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일 영화계의 성폭력 방지 노력.jpg


4월 하순, 일본의 모 방송국에서 “한국 영화 현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활동하고 있냐?”는 문의가 왔다. 세계적인 히트 콘텐츠를 배출하는 한국의 상황도 참고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다음 날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여성 제작자 심재명 대표님을 만났다.

2017년경 세계적으로 미투운동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 고발이 잇따르며 큰 이슈가 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고발이 이어지지 못하고 잠잠해졌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소노 시온(園子溫) 감독 등에 대한 피해자 고발의 목소리가 커졌다. 다시 미투 문제가 화제에 오르는 가운데,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도입이 주목받게 됐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란 신체적 접촉이나 노출 등의 장면을 촬영할 때 촬영 환경이나 배우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배우들의 성희롱 등 범죄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미투운동을 계기로 2018년 미국에서 탄생했고, 전문적인 교육으로 현재 세계에서 50∼60명이 활약 중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배우 미즈하라 기코(水原希子)가 2020년 넷플릭스 작품 ‘그녀’의 주연을 맡으며 넷플릭스 측에 코디네이터 도입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이는 두 명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소개되며 인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등 감독 6명이 ‘영화감독 유지(有志) 모임’을 만들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뒤늦게나마 일본 영화계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주로 번역이나 배우들의 일본어 지도를 통해 한국 영화에 관한 일을 시작했다. 당시 단역을 맡은 신인 여배우가 내게 현장에 와 달라고 했는데 그녀의 노출 장면이 있는 날이었다. 벌벌 떠는 모습의 딸 같은 그녀를 보면서 ‘배우도 우리 같은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지만 떠는 모습이 가엾었다. 직업이라 하더라도 스태프 앞에서 노출한다는 것에 얼마나 심적 부담이 크겠는가?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국과 일본 피해자들의 고발은 공통점이 많다. 사전에 합의 없는 현장 노출 촬영은 물론이고 출연을 미끼로 한 성폭력 등. 그런 만행은 오랫동안 이어온 남성 중심 사회의 낡고 옳지 못한 사고방식에서 온 것이다.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심 대표에 의하면 한국에는 아직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없다. 하시만 성평등센터 ‘든든’의 활동이 생각 이상으로 체계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든든했다. 2016년 12월, 여성 영화인 모임이 이 사업을 구상해 2017년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 실태를 조사했고, 2018년 3월에 센터 ‘든든’이 개소했다. 현재까지 전문상담사를 통해 수시로 상담과 신고가 이뤄져 지난해에는 44건의 신고와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강사를 양성해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종로에 소재한 센터에 가보니 여성들로 구성된 직원들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한국의 장점은 영화인이 뭉쳐서 영화계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영화계가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센터장은 앞으로 한국에도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도입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아마 머지않아 생길 것이다.


글을 준비하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년) 현장이 생각났다. 주인공들의 목욕 장면 촬영 현장은 주변에서 보이지 않도록 파란 시트로 가려져 있어 인상적이었다. 당시 PD님에게 전화해 물었더니 현장은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배려가 이뤄져 있었다. 노출 장면이 있을 때는 미리 콘티를 통해 배우와 사전 확인과 약속을 했고, 충분한 리허설을 거쳤다. 또 촬영에 최소한의 스태프가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며, 베드신에는 가능하면 여성 스태프만 들어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크레인에 카메라를 부착해 진행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노출 장면이 있는 박 감독 작품에는 이러한 섬세한 배려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배려는 이미 ‘박쥐’(2009년) 현장에서도 있었다고 하니, 감독마다, 작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영화계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미투운동 이후 한국과 일본의 영화 현장은 빠르고 크게 변하고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야만인’ 소리를 듣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20520/113497385/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74222

서경대학교 진로심리상담센터, 재학생 대상 ‘찾아가는 일상회복’ 마음건강 캠페인 성료 file

5월 25일(수) 오후 2시 교내 북악관 앞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마음건강 점검과 건강한 캠퍼스 생활 영위토록 다양한 활동거리 제공 서경대학교 진로심리상담센터(센터장 민미희 교수)가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재학생을 ...

에스디지유스·서경대 청문단,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위한 MOU 체결 file

"대학생 서포터즈 운영 및 콘텐츠 개발 등 상호 협력하기로 결정" <원문출처> 프라임경제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no=568799

서경대학교 산업경영연구소, 경영컨설팅 전문가(MCP) 4기 실무자 과정 수강생 모집 file

25명 선발해 6월 25일부터 7월 16일까지 4주간(주말) 교육 경영컨설턴트 역량 강화 및 중소·중견기업 글로벌 진출 지원 서경대학교 산업경영연구소(소장: 한문성 교수)는 6월 25일부터 7월 16일까지 4주간(주말 토/일·50시간) 진행...

서울시가 설립하고 서경대학교가 수탁 운영하는 시립양천청소년음악창작센터, 사단법인 한국재즈협회와 재즈교육 활성화 위한 업무협약 체결 file

5월 23일(월) 오후 3시 서경대 본관 대회의실서 서울시가 설립하고 서경대학교가 수탁 운영하는 시립양천청소년음악창작센터와 사단법인 한국재즈협회가 5월 23일(월) 오후 3시 서경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미래의 재즈 아티스트 ...

아시아 최고의 재즈 디바 웅산, 서울시가 설립하고 서경대학교가 수탁 운영하는 시립양천청소년음악창작센터의 음악홍보대사로 나선다 file

아시아 최고의 재즈 디바 웅산이 서울시가 설립하고 서경대학교가 수탁 운영하는 시립양천청소년음악창작센터의 음악홍보대사[재즈부문]로 위촉돼 청소년 음악창작 활동 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홍보 활동에 나선다. 웅산은 이...

2022년 1학기 기말고사 전, 도전해 볼 만한 대학생 대외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file

새 학기를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맘때가 되면 시험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이전까지는 코로나 19 사태가 엄...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2022학년도 세 번째 정기공연 <노이즈 오프> 개최 file

5월 26일(목)부터 28일(토)까지 3일간 교내 북악관 8층 북악홀서 세 차례 무대 올려 ···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따라 관람객 입장 가능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학부장 강신) 학생들의 정기공연 <노이즈 오프>가 5월 2...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한일 영화계의 성폭력 방지 노력[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4월 하순, 일본의 모 방송국에서 “한국 영화 현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활동하고 있냐?”는 문의가 왔다. 세계적인 히트 콘텐츠를 배출하는 한국의 상황도 참고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청운대-서경대 글로벌 스타트업 공유·협력 거버넌스 선포식 및 오픈이노베이션 네트워킹 행사 개최

홍성 청운대학교(총장 이우종)는 서경대와 공유대학 구성·운영 협약에 따른 공유·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공유·협력 거버넌스 선포식 및 비즈니스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킹’행사를 오는 27일 인천스타트업파크 인스...

서경대학교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단, 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정릉스쿨’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팀 모집 file

8개 팀 내외 선발, 프로그램 운영비, 참여자 모집 홍보 등 지원 예정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단(단장 김범준)은 지역활성화 프로젝트인 ‘정릉스쿨’을 운영할 사업팀을 5월 31일(화)까지 모집한다고 발...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