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동영상 네트워크 플랫폼 틱톡의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155개로 세계 2위인 나라(CB인사이트 2021). 15억 인구의 풍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신설기업 451만개, 하루평균 1만6500개(2017년 1~9월)로 세계 전체 신규 취업의 25%를 차지하는 나라. 세계 전자상거래의 39.2%(2016) 수준으로 인터넷쇼핑 구매자가 4억7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이야기다.
중국 상하이 전경.
중국은 어떻게 세계 2위의 유니콘 국가가 됐을까. 중국의 스타트업은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을 장려하는 ‘대중창업, 만인혁신’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중국경제가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일부 업종 과잉설비,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한계에 봉착하자, 스타트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및 일반 대중의 창업 활성화 계기가 됐다.
창업을 지원하는 중국형 인큐베이터이자 액셀러레이터인 ‘중창공간’도 창업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창공간은 스타트업 지원서비스 플랫폼으로 스타트업 초기 단계부터 회수(Exit) 단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어 창업생태계의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성공 모델은 청년 창업 활성화의 기반이다. 글로벌 민간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전국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건립하고 입주 공간을 제공한다. 자금조달 창구역할도 맡아 벤처캐피털을 통한 투자액의 42%를 투자한 것도 ‘창업생태계 선순환’에 영향을 끼쳤다.
알리바바그룹 설립자인 마윈(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8년 6월 말레이시아 지사 개설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창업 액셀러레이터 ‘중창공간’의 활약
최근 들어 전자상거래의 빠른 증가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창업 활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창업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사업자등록증 하나로 통일한 ‘다중합일’ 제도, 창업자금 지원을 위해 조성한 400억위안 규모의 ‘국가신흥산업 창업투자 인도 기금’, 기술기반 스타트업 장외거래시장인 ‘신삼판’의 전국 확대도 도움이 됐다.
또한 벤처투자자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간도 미국(7년)보다 짧은 4년이고, 알리바바 마윈 같은 창업에 성공한 롤모델도 창업의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인터넷 및 모바일 결제의 급증으로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진 것도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 창업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 덕분에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이 408억달러(약 48조5000억원)로 미국의 80% 수준이다. 중국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GII) 랭킹에서 2018년 전년보다 5단계 오르며 17위에 올랐다. 신흥국으로 분류되지만 자금조달과 시장접근, 인재확보 등 창업환경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처음으로 20위권 내로 진입했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미국의 ‘스타트업 지놈’이 발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에서 2017년 각각 4위와 8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리옌홍 바이두 회장.
스타트업에서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비상장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바이트댄스가 있다. 틱톡을 발판으로 인공지능(AI),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기업가치만 약 160조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이 됐다. 핀테크 및 결제 소프트웨어 회사인 스트라이프, 물류창고 자동화 솔루션 공급업체 하이로보틱스 등도 있다.
중국 스타트업 성장의 이면에는 해소해야 할 약점도 존재한다. 신설기업의 69.7%가 IT서비스, 공유경제 등 고객서비스 산업에 치우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인 통신, 금융, 전문서비스 분야의 창업은 8.2%에 불과하다. 과도한 경쟁으로 유행에 따른 유사분야의 창업이 급증해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안정성에 기반을 둔 성장·성숙기 기업에 85.2% 금액이 몰리는 등 투자 양극화가 일어난 점은 부담이다.
투자의 양극화 등 그늘도 존재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IT 선도기업의 미국 벤처투자 비중이 5%인 반면 중국의 BAT는 스타트업에 42%를 투자하는 등 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풍부한 자금력으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선전에 있는 텐센트 시프런트 타워의 전경.
중국경제의 급성장과 소득증가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큰 폭의 임금상승을 불러왔다. 이는 창업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이 같은 이유로 청년 창업자들이 비용이 적은 ‘고향에서의 창업’을 선택하면서 대도시와 달리 적절한 투자 및 정부지원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세계 스타트업의 중심국가로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다중합일’ 같은 규제 축소와 벤처기업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신삼판’의 전국 확대 등이 주효했다. BAT 같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창업으로 성공한 롤모델이 창업의 사회인식을 좋게 만든 영향도 컸다. 무엇보다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정책은 앞으로도 창업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출처>
주간경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7&artid=202201141504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