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과 교수
부동산 폭등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주택이란 상품의 특성과 부동산 시장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선 주택에 대한 '수요(demand)'와 '욕구(needs)'를 구별해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주택에 대한 욕구가 갑자기 폭발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것 같으니까 매매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일반 상품은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지만 주택은 그 반대다. 지금 구입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또 양질의 주택으로 갈아타고 싶은 욕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내가 원하는 지역에 당분간 새집이 없을 경우 주변 주택 값이 덩달아 올라가는 '풍선 효과'가 생긴다.
주택 공급을 신축 측면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주택 공급이 모자라는 것은 대개 기존 주택을 팔려고 내놓지 않는 데서 생긴다.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으면 지금 팔 이유가 없다. 정부는 보유세를 올리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세금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동산 세금 인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신도시 건설은 4~5년 걸린다. 그동안 판교·위례·세곡·내곡 등 강남 대체 신도시를 건설했지만 강남 집값을 잡지 못했다.
주택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는 주거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장기전세주택, 보금자리주택 등을 많이 공급할 때 집값이 안정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0년이든 20년이든 전·월세라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면 굳이 빚내서 집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원문기사
조선일보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5/20200715000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