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속도로 가족' 포스터>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한 이상문 감독의 장편 데뷔작 <고속도로 가족>이 지난 2일 극장에서 개봉했다. <고속도로 가족>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텐트를 집, 밤하늘의 달을 조명 삼아 살고 있는 기우(정일우)네 가족이 영선(라미란)네 부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고속도로 가족' 스틸컷>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낸 <고속도로 가족>은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올랐다. 탄탄한 연출력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로 몰입감을 높인 <고속도로 가족>은 따스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이상문 감독을 만나 <고속도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서경대학교 재학 시절 그리고 감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터뷰 : 이상문 감독(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졸업생)
- 안녕하세요 감독님. <고속도로 가족>의 개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상문 감독: <고속도로 가족>은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는 기우(정일우)와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마치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즐겁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머물 곳이 필요한 '고속도로 가족'과, 그들이 눈에 밟혀 손을 내밀게 된 영선(라미란) 가족이 만나 그려내는 이야기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로 몰입감을 높이는 동시에, 깊은 감동과 여운이 담긴 영화입니다.
- 영화가 개봉된 후 현재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상문 감독: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함께하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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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휴게소를 따라 유랑하듯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가 새로우면서도 인상 깊었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상문 감독: 이 세상을 살아가며 적응하지 못하고 버림받지 않을까 느끼는 불안과 걱정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시작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개인적으로 감히 정의하자면 가부장적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들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느껴지는 극단적 걱정과 두려움이 홈리스 가족 이야기를 하자고 마음 먹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와 정치, 경제체제와 비슷한 한, 미, 일의 홈리스 뉴스와 다큐멘터리, 인터뷰 등을 참고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살고 싶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안전망이 부족한 각자도생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걱정, 두려움을 극적으로 ‘고속도로 가족’의 모습을 통해 표현하였습니다.
- 영화에 각자의 결핍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서로 정서적인 유대를 이루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어요. 그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요. 이런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상문 감독: 영화 <고속도로 가족>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기, 서로에게 느끼는 연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따듯한 마음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 마음이 관객분들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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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님에게 '고속도로'는 어떤 공간으로 느껴지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상문 감독: 고속도로는 자동차가 거침없이 빠르게 달리는 도로입니다. 산업화 시대, 고속성장을 대표하는 단어이면서,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는 긴장되면서도 가끔씩 멍하듯 붕 뜨며 부유하는 듯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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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고속도로 가족>을 보지 않은 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이상문 감독: 롤러코스터를 타듯 격정적인 감정을 느끼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과 그들 각자의 사정이 관객분들에게 다가가는 영화입니다. 영화 <고속도로 가족>을 통해 깊은 울림과 따듯한 마음이 닿기를 바랍니다.
- 대학시절의 감독님은 어떤 분이셨을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갖고 연극영화과(현 영화영상학과)에 진학하신 건가요?
이상문 감독: 영화 보기에 푹 빠져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비디오 가게 알바도 했습니다. 학업은 뒤로 하고 주구장창 친한 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거나 혼자 보는 게 그 당시 일상이었습니다. 영화감독에 대한 꿈은 막연했습니다. 공부도 못하고 재능도 모르겠고 나 같은 사람은 못하는 직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요리사가 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나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요리사도 훌륭한 직업이죠.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가 영화를 만들어 보라고, 영화과에 가서 도전해 보라고 하면서 용기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래 한 번 태어난 거 하고 싶은 거 하자하고 그때부터 공부도 열심히 해서 서경대 연극영화과(현 영화영상학과)에 진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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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학 시절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상문 감독: 저는 서경대 연극영화과(현 영화영상학과)에 1기 영화 연출 전공입니다. 그 당시에는 영화 기자재나 장비가 거의 없어 제대로 영화를 찍을 수가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군대 가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연출 전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선배가 없다는 이유로 연기전공 친구들과 함께 연극 연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5편 정도의 연극 연출을 하였는데 그것이 배우로부터 어떻게 연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배우를 이해하고 연기를 이해하는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하니 영화 장비도 다 갖추어져 있고 장민용 학과장님과 영화과 교수님들이 학교에 모두 영입이 되셔서 원 없이 필름 영화와 디지털영화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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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대 영화영상학과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이점은 1인 1작품 시스템입니다. 모두 다 각자 자신의 영화를 찍고 모두 다 타인의 영화에 스텝을 하는 시스템은 1인의 역량을 키워주는 동시에 영화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도움으로 한다는 것을 제대로 배우게 되는 훌륭한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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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은 몰라요>, <죽여주는 여자>의 조감독을 맡으시는 등 졸업 이후 다양한 영화에 참여하며 탄탄한 경력을 쌓아오셨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텐데 계속 영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동력이 있으셨나요?
이상문 감독: 저는 연극영화과(현 영화영상학과) 1기라 선배가 없었죠. 과거 영화 현장은 학연과 인맥이 강하게 작용하였습니다. 그래서 연출팀으로 첫 작품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제작팀으로 들어간 동기의 소개로 먼저 일하게 되었고 한 작품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영화 현장에 아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이후 감독이 될 때까지 10편 이상의 영화, 드라마에서 연출팀, 제작팀, 조감독으로 활동했고 작품이 없을 때는 시나리오도 쓰고 단편영화를 찍었습니다. 동력은 그저 하나입니다. 영화에 대한 사랑. 그 영화에 대한 사랑이 사람과의 만남을 만들었고, 그분들의 도움과 함께 함으로 영화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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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꿈꾸는 서경대학교의 후배들을 위한 조언 혹은 응원의 말 부탁드립니다.
이상문 감독: 옛 어른들의 말씀을 대신하겠습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걸어가다 지치면 멈춰서 쉬고, 다시 일어나 뚜벅뚜벅 가다 보면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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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말씀해 주세요.
이상문 감독: 우리 모두 각자의 사연 속에 인생 영화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연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는, 살아가다 가끔씩은 꺼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홍보실=황주영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