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2년 만에 충북 제천을 찾아갔다.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개최되어 그곳에서 나흘간 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자주 가는 영화제 중 하나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영화, 음악과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어 늘 기다려진다. 특히 청풍호와 의림지에서 펼쳐지는 음악영화 야외상영회와 콘서트는 여름을 만끽하게 하고 환상적인 기억을 새겨준다. 몇 년 전에는 거리의 악사로 참여한 한 밴드 멤버들과 같은 숙소를 쓰며 영화와 음악에 흠뻑 빠져 지내기도 했다. 재작년에는 의기투합한 지인들과 함께 청풍호와 의림지 콘서트를 즐기고, 함께 온 강아지들을 데리고 의림지 주변을 산책하며 지냈다. 이 모두가 한여름의 추억이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나는 개막식 하루 전날인 12일, 제천에 도착해서 개막 전 행사인 토크콘서트를 관람했다. 콘서트는 2005년 1회부터 2019년 15회까지 이어진 영화제의 역사를 회고했다.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한 음악영화제로 성장해 온 걸음을 되돌아보고 영화제의 정체성을 찾고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올 영화제는 코로나19와 호우를 겪은 아픈 마음을 달래면서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행사가 축소된 상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는 무척 흥미로웠다. 트레일러는 안상훈 감독의 연출로 가야금을 어깨에 멘 한 노인이 수풀을 헤치고 호숫가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호숫가에서 가야금을 연주한다. 그러자 커다란 UFO가 나타나 노인을 태워서 떠나고 그 자리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심벌이 남겨지며 마무리된다. 이 노인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의 3대 악성 중 한 사람이자 6세기에 활약한 우륵이다. 가야금을 만들고, 12악곡을 지어냈다는 위대한 음악가다. 나는 트레일러를 통한 한국의 고대 악성 우륵과의 만남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안 감독은 우륵이 학을 타고 하늘로 날아갔다는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학 대신 UFO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재치 있는 결말을 연출했다. 감독은 이 영상을 통해 영화제 개최 도시인 제천시가 한국 전통음악의 시조격인 우륵의 고장이라는 데 착안해 제천에서 국제음악영화제가 개최되는 마땅한 당위성을 각인시켰다. 또 우륵이 UFO를 타고 날아감으로써 미래를 지향하는 방향성을 연출해냈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828/102684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