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우리 군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주요 군 시설을 중심으로 대북 휴민트(HUMINT·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는 보도가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정보참사’의 중심에 휴민트 붕괴가 있다는 대내외 분석과 관련한 조치로 보인다.
첩보수집은 정보활동의 한 수단이지만 정보생산, 비밀공작 등 모든 정보활동의 출발점이자 정보활동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수단이다. 첩보수집의 종류는 인적정보, 즉 휴민트와 테킨트(THCHINT·기술정보)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휴민트는 공개된 대상으로부터 유용한 지식을 입수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핵심은 첩보망 부식을 통한 비밀첩보수집활동이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문명이 발달하면서 테킨트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술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점에서 휴민트의 검증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효용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서도 이스라엘 군은 인공지능(AI)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테킨트를 믿고 있었지만, 정작 하마스는 대원들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예전 방식으로 이를 무력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신호·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대북 감시정찰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상당부분을 주한미군의 전략자산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거짓 정보나 핵심 무기·장비의 은폐·엄폐 등으로 대북 정보수집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이와 같은 한계점을 보완하고 해결하는 궁극적 수단으로는 휴민트 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군과 정보당국에서 대북 휴민트 복원에 적극 나서겠지만, 제대로 성과가 나타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라는 점에서 교범에서 가르치는 첩보수집활동은 매우 힘들고 위험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내외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첩보수집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에 중국 국적 조선족을 잠입시키거나 북한 내부 협력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군 정보기관과 국정원 및 경찰 등 유관기간 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다. 모든 스파이활동에는 차단의 원칙이 기본적으로 존재하지만, 미국의 정보공유 실패로 9·11테러를 속절없이 당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보지원사령부의 국군방첩사령부로의 재탄생, 국정원 국내 보안정보활동 폐지와 같은 정보환경 변화 속에서 대북 휴민트 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다.
<원문출처>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31115/1/ATCE_CTGR_0050030000/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