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達人(달인)이 흔하다. 『達人』이란 제목을 단 TV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각 분야에서 나름의 경지를 개척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達人이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이때 達人의 ‘達’은 형용사다. 人을 꾸며 주는 말이 된다.
達人은 예부터 칭송된 개념이다. 첫째, 사리(事理)를 통달한 사람이란 뜻이다. 『춘추(春秋) 좌전(左傳)』에 “성인은 밝은 덕을 지닌 자다. 만일 현세에 없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達人이 나타날 것이다. 그는 지혜롭고 통달한 자다”라고 기록한다. 둘째, 활달하고 도량이 크다는 의미다. 한(漢) 가이(賈誼)는 『붕조부(鵬鳥賦)』에서 “작은 지식은 이기적이다. 남을 낮추고 자기는 귀하게 포장한다. 達人은 대관(大觀)이다. 넓고 크게 본다.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셋째, 신분이 귀한 사람을 가리켰다. 송(宋) 사마광(司馬光)은 『훈검시강(訓儉示康)』에서 “맹희자(孟僖子)는 그 후에 반드시 귀인(達人)이 있을 것임을 알았다”고 표현한다.
달인에겐 이런 뜻만 있는 걸까? 공자(孔子)의 達人은 다르다. 공자는 논어(論語) 옹야(雍也)편에서 “어진 자는 자기를 일으키기 전에 남을 먼저 세우며, 자기가 깨닫기 전에 남을 먼저 깨닫게 한다(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고 말한다. “평생 몸에 지니고 실천해야 할 한마디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자공(子貢)의 질문에 공자는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라고 답한 뒤 곧이어 이 말을 내놨다. 앞 답변이 ‘소극적 삼가 혹은 회피’를 말했다면 이어진 답변은 ‘적극적 도움’을 강조한다. 공자는 達을 형용사 아닌 동사로, 人을 꾸밈받는 말이 아닌 목적어로 썼다.
요즘 세상엔 達人이 넘쳐 난다. 그러나 기술과 능력을 갖춘 達人들은 재승박덕(才勝薄德)이 되기 쉽다. 대통령도 검찰 개혁의 達人을 찾다가 낭패를 보지 않았나. 더 뛰어나다며 다른 達人을 세웠지만 성공은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에겐 일반적인 達人 아닌, ‘공자의 達人’이 필요하다. 자기보다 남을 먼저 세우는 사람 말이다. 정치가 국민을 먼저 세우고, 기업이 직원과 소비자를 먼저 일으켰다면 지금처럼 혼탁한 세상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양인은 고도를 기다리지만, 우린 ‘공자의 達人’을 기다린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원문출처>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679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