轉嫁는 대개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자신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부담, 손실, 罪(죄) 등을 무고한 사람에게 돌리는 행위다. 당초는 再婚(재혼)하다는 의미였지만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산업계에는 ‘비용 轉嫁’가 다반사다. 생산비 외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출고가나 소매가에 얹는 방식으로 유통업자 혹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떠넘긴다.
성경은 轉嫁를 긍정적 의미로 바꾼, 몇 안 되는 사례다. 구약 시대에는 양이나 염소, 소 등을 제물로 바쳤다. 인간의 죄를 이들 동물에게 轉嫁시킨 뒤 이들을 불에 태움으로써 자신의 죄도 함께 태웠다. 죄의 轉嫁 덕분에 인간은 죄를 짓고도 무사할 수 있었다.
轉嫁의 절정은 예수의 육신 위에서 이뤄진다. 시공을 포괄한, 모든 인간의 죄를 자기 육신 위에 轉嫁시킨 뒤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써 그 죄를 대신 치렀다(代贖-대속)고 기독교는 가르친다. 반면 유교는 자신의 잘못 혹은 죄를 남에게 미루는 것을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한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럿 있겠지만 책임 轉嫁에 능한 자들의 인격은 대개 鄙陋(비루)하다.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남 탓하는 나라는 그 ‘남’ 이상의 허물을 허리춤에 감추고 있기 십상이다.
코로나 감염 추세가 잦아들자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이 코로나 확산 책임이 있다고 서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자국 책임은 하나도 없다는 듯,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轉嫁한다. 오랫동안 품어 왔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코로나를 무기로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속셈이 읽힌다.
남 탓만 해서는 길이 없다. 나를 돌아보는 自省(자성)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북한을 탓하고, 미국을 탓하고, 중국을 탓하기만 하면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疾本(질본-질병관리본부)은 ‘사스’와 ‘메르스’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연구에 몰입했다. 코로나 발생 직전, 코로나 유행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이 코로나 방역의 모범 사례가 된 것은 轉嫁 대신 自省을 선택한 疾本의 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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