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웅산과 '하모니' 공연…"학생 마음처럼 '큰 잔치' 준비 중"
두 아이 키우며 '주부션'으로 활동…내달 새 음반 발매 예정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
"재즈요?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처럼 재즈도 언제, 어디로 튈지 전혀 모르거든요."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에게 '재즈란 무엇인가' 묻자 유쾌한 답이 돌아왔다.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르듯 재즈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단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의 삶 그 자체라고 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장은은 "재즈는 인생, 그리고 성장의 여정"이라며 "재즈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간 크고 작은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온 그가 '특별한' 무대를 꾸민다.
마포아트센터 재개관을 기념해 23일 열리는 '재즈 리부트'(JAZZ REBOOT) 첫 공연에서 국내 대표적인 재즈 보컬 웅산과 '하모니' 무대를 펼친다.
배장은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재즈 클럽이 문을 닫고 해외 활동도 통로가 막혔었는데 오랜만에 가슴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듯해 기쁘다"며 "특별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연에서는 그가 이끄는 리버레이션 아말가메이션 밴드에다 트럼펫, 색소폰, 트롬본 연주까지 더해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줄 예정이다. 모든 곡은 그녀만의 색깔을 더해 편곡했다고 한다.
배장은은 "나에게는 이번 공연이 '큰 잔치'"라며 "올해 1월에 공연을 제안받은 뒤 지금까지 공연을 구상하면서 계속 수정 중인데 마치 학생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
배장은이 영어 이름으로 쓰는 'JB'는 세계 재즈 음악계에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 텍사스대에서 학사·석사를 마쳤다. 석사 과정을 할 때는 재즈 밴드를 가르치는 '디렉터'로 활동하며 실력을 뽐냈다.
이후 2009년 재즈계 명문 레이블인 '블루노트'의 간판 연주자 그레그 오스비의 요청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그는 맷 팬먼, 이딧 쉬너, 아리 호닉 등 세계적 뮤지션들과 협연하며 주목받았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과 피아니스트 배장은
내로라할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음악 하나만은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4년 가까이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고 공부에 매달렸다. 공연이나 연주를 할 수 있다면 짧지 않은 거리를 직접 운전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배장은은 "재즈 스터디는 4년 안에 졸업하는 게 사실 쉽지 않은데 독하게 버텼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영어 공부에, 연주 활동까지 하며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회상했다.
서경대 실용음악학부 교수인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삼아 학생들에게 이른바 '뼈 때리는' 조언도 종종 한다.
"음악가라는 직업이 얼마나 치열하고 비정한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학생 때부터 음악으로 돈 버는 일을 꼭 해보라고 하죠."
음악 한길을 걷기 위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만큼 얻은 것도 많다고 그는 강조했다.
배장은은 "연주할 때만큼은 나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음악이야말로 '유니버설 랭귀지'(Universal language·보편적 언어)"라며 "음악 하며 만난 친구 대부분이 세계 재즈계를 이끄는 뮤지션"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히트곡 '돈트 노 와이'(Don't Know Why)를 부른 노라 존스도 그중 한 명이다.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재즈를 하지 않았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미국 시장 진출 당시를 언급하며 "강의, 초청 공연 등 여러 일정이 잡혀 있던 터라 임신 32주의 몸으로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며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돌다 보니 막판에는 36주가 돼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잘 마쳤다"고 돌아봤다.
"예전에 가수 현진영 씨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자주 했는데 저를 '주부션'(주부와 뮤지션을 더한 말)이라고 불렀어요. 현진영 씨를 비롯한 모든 멤버들이 제 스케줄에 맞춰줘서 고마울 뿐이었죠."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
그는 "가족과 동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음악이 있기에 힘든 상황도 잘 극복할 수 있었다"며 "그 덕분에 '아줌마'가 재즈 밴드를 만들어 클럽에서 연주하고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장은은 다음 달 새 음반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태껏 그가 들려줬던 음악과는 달리 이번 음반 작업에서는 피아노 선율 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그는 "많이 덜어내고 듣기 좋은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며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가볍게 들을 수 있는 경음악)일 수도 있고 '이게 배장은 음악이야?'라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음악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면 해요. 저도 솔직히 이번 음반은 기대가 크거든요."(웃음)
<원문출처>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20613144900005?section=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