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법인 '미래에서온 종이협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자비에살몽 루브르박물관
학예장. 그는 문경, 안동, 전주에 머무는 동안 한국전통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지의 세계화 열쇠는 패션과의 콜라보에 있다고 봅니다.”
7일 전북 전주시를 방문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자비에 살몽 학예장(Xavier Salmon)은 한지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무비스트>와 가진 단독 동행취재에서다.
독자의 오해를 피하고자 한 가지 사실을 밝힌다. 살몽 학예장의 답변은 취재기자가 보여준 사진에서 비롯됐다. 학교명을 언급하지 않고 “사진은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과 패션모델들이 한지로 만든 옷으로 공연한 패션쇼이다. 감상을 말해달라”라고만 질문했다.
이 사진을 보자 그간 말 없던 아리안 드 라 샤펠 (Ariane de La Chapelle) 박사마저 “뷰티풀”이라며 영어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 살몽 학예장은 누구?
▲ 무비스트와의 인터뷰 장면. 왼쪽부터 김민중 미래에서온종이협회 이사, 자비에살몽
학예장, 아리안 드 라 샤펠 박사. 그는 한국전통유적중 건축물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살몽 학예장 일행의 방한은 ‘(사)미래에서온종이’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미래에서온종이협회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인 한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보급하면서, 한지를 문화재 복원에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와 걸맞게 살몽 학예장의 공식 방문목적은 문화재 복원에 사용되는 대한민국 한지 생산시설을 확인하는 것이다.
살몽 학예장은 현재 루브르 박물관 총 8개 부서 중에 그래픽 아트 부서의 총 책임자이다. 그는 루브르박물관으로 오기전, 베르사유 궁전에서 17세기 회화와 그래픽 아트 컬렉션을 담당했고, 프랑스 박물관 총감독, 샤토 드 퐁텐 블로 (Château de Fontainebleau)의 문화재 및 컬렉션 소장을 역임했다.
프랑스 북부 렌스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등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지류 전시의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 방한에 동행한 아리안 드 라 샤펠 박사는 현재 루브르 박물관 그래픽 아트 부서 보존 복원 응용연구책임자이자 루브르 박물관 복원실 창립멤버이다. 프랑스 보존 복원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 한지, 제대로 만들면 복원력 뛰어나
▲ 전주의 전통 한지제조공장을 찾은 살몽 학예장 일행. 그래픽아트부서
총책임자라는 위치답게 국내 언론, 전주MBC 등 지역 방송국의 관심도 뜨거웠다.
“문경, 전주 그리고 안동을 방문하면서 한지의 우수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날 루브르박물관 보존·복원 응용연구책임자인 아리안 드 라 샤펠, 미래에서온종이협회의 김민중 이사, 김성중 이사와 함께 전주 한지의 제조과정과 전주 한옥마을 등을 견학했다.
살몽 학예장은 일본 화지가 우리 한지에 비해 질적으로 뛰어나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반대로 한지가 일본 화지와 비교해 우수하다고도 하지 않았다. 동행 내내 신중하고 균형잡힌 답안을 내놓았다.
“한지는 강도 저항성과 유연성 그리고 특유의 성질 등을 갖고 있어 문화재 복원에 사용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동석한 김민중 이사도 “일전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근무하면서 테스트를 한 일이 있습니다. 전통기법으로 제대로 만든 한지의 경우 화지보다 복원력이 높았습니다”라고 거들었다.
복원력이 높을수록 물이 들어왔을 때 축소나 확대 등 크기의 변화가 적다. 한지는 세로로만 뜨는 화지에 비해 가로와 세로 동시에 뜨기에 섬유가 치밀하게 얽힌다. 화지의 경우 물에 젖을 때 세로변형은 없으나 가로로 퍼지는 등 수치 안정성에 한계를 보인다는 김민중 이사의 설명이다.
한지가 문화재 복원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진단한 이유이다.
■ 일본 화지, 세계시장 99.9% 점유…“인맥”
▲ 한지를 만드는 틀과 발 제작장인인 무형문화재 유배근 옹을 찾은 살몽 학예장 일행.
이후 조선 태조의 어진을 봉안한 경기전을 찾았다.
살몽 학예장은 세계화를 언급할 때는 한지라는 단어 대신 ‘아시아 종이’ ‘극동 종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사단법인 미래에서온종이협회에 따르면 극동 종이는 우리나라의 ‘한지’, 중국의 ‘선지’, 일본의 ‘화지’로 나뉜다. 4조원 규모의 문화재 복원에는 99.9% 일본 화지가 사용된다.
“(문화재 복원시) 한지는 현재 몇 %를 사용한다는 말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본 종이를 대다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지와 화지의 격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의외로 단순했다.
“일본 화지의 힘은 40년간 축적된 인맥에서 나옵니다. 수십년간 일본인들은 화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사라져가는 유럽의 종이를 대신할 수 있다고 피력해왔습니다. 또한 관계 개선 및 유지를 위한 소통방식도 훌륭했고요.”
■ 패션이란 언어로 한지 세계화의 길을 열어야
▲ 살몽 학예장이 한지 세계화 열쇠라고 언급한 허브9의 패션쇼 '서경, 한지에 홀리다' 사진.
그와 샤펠 박사는 '뷰티플'이라고 감탄한 뒤 패션이란 언어로 세계에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샬몽 학예장이 총괄하는 그래픽아트 8개부서에는 공연예술부도 있다.
살몽 학예장은 한지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지가 복원시장에서 괄목한 성적을 올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금 보여준 (사진 속의) 학생들이 만든 한지 패션쇼처럼 패션을 살려야 합니다. 한지 패션을 통해서 지금까지 한지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있던 분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가 보여준 사진은 서경대학교의 통합형 패션갈라쇼 ‘HUB 9’(허브9)중 한지 패션쇼 ‘서경대, 한지를 홀리다’의 컷이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전공과 전공의 경계를 허문 창의력이 만나 탄생한 작품이다.
<원문 출처>
무비스트 http://www.movist.com/movist3d/view.asp?type=76&id=atc000000002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