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조정근 교수.jpg 

조정근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20073, 우정사업본부 등 한국의 6개 연기금(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지방행정공제회,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은 미국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특수목적 합자회사(SPC)의 유한책임사원으로 뉴욕 맨해튼의 미드타운 아래, 피터 쿠퍼 빌리지(Peter Cooper Village)와 스타이브센트 타운(Stuyvesant Town)에 있는 아파트를 매입했다.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를 위한 임대용 아파트로 총 11232가구 규모다. 한국 6개 연기금은 미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맨해튼에 1523억의 지분투자를 감행했다. 낡은 임대아파트를 리모델링 하고, 이후에 임대료를 올려 증가한 자산가치를 매각하여 수익을 거두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조정근 교수 국제세무칼럼1.jpg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를 위해 지어진 뉴욕 맨해튼 임대아파트.


한국의 연기금들은 미국 뉴욕시에는 임대 수요가 풍부하고, 재개발 수익도 기대할 만한 상황이었다. 특히, 이 투자를 주도한 세계적인 부동산 개발업체 티시먼스파이어와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이미 다수의 성공적인 부동산 개발과 프로젝트 관리 운영의 경험이 풍부한 것도 투자를 이끈 요인 중 하나다.

 

한국 연기금들이 투자하기 전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CalPERS), 플로리다주 연기금, 싱가포르 투자청 (GIC), 캘리포니아주 교직원퇴직연금 (CalSTERS), 캐나다 온타리오주 행정공제회 (OMERS) 등의 지분 참여가 이미 확정됐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국 연기금들 입장에선 안정적인 투자라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었고, 투자심의위원회 통과도 수월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3년만에 한국 6개 연기금은 투자금을 모두 날려먹었다. 우리나라 연기금 투자 역사에서 보기 드문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미국 부동산 투자의사 결정은 규제 임대료를 시장 임대료 수준으로 전환하는 비율에 달렸다. 뉴욕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임대료 금액과 상승률에 제한을 두며, 보통 시장 임대료의 3분의1 수준으로 책정한다. 국내 연기금이 투자한 임대아파트의 경우 11232가구 중 61%가 규제 임대료 적용 대상이었다. 2001년 이후 연간 5.5%의 가구가 규제 임대료에서 시장 임대료로 전환됐는데, 티시먼스파이어와 블랙록은 이 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불법 임차인 강제퇴거와 고급 단지화를 통해 연평균 7.5% 수준의 예상 전환율을 합자회사 지분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노후화된 단지를 전면 개보수함으로써 J-51프로그램(개보수가 이뤄진 주거용 부동산 소유주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고 임대료 수익을 증대를 통해 자산가치를 올려 매각 차익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었다. 국내 연기금 등 합자회사의 자본투입 비용 일부는 세제 혜택으로 조기 회수하고, 상황에 따라 콘도미니엄 방식으로 개별 분양해 투자수익률 향상을 추구하는 전략도 포함돼 있었다.


조정근 교수 국제세무칼럼2.jpg 

한국 6개 연기금은 맨해튼 임대아파트에 1600억원을 들여 지분 투자에 나섰으나 3년만에 전액 손실했다.


하지만, 한국 6개 연기금이 투자를 하기 직전 20071월 임대아파트 단지의 임차인 4명은 약 3000세대를 대표해 티시머스파이어와 블랙록을 상대로 임대료 인상의 부당함의 소송을 제기했다. 임대인이 패소할 경우, 임대아파트의 규제 임대료가 시장 임대료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다, 이미 시장임대료를 적용함으로써 초과로 수령한 임대료 약 2억 달러까지도 승소한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위험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패소에 따른 자산가치 손해로 변제 우선 순위에서 가장 후순위인 합자회사 지분투자자들은 투자원금 중 회수 가능한 금액과 그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200910월 임대인은 항소심에서 패소해 J-51 프로그램에 의한 세금 혜택이 만료되는 2020년까지 규제임대료의 시장임대료 전환이 불가능하게 됐고, 항소심 판결에 따른 투자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한국 6개 연기금은 초유의 투자금 전액 손실을 경험하게 됐다.

 

총 사업비로는 62.9억 달러가 투입됐다. 합자회사의 지분투자 총액은 18.9억 달러로 이 중 한국 6개 연기금의 투자 총액은 1.55억 달러, 지분율은 8.2%였다. 총 사업비 중 부족한 금액 44억 달러는 미국 와코비아은행으로부터 선순위 및 중순위 차입 (借入 )을 통해 이뤄졌다. 당시 한국 연기금 등이 투자한 합자회사의 지분은 투자법인이 해산할 때 변제 우선순위 상 최후순위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한국 연기금의 뉴욕 투자 실패의 가장 이유는 현지 부동산 관련 법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뉴욕주의 임대료 안정법과 이후 확대 개편된 뉴욕주 임대 관련 법(비상임대주택입주자보호법)에 따르면, 규제 임대료를 시장 임대료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2000년에 제정된 임대료 규제법은 J-51프로그램을 통해 세제 혜택을 받은 경우, 임대료 통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 세제 혜택과 시장 임대료로 전환하는 두가지 혜택을 한꺼번에 받을 수 없는데 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위법 규정(가장 최근에 시행된 법안을 포함)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기조가 바뀐 것도 한국 연기금들이 유례 없는 투자 실패를 겪게 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원문 출처>

조선일보 http://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9/2020021903441.html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73944

[모델의 아틀리에 2편] 주정은, 아프리카 말리에서의 안녕①…소녀, 날다 file

슈퍼모델이자 서경대학교 모델연기전공ㆍ예술평생교육원 모델학전공 교수인 주정은, 1994년 여고생 신분으로 SBS슈퍼모델대회에서 (당시 한국슈퍼모델대회) 우승하며 스타로 발돋움, 슈퍼모델 전성기를 연 황금세대의 멤버이다. 찰나의...

준비된 실력으로 언제, 어디서든 취업의 기회를 잡자!-서경대생들에게 알려주는 대기업 취업 성공 필수 조건들 file

지난해 주요 대기업 131개사 가운데 공채 외에 수시채용으로 사원을 뽑는 기업이 72개사로 전체 선발인원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최근들어 기업들의 인력 채용이 공채보다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달리 ...

서경대학교 캠퍼스, SBS ‘런닝맨’ 2월 23일(일) 방영분에 재등장 file

유담관 CLC존, 북악관, 폭풍의 언덕, 초록운동장, 은주2관 등 캠퍼스 곳곳 노출돼 2월 23일(일)에 이어 3월 1일(일)에도 잇따라 방송될 예정 서경대학교 캠퍼스가 SBS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이하 ‘런닝맨’)에 재등장했...

[조정근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조선비즈 국제세무칼럼] 한국 6개 연기금이 맨해튼에서 1600억원 말아먹은 이유 file

조정근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2007년 3월, 우정사업본부 등 한국의 6개 연기금(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지방행정공제회,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은 미국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특수목적 합자회사(SPC)의 유한책임사원으로...

2020대입 추가모집 개시..외대(글로벌캠) 동국대 인하대 등 162개교 9830명 file

27일 오후9시까지 진행 2020대입의 ‘막판 찬스’인 추가모집의 막이 올랐다. 올해 162개교에서 총 9830명을 모집해 전년 165개교 7437명보다 학교수는 줄었지만 인원이 대폭 확대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대...

‘대입 수험서의 밀리언 셀러’인 EBS 메인 교재에 서경대학교 홍보광고 게재 file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수능특강’ 국어 · 수학 · 영어· 사탐 · 과탐 등 5개 영역 7개 과목 교재 표지 이면 및 속지에 실려 EBS 교재와 수능시험 70% 연계 출제해 60만 대입 수험생 EBS 교재 선호도 매우 ...

‘인상 깊게 읽은 책’, 뭐라고 대답해야 해? - 서경대생들의 성공적인 취업준비와 가치있는 대학생활을 위한 ‘추천도서’ file

해마다 취업 준비생들이 늘고 있고 특정 기업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이른바 쏠림현상이 가중됨에 따라 취업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 된 면접 전형이나 자기소개서 작성이 취업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

서경대학교 정문, JTBC 편성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6화 방송장면에 등장 file

서경대학교 정문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했다. 박새로이 역의 박서준이 버스에 타는 오수아 역의 권나라에게 ‘장가’와 자신 사이에서 곤란하게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서경대학교 정문과 정문 ...

다가오는 새 학기, 값진 경험으로 남을 사회봉사활동, 어떤 게 있나 file

긴 겨울의 끝자락인 2월 중순, 한 달 남짓한 개강을 앞두고 서경대학교도 캠퍼스 곳곳에서 건물 내부 도색을 하고 헌 책상이나 비품을 새 것으로 바꾸는 등 새롭게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연례적으...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 漢字, 세상을 말하다] 名師<명사> file

중국 속담은 우리와 결이 다르다. 비유가 실제적이고 직선적이다. 우리는 ‘썩어도 준치’라고 하는데 중국은 ‘낙타는 말라 죽어도 말보다 크다(瘦死的駱駝比馬大)’라고 표현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여럿이 땔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