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MS, IBM 등 거대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했고, 스타트업 수는 2만4000개로 세계 3위인 나라. 2020년 기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12개로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세계 4위인 나라. 인도 이야기다. 인도는 18~35세 젊은 층이 60%로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산업 창업이 발달했다. 인구 13억5000만명의 수요(demand)에 평균연령 29세인 젊은 인구구조(demography),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democracy) 등 ‘3D’를 강점으로 꼽는다.
인도 뱅갈루루 도심의 모습
취업보다 창업 선호하는 인도 청년
인도 인구 중 60%가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다. 하지만 전 인구의 70%가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독립 이후 70년간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에 머물렀다. 산업기반 시설이 부족했던 인도는 경제 규모를 키우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원동력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했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독립 69주년 기념행사에서 ‘스타트업 인디아’를 언급하면서 창업 붐을 시작했다.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경제발전의 핵심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모디 총리는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 또는 간소화하고, 연구개발(R&D) 환경과 세제를 정비했다. 3년간 법인세 면제, 특허등록세 80% 감면 같은 투자 및 인센티브 지원, 산학연 강화 및 창업·보육 정책을 전폭적으로 폈다. 지방정부 간 스타트업 지원 경쟁체제를 도입한 게 효과가 컸다. 인도 산업정책 진흥국이 2018년부터 주별 스타트업 순위를 매겨 주마다 더 나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유도했다. 36개주 중에서 30개주가 참여해 스타트업 분위기를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2015년을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의 해’로 정했는데 스타트업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모디는 인도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스타트업 인디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06년 중소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국가 제조업 경쟁력 향상 프로그램’을 마련해 중소 제조기업 지원 강화에 나섰다. 이 같은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젊은 층의 창업 열기를 불러일으켜 경제활성화의 계기가 됐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기술기반 스타트업이 4300개(43%), 비기술기반이 5700개(57%)로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이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플립카드
페이티엠
유니콘 기업 육성에 집중
인도는 델리, 뭄바이, 벵갈루루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 3대 도시는 글로벌 기업 본사, IT공과대학 등 명문대학이 집중돼 있고, 교통과 인터넷 등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는 IT 및 공학 분야의 풍부한 인적자원과 스타트업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어 전체 스타트업의 숫자 면에서 다른 도시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례로 2010~2019년까지 9년간 탄생한 스타트업은 벵갈루루가 4373개로 델리 3495개, 뭄바이 2707개보다 많다. 델리는 정부기관 및 주요 인프라의 접근성이 높고 IIT 델리, 델리대학 등 우수한 지식 인프라를 갖춘 게 장점이다. 인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뭄바이는 상업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도시별 환경에 따라 다르게 성장하고 있고 창업가, 투자기관, 인적자본,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요소가 뒤섞여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인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기업 페이티엠, 차량공유기업 올라 등이 있다.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운영기업 글랜스(Glance), 중고자동차 전문 자동차 플랫폼 카24(Car24), 온라인 교육 플랫폼 언아카데미(Unacademy), 유·아동 제품 전자상거래 플랫폼 퍼스트크라이(FirstCry) 등도 있다.
올라
인도는 유니콘 기업수가 2020년 12개에서 2021년 38개로 증가했다. 인도는 이 숫자를 2025년까지 95개로 높인다는 목표 아래 집중 육성책을 펴고 있다. 인도는 스타트업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스타트업 규모는 크지만, R&D 투자비율은 낮다. 일부 주요 도시는 시장 규모가 작고 해외 진출 지원이 부족하다는 등의 몇가지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IT 기술 관련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다.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4배나 싼 인건비와 우수 엔지니어들이 풍부한 인적자원도 장점이다.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큰 힘을 냈다. 인도경제는 현재 스타트업 활성화 덕분에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국제통화기금은 인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9.5%로 예상했다. 중국의 8.1%보다 높다. 글로벌투자은행들도 인도가 2030년 이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매력평가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 3위라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기업이 선호하는 유망투자국이자 지리적 요충지이며,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 세계가 지금 인구 13억5000만명의 인도를 주목하는 이유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원문출처>
주간경향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3/0000043702?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