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예술적 향기가 그윽한 삼청동 라플란드에서 만난 슈퍼엘리트모델 김태연 서경대 교수, 길쭉한 키에 이목구비 뚜렷한 자그마한 얼굴, 항상 밝은 미소와 따스함을 전하는 것이 천상 타고난 모델이다.
김태연 교수는 지난 1997년 SBS슈퍼엘리트선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도쿄컬렉션, 사넬, 페라가모, 크리스챤디올, 앙드레 김, 데니쉐르 등 국내외 패션쇼와 블렌하임 아파트, 현대카드, 대한항공, 골든듀, 올림푸스, 우노화장품, KT&G, 유기농 맘마밀 등 CF도 상당수 출연했다.
그러다 2011년 교육자로 변신, 대덕대학교 모델과를 거쳐 현재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예술교육원 모델학전공 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태연 교수는 지금이 교육에 있어 가장 변화의 시기라고 진단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교육계의 일상은 대면·비대면 체계로 급속하게 전환됐다.
“코로나19는 노멀의 새로운 스탠다드(표준)를 요구하고 있어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을 거예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교육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모델과는 전공·교양을 포함해 워킹 수업, 체중 관리 등이 중요하다. 워킹은 패션모델의 신체를 통해 옷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걷기 동작이다. 이에 예술적 심미성과 기술성을 얹는다. 이로 인해 패션모델을 아티스트라고 특정 짓는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수업이지만, 온라인 강의 경우 담당 교수가 직접 나쁜 자세를 교정해줄 수 없다보니 3~4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3-4시간 분량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나눠 업로드하다보면 토ㆍ일요일이 없어요. 그래도 가장 힘든 것은 학생들이에요. 모델은 꿈을 먹고 사는데, 지금 패션쇼, 오디션 등이 중단된 상태이니까요.”
■코로나19로 앞당겨질 4차산업혁명 시대의 교육현장
서경대는 생활 속 거리두기에 기조를 두며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강의(비대면)를 오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시간표를 짜고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총동원하다보면 어느덧 전자와 빛이 세계를 덮은 4차산업혁명의 도래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스위스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4차산업혁명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모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시대이며, 이로 인한 변화는 그 범위와 깊이 그리고 속도면에서 상당한 시스템 충격을 줄 것이다고 했잖아요.”
교육현장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더나아가 첨단로봇 등과 같은 기술들이 접목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 김태연의 지론이다.
“4차산업혁명의 상징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전인 1996년 IBM의 딥블루가 체스챔피언을 이긴 적이 있잖아요. 이를 볼 때 실질적으로 4차산업혁명의 사회 전반에 침투시키고 있는 것은 오히려 코로나19가 아닌가 싶어요. 시로우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처럼 일상화된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묻는 날이 곧 올거에요.”
■꿈의 박동마저 멈추게 한 코로나19
서경대는 공연예술의 명문이다. 이를 응축시킨 힘이 국내 대학 주최로선 최대규모의 패션 갈라쇼인 허브이다. 공연예술학부의 무대패션전공(주임교수 박은정)이 주가 되어 모델 연기 뮤지컬 무용 IT 등 학과 간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된 모습으로 구현된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걸맞는 공연이다. 김태연은 서경인으로서 서경대에 대한, 허브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박은정 교수가 주창하고 틀을 세운 패션갈라쇼에요. 패션ㆍ뷰티ㆍ리빙 라이프스타일에 IT 기술을 패션에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과 공연예술의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통합형 공연예술 창의인재양성 프로그램이죠.”
서경대는 전공별로 연관된 업계의 현장을 캠퍼스로 옮겨놓은 현장실무형 프로덕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타 전공의 현장실무형 프로덕션을 경험하고 공연예술의 다양한 분야 및 프로세스를 이해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글로벌 멀티플레이어로 성장시킨다는 교육적 목적을 갖고 있다.
“우리 학교(서경대)가 특별한 점은 협업이 잘된다는 거에요. 허브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무대, 의상, 메이크업, 노래, 춤, 워킹 등을 만들어요. 이런 폭발하는 창작 에너지가 모여 어디에도 없는 작품들이 나와요. 그리고 선배들이 다음 후배에게 노하우를 계승하면서, 매시즌 마다 발전된 모습으로 나타나죠. HUB는 우리 서경인들의 DNA를 만드는 공연플랫폼인 셈이죠.”
하지만 허브는 현재 멈춰있는 상태이다. 아니 허브 뿐만이 아니다. 문화계는 현재 지독한 6월의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오디션, 패션쇼 등이 멈춰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김태연의 말처럼 젊은이들은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도전한다. 그렇지만 꿈을 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기 마련이다.
“꿈은 젊은 모델연기 지망생들의 심장을 박동시키는 원동력이에요. 도전이 없다면 기회도 없다고 하지만, 기회가 없으니 도전도 못하니 더 괴로운 거죠.”
김태연 교수는 문화시설의 경우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안전방안을 마련해 꽁꽁 닫혔던 오디션의 기회가 활짝 열리길 희망한다.
“코로나가 언제 막을 내릴까요? 이 팬데믹이 빨리 끝나서, 청춘들이 자신만의 소중한 꿈과 용기를 되찾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원문 출처>
스포츠경향 http://sports.khan.co.kr/bizlife/sk_index.html?art_id=202006062329003&sec_id=560101&pt=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