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수의 '세상에 나쁜 돈은 없다']
저가매수· 인버스투자 노릴 상황 아냐
국내 시장서 낙폭과대 종목 찾아야
러시아ETF, 저가매수 기회일까
예전 고사성어에 '구유밀복유검(口有蜜腹有劍)'이란 말이 있다. 그 뜻은 '입에는 꿀이 있으나 배에는 칼이 있다'는 의미로 겉으로 친밀한 체하면서 속으로는 몹시 음흉한 계략을 가졌다는 뜻이다. 중국의 당 현종(唐玄宗) 때의 나쁜 재상 이임보(李林甫)가 그러했다고 해서 유래된 말인데, 최근 투자시장에 이 표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가뜩이나 코로나 오미크론의 기세와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금리인상 우려 속에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도래했다. 전세계 주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은 요동을 치면서 주식시장의 하락과 원자재시장의 폭등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말 대비 코스피지수는 10%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주식시장이 국내 3년제 정기예금의 이자율 정도인 2% 남짓한 등락을 거의 매일 반복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특히 유가는, 러시아가 2020년 기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3위의 생산국인 이유로 크게 폭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 7일 기준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5.19달러로 2021년 말 대비해서 62.3% 상승했고 같은 기간 브렌트유(선물)와 서부텍사스원유(WTI·선물) 가격은 각각 58.4%, 58.8% 오른 123.21달러, 119.40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가격에서 더 오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투자은행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충격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배럴당 200달러, JP모건은 185달러, 골드만삭스는 175달러까지 인상을 전망했다. 지금보다도 작게는 30%에서 많게는 60% 이상 더 상승한다는 의미이다. 시장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는 '저가매수', 유가에 대한 투자는 고점을 겨냥해서 '인버스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런 전략이 유효할까.
특히, 러시아거래소 상장 종목 중 시가총액, 유동성, 거래대금 등 시장대표성 요건을 충족한 종목으로 기초자산이 구성되어 있는 “MSCI Russia 25% Capped Index”의 일간 변동률과 유사하도록 투자신탁 재산을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KINDEX 러시아 MSCI(합성) ETF의 경우 2021년 10월 초 대비 거의 4분의 1토막이 날 정도로 가격이 하락해서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쟁 장기화 조짐, 투자회수 기간 길어져
이처럼 러시아 시장에 대한 기회를 잡으려는 투자심리가 팽배해져 있지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서방국가들이 전투기 지원을 고민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대응이 만만치 않아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전 세계적인 러시아의 경제에 대한 제재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 내부로 해외 송금도 어렵게 되었고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는 미국거래소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에 대한 주식거래도 중지시키고 있다. 글로벌 자금들도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중지하고 있고 기존에 투자된 자금들도 회수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및 커피 가맹점들인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스타벅스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러시아 사람들은 뭘 먹느냐"는 농담 섞인 애기도 돌고 있다.
국내외에서도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가 줄줄이 무기한 거래 정지를 맞고 있다.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러시아 ETF 거래를 막는 것인데, 독일증권거래소, 유럽의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 등도 '아이셰어즈 MSCI러시아 ETF(CSRU)'의 거래를 중지하고 있다. 유로넥스트에서는 러시아 주식 비중이 67%인 '아이셰어즈 MSCI동유럽 ETF(IEER)' 역시 현재 거래가 불가능하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3월 7일부터 앞에서 언급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유일 러시아 ETF인 'KINDEX 러시아MSCI ETF'를 거래 정지했다.
또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 단계로 강등했다. 단순히 우리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해서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덥썩 진행하기에 아직은 부담인 시장의 분위기인 것이다.
많은 기관과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3월 16일 유로채권 2건에 대한 표면이자 1억700만달러(약 1321억9850만원)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첫 디폴트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6430억 달러로 이 중 4000억 달러가 미국, 영국 등 주요 금융기관에 있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인출이 동결된 상태로 러시아의 부채 상환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에서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얼굴 사진에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아직은 아니다...대신 찾아야 할 투자종목들
구유밀복유검(口有蜜腹有劍), 입에는 꿀이 있으나 배에는 칼이 있다는 고사성어를 굳이 필자가 언급한 이유를 이제는 아시겠는지. 너무나 가격이 폭락하고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하더라도 당장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하기에 아직은 산재해 있는 위험요소들이 많다. 국제 유가에 대한 인버스 투자를 통한 가격하락을 기대하기에도 아직은 유가가 더 상승할 수 있는 시장의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에 조금은 신중을 기하고 관망해야 한다. 10%의 수익률을 덜 보더라도 20%의 손실이나 투자금이 묶여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는 진중함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22년 상반기가 투자시장에 있어서만큼은 큰 기회의 시기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바로바로 정보를 얻고 대처할 수 없는 해외 시장 보다는 그동안 가격이 부담스러워 투자를 못했지만 가격이 많이 하락한 낙폭과대 국내 유망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달러나 금 등의 시장을 넓게 보고 다양한 종목에 대한 관심과 포트폴리오의 확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원문출처>
더칼럼니스트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