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문화재단 ‘대학과 문화도시’ 콜로키움 열려
‘지역과 만나는 새로운 미래대학의 상상’ 주제로
서울 성북구에 있는 대학이 지역 정치인, 성북문화재단과 함께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논의했다. 교수와 학생 등 대학의 자원을 활용한 지역사회 활성화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지난 21일 ‘대학과 문화도시 콜로키움’이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지역과 만나는 새로운 미래대학의 상상’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지역’과 ‘대학’이라는 두 키워드가 떠올랐다. 이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자 한 것이 행사의 취지였다.
여태까지 대학과 지역의 만남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만, 단발적이고 한시적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껴 콜로키움을 열게 됐다고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공연예술운영단장은 전했다. “앞으로는 대학이 지역이라는 공간성을 가지고 실질적인 연계와 결합을 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21일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서울 성북구와 지역 대학의 관계를 재배치하는 ‘대학과 문화도시’ 콜로키움이 열렸다. 사진은 기조발제를 하는 강수미 동덕여대 교수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청년이 지역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대학생, 청년을 지역의 미래로 바라보고 지역과 청년 사이 만남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들이 지역에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에게 지역을 어떻게 체험시킬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권 단장은 대학생이 지역을 체험할수록 졸업 이후 진로를 지역에서 상상하는 것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 연계 과정을 거친 청년들이 협동조합에서 혹은 지역 문화예술 기획자가 돼 일하거나 지역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계속 늘려가는 것이 성북문화재단의 목표라고 그는 말했다.
지역과 청년 세대의 만남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한 학기 동안 문화수업을 진행하는 ‘지역대학 공통교과과정’이 제안됐고, 국민대·서경대·성신여대의 여러 비교과과정이 소개됐다. 안석희 노원문화원 국장은 지역 시민사회와 대학을 잇는 열린대학 사례를 제시했다.
“예술대 학생 대부분이 졸업과 함께 본인의 전공을 포기한다. 진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 단장의 말이었다. 그들은 전공을 살리기 위해 전공과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한다. 삶이 이원화된 것이다. 지역이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면 생활비를 해결하는 일과 전공을 지키는 일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성북구 관내 4개 대학과 성북문화재단이 개최한 ‘지역대학연계수업’ 네트워크 파티 모습. 성북구는 대학과 지역을 매개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역과 대학이 손을 잡아 자리를 마련하면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영유아와 중장년층 등 수많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을 예술가들이 맡는다면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권 단장은 전했다. 성북구 연극단체와 시민연극 교실도 사례가 됐다. 50대 이상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그런 프로그램을 주민센터가 열면 강사·연출가 등 일자리가 크게 창출된다.
미국에서 도시 환경과 재난에 관해 연구한 이자원 성신여대 교수(지리학과)는 “대학의 자원을 지역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일은 도시의 지리적인 환경과 관련된 고민이며, 일종의 도시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대학과 지역의 연계를 고민하는 일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국민대의 ‘커뮤니티 상생 센터’는 대학과 지역을 조직으로 구조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김성일 국민대 교수(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는 주민과 공동체, 지역과 지방자치를 센터의 핵심 개념으로 삼았다며, 여기에 학생을 더하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양성할지 연구 중이라고 했다.
배밭골 상인교육은 이런 연구의 결과였다. 지난해 성북구에는 ‘골목형 상점가’ 6곳이 새로 지정됐다. 국민대는 인근 상점가인 배밭골 상인 30여 명을 모아 상인 교육을 실시했다. “대학과 학생, 상인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를 조직하니 지역을 어떻게 자생적으로 발전시킬지에 관해 스스로 고민을 만들어냈다”며 “학생들이 골목에 벽화도 만들고, 또 다른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안석희 노원문화원 사무국장은 “지역과 시민사회는 연결이 잘 됐는데 아직 대학과의 연결은 부족하다”라고 진단했다. 지난 21일 ‘대학과 문화도시 콜로키움’이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성북구와 국민대가 협력해 만든 강의도 있었다. 캡스톤디자인 강의 ‘성북 컬처&글로컬 인스티튜트’에서 무용과 학생들은 성북구의 지역 자산을 활용해 호두까기 인형 발레 영상을 촬영했다. 대학이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이끈 사례였다. 김 교수는 “이런 사례를 통해 로컬한 것이 글로벌할 수 있다는, ‘글로컬’을 학생 인재상에 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경대는 지역과 청년의 이해를 모으는 콘텐츠 커머스를 제시했다. 콘텐츠 커머스는 디지털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활동을 뜻한다. 방미영 서경대 교수(광고홍보콘텐츠학과)는 텍스트 위주의 교육 대신 문화 산업 현장에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경험이 더 많은 것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청문단)은 이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
방 교수는 청문단의 콘텐츠로서 라이브 커머스를 기획했다. 소상공인과 전국 각지 소비자를 대학생, 청년이 직접 연결하는 라이브 쇼핑 방송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실질적인 피드백이 없으니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며 방 교수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커머스로 만든 이유를 밝혔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지역 생산자의 소득을 늘리고 대학생과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원문화원의 안석희 사무국장은 열린대학 사례를 소개했다. 열린대학의 발상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운대·성신여대·한성대·한신대 등 동북4구(강북·노원·도봉·성북) 대학이 모인 캠퍼스타운 사업단은 대학의 협업 모델로 ‘열린지역대학’을 제시했다. 이듬해 사업단은 해외 대학 사례 등을 공유하며 열린대학의 핵심 요소를 정했다.
먼저 열린대학은 디지털 공간과 로컬, 두 개념을 바탕으로 자기 교육 설계가 가능한 ‘저마다 학교’여야 했다. 동북4구의 교수와 지식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이어야 하며, 적정 숫자의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만드는 주체가 돼야 했다.
2022년 열린대학 1기가 이를 토대로 개최됐다. ‘성북 열린대학’과 동북권 마을배움터를 활용한 ‘숨 열린대학’이 함께 진행됐다. ‘연결과 연관’을 주제로 한 2023 동북권 열린대학도 얼마 전에 마무리됐다. 안 사무국장은 “지역과 시민사회는 연결이 잘 됐는데 아직 대학과의 연결은 부족하다”며 “대학이 열린대학 참여자들의 강한 멤버십을 활용한다면 1~2년 단위로 이어지는 교육적 실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출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08717
<관련기사>
동아경제 http://www.daenews.co.kr/2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