가는 <드림 캐처>를 영화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김 작가는 <드림 캐처>가 젊은 연령대의 주인공들, 시의성 있는 소재, 그리고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이 가능하며 길지 않은 호흡으로 소화했을 때 강점이 있는 점 등으로 영화화를 최우선순위로 놓고 접근하라는 조언에 충실하기로 했다. 김은채 작가와 마찬가지로 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한 성과로 오은영 대표를 통한 실제 산업 플레이어들과의 꾸준한 만남을 꼽는다. 특히 올해 “매니지먼트에서 시나리오를 읽는 시각을 처음으로 체감”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캐스팅 디렉터를 주선받아 캐릭터 코칭을 듣는 과정을 통해서다. “한달에 한번 한 시간씩 이야기하거나 집필 중간중간 소통하기도 한다. 내게는 가장 유용한 조언이 된다. 항상 주제와 구조 중심으로 생각하던 것에서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됐다.” 김정우 작가와 같이 오랫동안 작품을 준비해온 작가들은 아이템은 많지만 사업화의 관문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 사업화 지원사업은 “현업 PD와 교류하면서 문서화, 트레일러 제작, 비즈매칭 등 한마디로 ‘계약화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라는 것이 김정우 작가의 경험담이다.
오유빈 작가
오유빈 작가의 <비나이다>는 일제강점기 무당들의 독립운동을 그리는 독특한 판타지 작품이다. 그는 오은영 대표를 통해 사업화 지원사업 멘토링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비나이다>가 웹툰이 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겼다. “이런 판타지 시대물이 제작되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는데, 우선 웹툰화해서 투고를 해볼 수도 있고 잘 풀리면 장기연재를 할 수도 있는 기회를 꿈꾸게” 된 것이다. 오유빈 작가는 현재 사업화 지원사업 예산을 통해 웹툰 작가와 계약해 기존의 드라마 시나리오를 웹툰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1화 분량을 샘플로 뽑아보는 중이다. 드라마 시나리오를 쓸 때는 예산이나 제작 여건을 고려해 쓰지 못했던 부분도 과감하게 접근하고 있다. 얼마나 판타지스럽게 연출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범위가 아예 달라지고 있다.” 오유빈 작가는 “내 아이템이 시장에서 영화, 드라마, 웹소설, 웹툰 등 무엇으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포맷을 오가며 풍성한 이야기와 IP를 확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좋다. 실패할 기회조차 없는 요즘 같은 때 이곳에선 배우고 실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샛별 작가
글로벌 시장을 타기팅한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인 <시뮬레이션>은 ”언제나 성장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히는 서샛별 작가가 여러 선택지 앞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내면을 SF적 설정과 결합시킨 작품이다. 유독 선택하는 일에 취약한 게임 회사 직원이 무언가를 선택하려 할 때마다 눈앞에 게임처럼 선택지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샛별 작가는 처음엔 영화화를 기대하고 썼으나 영화 투자가 동결된 시장에 낙담하던 차에 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드라마 시리즈로서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드라마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던 시기에 “분량, 예산, 타깃층 등 내 이야기가 영화에서 드라마로 바뀌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지 매우 구체적으로 컨설팅받을 수 있었던 점”을 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한 다양한 프로듀서들과의 만남이 준 이점으로 꼽는다. 오은영 대표는 2023년에 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하게 된 10개 작품 중 <시뮬레이션>이 해외 진출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로맨스, 휴먼, 가족 키워드에 반응하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업화 지원사업 시작 후 상하이로 출장을 가 피칭을 시도”했다. 오 대표의 전언에 따르면 중국 주요 제작사들에서 곧바로 반응이 와 계약을 앞둔 상태다. 그는 “IP 유출에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 앞으로도 젊은 작가들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IP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도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원문출처>
씨네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3934&utm_source=naver&utm_mediu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