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조교수
제주대안교육협의회가 주최하는 진로특강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나고 제주에 있는 대안학교 7개 중 한 곳인 볍씨학교에 방문해 1박2일을 보냈다. 볍씨학교는 대한민국 최초의 초등대안학교인데 광명에 본교가 있어 초1부터 중2까지 본교에서 수업을 듣고, 마지막 중3과정을 제주학사에서 보내게 된다. 일본에서 나름대로 매우 ‘빡세다’고 소문이 자자한 학교를 졸업한 나로서는, 그 학교보다 훨씬 더 빡빡한 학교의 존재를 처음 만나보았기에 1박2일 동안의 경험은 너무나 놀라웠고 신비로웠다.
그날의 일과는 이러했다. 매일 아침 그날의 밥짓기 당번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가마솥에 밥을 짓고 직접 재배한 작물들로 반찬을 만들며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요가와 명상을 한 뒤 돌아와서 고전을 읽으며 책 명상을 하고, 그날의 일정을 함께 확인하며 역할 분담을 한다.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하고 나서 아침식사가 끝나면 그날의 일과 공부를 시작한다. 제주 전통식 돌집을 짓는 것과 농사를 짓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자 공부이고, 수업도 역사·영어·중국무술·합창·천연염색·글쓰기 등 매우 다채롭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30분 동안 대여섯개 노래를 함께 소리 높여 부른다. 합창이 끝나면 잠깐의 명상을 한 뒤 하루에 있었던 일들 중 깨달았던 점을 기록하고, 그것을 모두와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한다. 1년간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감각을 깨우는 생활을 한다.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는데, 그 변화와 성장에 대한 의미를 반드시 아이에게 알려줘야 그 순간이 아이에게 중요한 역사가 된다고 했다.
친구들과 1박2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진로 특강에서 강연을 했던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졌고, 강연 내용도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내가 볍씨학교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의식주는 필요한 만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하거나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집·농사·밥을 짓는 것, 글을 짓고 시를 짓는 것.... 짓는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들과 이어진 일이고 창조적인 작업이며, 우리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며, 생명을 유지하고 영위하는 소중한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짓는’ 일을 우리는 얼마나 하고 있으며, 얼마나 배워 왔으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교육의 역할과 학교의 존재를 다시금 되묻게 된다.
<원문출처>
경기일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92558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