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종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인터뷰] “T50훈련기로 교육콘텐츠 만들었더니 인기 폭발...‘교육기부2.0’ 디지털 인재 키울 것”
조회 수 2637 추천 수 0 2023.10.19 10:40:02노무종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기부활성화사업 자문위원장 인터뷰
교육기부 사업 초기 흥행 이끈 주역… 교육기부 재도약도 책임져
“법적근거 마련해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기업 투자 늘릴 것”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12년 8월 경남 사천에 ‘KAI 에비에이션 센터’를 열었다. KAI 사천 본사 내 2968㎡ 부지에 3층 규모로 들어선 KAI 에비에이션 센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긴 교육기부 체험관이었다. 매년 수천 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센터를 방문해 KAI의 항공우주 기술을 체험했고, 교과서에 나오는 항공과학원리를 눈으로 보며 생생하게 학습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KAI 에비에이션 센터는 교육기부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노무종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기부활성화사업 자문위원장(서경대 경영학부 교수)이 1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교육기부 사업 활성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노무종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기부활성화사업 자문위원장(서경대 경영학부 교수)은 KAI 재직 시절 에비에이션 센터 설립과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노 위원장은 KAI 에비에이션 센터의 성공 비결로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견학이 아니라 교과서 속 과학 원리를 실제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교육기부 프로그램의 핵심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입니다. 당시 초·중·고 교과서를 모두 모아놓고 KAI가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에 적용되는 수학이나 과학 공식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모두 53개가 나왔습니다. 이걸 이용해 교과서 속 T50 과학원리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었더니 전국에서 수십 만명이 찾는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2011년 시작한 교육기부 사업의 초기 붐업을 이끌었던 노 위원장은 이제 ‘교육기부 2.0′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 출범한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기부활성화사업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교육기부 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사무실에서 노 위원장을 만나 ‘교육기부 2.0′의 목표와 추진계획을 들었다.
-교육기부 사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교육기부 사업은 기업이나 대학, 공공기관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유·초·중등 교육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2011년 12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과학창의재단을 교육기부센터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기업과 대학 등이 참여했고, 작년 한 해만 해도 285개 기관이 6859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578만명의 학생과 교사가 수혜를 받았다.”
-’교육기부 2.0′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지금까지와는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 건가.
“지금까지의 교육기부는 양적 성장과 외형 확보에 집중했다. 단기 체험 프로그램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교육의 지속성은 아쉬웠다. 또 현장 체험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니 수혜 인원이나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사회 변화와 최신 미래기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코로나19로 교육기부 활동이 지난 몇 년간 위축된 것도 있었다. 현장 체험이 중심이다 보니 거리두기의 영향을 받았다.
교육기부 2.0은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메타버스를 통해 학교에서 제공하기 힘든 콘텐츠를 늘리는 식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려고 한다.”
실제로 교육기부 참여기관 추이를 보면 2014년 1138개에서 2018년 3183개로 꾸준히 늘어나다 2020년 2796개, 2021년 1449개로 코로나19 기간이 주춤했다. 코로나19에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된 2022년에 다시 3260개로 참여기관이 늘어났고,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를 바탕으로 교육기부 사업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차원의 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교육기부 사업 확대가 들어가 있다고 봐도 될까.
“최근 윤석열 정부는 교육분야 국정과제로 늘봄학교 지원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기부 사업을 통해 전국 초등학교에 양질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겨울방학 기간 동안 늘봄학교 시범학교 459개교를 대상으로 300개 과정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벌어진 계층간 교육 격차, 교육 공백 해소가 시급하다. 여기에 교육기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디지털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기부가 디지털 인재 육성에 도움을 줄 수 있나.
“물론이다. 지금은 사회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교사가 대학에서 배운 걸 학생들에게 암기 위주로 가르치는 방식으로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기업과 대학이 교육기부의 틀에서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과 스킬을 가르쳐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틀이 교육기부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참여가 중요할텐데, 단순히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다.
“맞다. 처음 시작할 땐 선의에 기댄 기부의 차원으로만 접근했다. 상을 주거나 인증해주는 식으로 명예의 문제로만 접근했다. 하지만 메타버스 구축처럼 기업도 교육기부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제는 교육기부에 나서는 기업이나 기관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교육기부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법제화를 위한 방안을 수립하면 내년에는 입법에 나서려고 한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교육기부 인증을 받는 기업에는 세액공제 같은 세제 혜택을 줄 수 있고, 개인에게도 근무 평정이나 사회공헌 활동 점수에 반영할 수 있다.”
-KAI 에비에이션 센터 같은 성공 사례가 ‘교육기부 2.0′에도 필요할 것 같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스타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먼저 가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K-방산’을 주제로 국내 대표적인 방산업체들을 모으는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화나 KAI, 현대로템, LIG, 대우조선해양 같은 국내 대표 방산업체들이 함께 방산캠프를 만드는 방식이다. AI나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이 어떻게 실제로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원문출처>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3/10/19/NACQR2PJUFE6VIE7E3XZYONQN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