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慾(과욕)은 ‘지나친 욕심’이란 의미다. 단어 자체에 비난이 담겨 있다. 우선 過가 부정적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 좋다는 건 상식이다. 孔子(공자)도 지나침을 경계했다. 제자 子貢(자공)이 묻는다. “子張(자장)과 子夏(자하) 가운데 누가 더 어집(賢)니까?” 孔子가 답한다. “子張은 지나치고 子夏는 못 미친다.
子貢이 또 묻는다. “그럼 子張이 낫다는 말씀인가요?” 孔子가 맺는다. “지나친 것은 못 미침과 같다(過猶不及).” 過猶不及(과유불급)의 어원이다.
慾도 부정적이다. 慾과 欲(욕)은 혼용되지만 慾은 ‘옳지 않은 욕심’이란 뜻이 짙은 반면, 欲에는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욕’이라는 뜻이 깔려 있다.
慾은 대개 재물이 대상이다. 그래서 성경은 “돈을 사랑함이 一萬(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라고 가르친다.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간다”라고도 경고한다.
어느 정도의 욕심이 지나친 것인지를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중국의 賢者(현자)들은 過慾 대신 欲速(욕속)이란 표현을 썼다. 욕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욕심을 이루는 속도에 주목한 것이다.
『論語 子路(자로)』편은 子夏가 孔子에게 정치의 요체를 묻는 장면을 소개한다. 孔子는 “욕심 내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탐하지 말라. 욕심이 급하면 일을 이룰 수 없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而不達)”고 대답한다. 여기서 欲速不達(욕속부달)이란 成語(성어)가 생겼다.
중국의 중등 과정 국어 교과서에도 欲速의 일화를 소개한다. 황혼 무렵 묶은 책더미를 짊어진 선비가 뱃사공에게 “지금 가면 성문을 통과할 수 있나”고 묻는다. 책더미를 본 뱃사공은 “빨리 가면 닫혀 있고, 느긋하게 가면 열려 있을 것”이란 묘한 답을 한다.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해 기분이 상한 선비는 서둘러 발을 옮기는데 그만 끈이 끊어져 책들이 땅에 떨어졌다. 책을 수습하고 서둘러 도성 입구에 도착했지만 성문은 닫혀 있었다. 欲速하니 不達한 것이다.
요즘 우리에겐 시급한 일 투성이다. 코로나도 빨리 잡아야 하고, 남북관계도 얼른 터야 하며, 무엇보다 실업 등 경제 현안도 속히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欲速은 금물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처럼 사회적 騷音(소음)만 생산할 뿐이다.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원문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817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