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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교수.jpg


이승만 작 <고목가>의 문학사적 연구

 

이복규(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머리말

 

이승만 작 한글 율문 <고목가>의 문학사적 의의는 무엇일까? 오늘 강연의 주제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몇몇 학자가 연구한 적이 있다. 견해 차이가 없는 것도 있고, 대립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이 강연에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하겠지만, 필자가 이번에 새로 발견한 사실들에 더 비중을 두려고 한다. 기존에 밝혀진 사실도 필자의 관점에서 적극 해석하고자 한다.

 

이 강연에서 다룰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승만 작 <고목가>의 내용은 무엇인가?

 

둘째, <고목가>는 신체시인가 아닌가?

 

셋째, <고목가>의 원시(原詩)는 무엇이며, 그 차이는 무엇인가?

 

 

. 이승만 작 <고목가>의 내용은 무엇인가?

 

<고목가>189835일자 협성회회보(10)에 발표된 이승만의 순한글 시다. 그 전문을 원문대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고목가 Song of an Old Tree

 

일 슬프다뎌나무 다늙엇네

 

병들고썩어셔 반만셧네

 

심악ᄒᆞᆫ비바람 이리져리급히쳐

 

몃ᄇᆡᆨ년큰남기 오ᄂᆞᆯ위ᄐᆡ

 

이 원수에ᄯᅡᆺ작ᄉᆡ 밋흘ᄶᅩᆺ네

 

미욱ᄒᆞᆫ뎌ᄉᆡ야ᄶᅩᆺ지마라

 

ᄶᅩᆺ고ᄯᅩᄶᅩᆺ다가 고목이부러지면

 

네쳐ᄌᆞ네몸은 어ᄃᆡ의지

 

삼 버틔셰버퇴셰 뎌고목을

 

ᄲᅮ리만굿박여 반근되면

 

새가지새입히 다시영화붐되면

 

강근이자란후 풍우불외

 

사 쏘하라뎌포수 ᄯᅡᆺ작ᄉᆡ를

 

원수에뎌미물 남글ᄶᅩ아

 

비바람을도아 위망을ᄌᆡ촉ᄒᆞ야

 

너머지게ᄒᆞ니엇지ᄒᆞᆯ고

(니승만)


고목가 1.jpg


이승만 20대 시절.jpg

20대 청년 이승만이 힌성감옥에서 옥중동지들과 찍은 사진


우선 형태부터 살펴보자.

 

신체시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판가름하는 데 형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두 4연이다. 매 연은 4, 매 행은 제 124행은 3음보, 3행만 4음보이다. 글자 수는 124행은 10, 3행만 13자이다. 이 같은 형태는 모든 연이 공유하고 있다. 이 점만 눈여겨 두고 이 작품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이 시는 이승만의 정치의식을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목은 대한제국’, 땃짝새는 친러 관료들’, 비바람은 러시아의 위협’, 포수는 독립협회나 협성회의 개화파 인사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시의 시대배경을 고려할 때 타당한 설명이다.

 

기존의 해석을 염두에 두면서, 이 작품을 한시의 기승전결’ 4단 구조를 따라 분석해 보자. 기승전결 4단 구조에 따라 분석하는 이유는 이승만이 한시 창작에 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체역집(替役集)이라는 한시집도 남긴 인물이므로, 한글시를 지을 때도 한시의 기승전결(起承轉結) 4단 구조가 몸에 배어 작용했으리라 여겨지는바, 해석도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1연을 기(), 2연을 승(), 3연을 전(), 4연을 결()로 보자는 것이다.

 

1연은 슬프다뎌나무 다늙엇네 병들고썩어셔 반만셧네 심악ᄒᆞᆫ비바람 이리져리급히쳐 몃ᄇᆡᆨ년큰남기 오ᄂᆞᆯ위ᄐᆡ라고 하여, 일반이 그렇듯, 주제어인 다늙병들고썩큰남기즉 고목(古木)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묘사함으로써, 시상을 일으키며 시작하고 있다. 이 작품이 고목에 대해 읊을 것이라는 방향 제시다. “몃ᄇᆡᆨ년 큰남기지만 다늙엇병들고썩어셔”, “심악한비바람에 온전하지 못하고 반만서 있는 고목을 보며, “슬프다뎌나무”, “오ᄂᆞᆯ위ᄐᆡ라 하여 동정하는 심정을 드러내었다. “오ᄂᆞᆯ위ᄐᆡ라고 하는 데서는 거의 고목에 감정이입한 듯한 느낌까지 갖게 한다.

 

2연은 원수에ᄯᅡᆺ작ᄉᆡ 밋흘ᄶᅩᆺ네 미욱ᄒᆞᆫ뎌ᄉᆡ야 ᄶᅩᆺ지마라 ᄶᅩᆺ고ᄯᅩᄶᅩᆺ다가 고목이부러지면 네쳐ᄌᆞ네몸은 어ᄃᆡ의지라 하여, 일반이 그렇듯, 1연의 시상을 이어받아, “원수에ᄯᅡᆺ작ᄉᆡ밋흘ᄶᅩᆺ, “ᄯᅩ쫏는 고난이 가중되어 부러질 수도 있는 위기에 빠져든다고 하였다. 나이를 먹어 병들고 썩은 몸이라 비바람 치는 앞에서 명재경각 상태에 있는 고목으로서는 ᄯᅡᆺ작ᄉᆡ의 공격은 명을 재촉하는 결정타일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히 고목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이 중첩되는 인간 실존을 묘파했다고도 할 만하다. ‘설상가상또는 엎친 데 덮치기라는 우리 관용 표현에 해당하는 상황이라 하겠다.

 

3연은 버틔셰버퇴셰 뎌고목을 ᄲᅮ리만굿박여 반근되면 새가지새입히 다시영화붐되면 강근이자란후 풍우불외라 하여, 앞의 두 연과는 다른 이미지로 전환하고 있다. 1, 2연이 고목의 과거와 현재의 형상을, 그것도 다분히 절망적인 상황을 그렸다면, 3연에서는 현실 극복의 의지와 함께 미래의 영화로운 역전을 꿈꾼다. “버틔버틔ᄲᅮ리만 굿박여” “반근(盤根)되면”, “다시” “새가지새입돋는 영화로운 봄되면” “강근이” “풍우불외(風雨不畏)”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노래한다.

 

4연은 쏘하라뎌포수 ᄯᅡᆺ작ᄉᆡ를 원수에뎌미물 남글ᄶᅩ아 비바람을도아 위망을ᄌᆡ촉ᄒᆞ야 너머지게ᄒᆞ니 엇지ᄒᆞᆯ고라 하여, “포수를 끌어들임으로써 3연에서 제시한 희망의 근거를 더욱 강화하며 1, 2연의 시상도 다시 상기하며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고목더러 버틔라고만 요구하지 않고, 적극적인 대안으로 포수더러 남글ᄶᅩ아 비바람을 도아 위망을 ᄌᆡ촉ᄒᆞ야 너머지게ᄒᆞ원수에뎌미물” “ᄯᅡᆺ작ᄉᆡ를” “쏘하라명령함으로써, 앞에서 제기한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전망을 가지게 하였다. 하지만 서정시답게 엇지ᄒᆞᆯ고라 하여, 교술적인 종결로 가지 않고, 사태의 엄중함을 환기만 하며 포수에게 도와달라 호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여 정서적인 감응력을 발한다.

 

이상 분석한 것과 기존의 해석을 종합해, 이 시의 성격을 규정해 보자. 이 시는 고목과 따짝새 간의 관계라는 보조관념으로, 당시 대한제국과 친러시아 세력 간의 긴장 관계라는 원관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승만의 생애와 사상을 살핀 연구에서 밝혀졌듯, 1896212일의 아관파천(俄館播遷)’, 2년 후인 1898310일 만민공동회의 연사로 나가, 러시아의 침략 위협에 대한 강조와 세력철수의 촉구로 귀결되는 내용으로 연설하였고, 이후에도 반러시아운동에 몰두한 것으로 미루어, 이 작품도 이렇게 해석할 만하다. 그렇게 본다면 이승만은 현실참여적인 시작 활동을 하였던 셈이다. 다산 정약용의 많은 사회시에서 보이는 시작 태도와 상통하는 면모라 하겠다.


이승만 임시정부대통령.jpg

중국인 복장으로 위장하고 상하이로 밀항한 이승만 임시정부대통령.


. 이승만 작 <고목가>는 신체시인가?

 

이승만 작 <고목가>는 아직 문학사에 편입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몇몇 연구자들이 이 작품을 최초의 신체시로 보아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 최근 허경진 교수의 주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발표를 준비하면서, 시가 전공자들에게 문자나 전화로 탐문한 결과, 창가이지 신체시는 아니라는 견해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의견을 가진 연구자 가운데 조규익 교수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창가에 대한 조 교수의 논문을 중심으로, 이 작품을 신체시가 아니라 창가로 보는 견해의 한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나서 필자의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1. 신체시가 아니라는 견해

 

<고목가>를 신체시가 아니라 창가로 보자는 견해의 근거는 무엇일까? 필자가 관련 논저를 읽고 연구자들과 문자나 전화로 대화한 결과 확인한 게 있다. 철저하게 자수율로 이 작품의 율격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자수율은 중국의 한시, 일본의 와까, 하이쿠에나 적용할 수 있을 뿐, 우리 시가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우리 시가에는 자수율로 된 정형시가 존재하지 않는다. 향가, 고려가요는 물론, 가장 정형적이라는 시조 역시 한시나 와카, 하이쿠와 비교하면 정형시가 아니다. 한시는 아예 한 행을 이루는 글자 수가 4, 5, 7언으로 고정되어 있어 한 글자도 가감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본의 와카는 57577, 하이쿠는 575자로 규정되어 있어, 허사나 감탄사의 경우만 한두 글자의 출입이 허용될 뿐이다.

 

하지만 우리 시조의 경우, 흔히 “343(4)4, 344(3)4, 3543”를 정형 내지 기준형이라 하여, 음절수로 표시해 왔다. 하지만 평시조 2,759수를 대상으로 서원섭이 통계 처리한 결과, 초장이 이와 일치하는 작품은 전체의 47.0%, 중장이 일치하는 작품은 40.6%, 종장이 일치하는 작품은 21.1%였다. 종장이 모두 일치하는 작품을 확률론의 공식에 맞추어 추정해 보면, 전체의 4.05 정도이다. 실제로는 4.0%를 넘어설 수도 있겠으나, 종장의 일치도인 21.1%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의 한시나 일본의 와카, 하이쿠와는 판연히 다르다. 그러니 글자수를 따져서 율격을 파악하면 안 되는 게 우리 시가이다. 음보율을 적용해야 옳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시가 전공자들은 여전히 음수율로 우리 시가를 분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확인하였다.

 

조규익 교수의 논문도 그런 경우다. 개화기에 존재한 시가장르에, 개화가사, 시조, 신체시, 창가 등이 있었다면서, 개화가사가 내용면으로는 개화의식을 담고 있어 차이가 있으나, 형태상으로는 44조 연속의 전통가사를 답습하고 있다고 하였다. 자수율을 기준으로 개화가사가 전통가사를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평가한 것이다. 창가는 자수율에서 변형이 일어나, 44, 34, 75, 86, 65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유절(有節)의 합가(合歌) 형식, 후렴구가 붙어 있는 작품이 많은 점도 특징으로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조규익 교수는, 개화가사와 창가의 차이를 이렇게 요약하였다. “개화가사=노랫말 위주의 시가”, “창가= 가창을 전제로 지어진 시가”, 이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창가의 기원에 대한 두 가지 견해(재래기원설, 외래기원설) 가운데, 후자를 지지해, 번역 찬송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양자가 같고 다름이 분명한 것은 아니다(184)”라는 말도 하였다. 겹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구사회, 신연우 교수의 경우, 필자와 문자로 주고받은 내용으로 미루어, 조규익 교수와 동일한 생각에서, <고목가>를 창가로 규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조규익 교수의 갈래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개화기에 존재한 시가장르에, 개화가사, 시조, 신체시, 창가 등이 있었다라는 말 자체에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 가사, 시조, 신체시, 창가를 동일한 시가장르로 보고 있는 점이다. 그럴 수 없다. 독립적인 시가 장르로 인정받으려면 형태(율격)상 변별성을 지녀야 한다. 자수율이든 음보율이든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보았을 때, 가사, 시조, 신체시는 율격적인 독자성이 있다. 가사는 4음보 연속체, 시조는 4음보격 3, 신체시는 연끼리는 정형(定形)이면서 연 내부에서는 탈정형(脫定形)이라는 형태상의 뚜렷한 특징이 보인다.

 

하지만 창가는 그렇지 않다. 광의적인 개념인 부르는 노래로서의 창가를 채택할 경우, 어떤 형식이든 노래로 부르면 다 창가이기 때문에, 향가, 시조, 민요 등 불려진 모든 노래의 범칭이 되어 버릴 수 있어 갈래 명칭일 수 없다. 협의적인 개념인 서양악곡에 붙여 부르는 노래로서의 창가를 채택해도 마찬가지다. 어떤 노래든(향가, 시조, 가사) 서양악곡에 붙여 부르기만 하면 창가가 되기 때문이다. 조규익 교수는 창가가 번역찬송가의 영향 아래 생겨난 것으로 보았는바, 동일한 시가로서의 형식적 정형성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한 셈이다. 주지하듯, 찬송가의 곡조는 한 가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제각각이다. 최초의 찬송가인  『찬양가』(1894)만 해도, 4분의 4(1), 4분의 3(2, 3, 12), 2분의 2(4, 5, 13), 2분의 4(6), 2분의 3(10), 4분의 6(11) 등 다양하다. 곡조가 먼저 있고, 거기에 맞추어 가사를 짓거나 번역했기에, 곡조의 다양성만큼이나 가사의 형태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찬송가들을 무리하게 어느 한 곡조의 노래라고 규정할 수 없듯, 그 찬송가 가사도 한 형태라고 규정할 수 없다. 조규익 교수가, “창가는 자수율에서 변형이 일어나, 44, 34, 75, 86, 65 등 다양하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 사실을 증명한다. 43에서 86까지의 진폭을 보이는 노래들을 시조, 가사 같은 정형시의 하나로 대등하게 다룰 수는 없는 일이다.

 

음보율로 접근해도 마찬가지다. 1장 찬송은 4음보, 2장 찬송은 3음보로서 각기 다른 율격으로 부르는 노래인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사도 제 각각의 음수율과 음보율로 되어 있으니, 정형시라고 할 수가 없다. 갈래로 삼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승만의 <고목가>는 창가일까? 같은 자수율을 가진 찬송가가 있기 때문이다. 1897년에 나온 감리교 측의 『찬미가』 79, 80장이 그것이다. 이승만이 다닌 배재학당이 감리교 계통의 학교였으므로 이 찬송가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목가>의 창작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목가>를 신체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부 학자들은 고목가는 창가라고 하는 것일까? 정형률을 지닌 전통시가가 아니면 탈정형적인 신체시라고 보아야 하건만,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하나다. 자수율(음수율)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여기에서 다시 <고목가>의 율격을 살펴보자. “모두 4. 매 연은 4, 매 행은 제 124행은 3음보, 3행만 4음보. 글자 수는 제 124행은 10(334), 3행만 13(3343).”

 

글자수에만 주목하면, 종래의 3자 또는 4자가 한 음보를 이루는 전통시가(시조, 가사, 민요)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새로운 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2. 신체시로 보아야 하는 이유

 

이상 <고목가>를 자수율로 접근할 경우 신체시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음보율로 접근하면 다르다. 3음보 노래에 4음보가 끼어들어, 전통시가의 율격에 변화가 일어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과 연을 비교해 보면 아주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도표화해 보자.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64(334)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64(334)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67(3343)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64(334)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이와 같은 형식 즉 하나의 연 안에서 행별로 음보율이 다른 양상(3음보와 4음보의 섞임)은 종래의 시가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다. 시조와 가사는 오로지 4음보만으로 되어 있다. 가사의 형식을 빌려서 등장한 개화기의 애국독립가에 속하는 작품 중 다수가 44보격의 율격을 취하고 있다는 보고처럼, 1898년 이승만의 <고목가> 이전에 나온 시가 장르 중에서, 동일 연 안에서 음보가 달라지는 경우는 전무하였다. <고목가>에게서 그 견고했던 정형률에 변화가 나타났다. 64조 중심의 음수율에서 67조로 율격의 변주를, 3음보(64) 중심의 음보율에서 4음보(67)로 율격 변주를 일으킨 셈이다. <고목가>에서 보인 실험적인 이 형태는 10년 후인 1908년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에서 다시 보인다.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율격으로 이를 확인하자.

 

--.

 

..., ..., , 쏴아.... 〇〇〇 〇〇〇 〇 〇〇〇 4음보

 

ᄯᅡ린다, 부슨다, 문허바린다.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〇 3음보

 

泰山갓흔 놉흔뫼, 딥턔갓흔 바위돌이나, 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〇〇〇 4음보

 

요것이무어야, 요게무어야,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〇 3음보

 

나의 큰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ᄭᅡ디하면서,〇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 〇〇〇〇〇〇〇4음보

 

ᄯᅡ린다, 부슨다, 문허바린다, 〇〇〇 〇〇〇 〇〇〇〇〇 3음보

 

..., ..., , 튜르릉, . 〇〇〇 〇〇〇 〇 〇〇〇 〇 4음보

 

.

 

..., ..., , 쏴아....

 

내게는, 아모것, 두려움업서,

 

陸上에서, 아모런, 힘과을 부리던라도,

 

내압헤와서는 ᄭᅩᆷᄯᅣᆨ못하고,

 

아모리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디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압헤는,

 

..., ..., , 튜르릉, .

 

(이하 3456연 생략. 한 글자 정도의 출입만 있을 뿐 동일한 형태의 반복임)

 

 

***35: 누구누구누구냐 너의亦是 내게는 굽히도다 4음보

 

45: 부리면서, 나혼댜 거룩하다 하난4음보

 

55: 뎍은是非 뎍은쌈 온갓모든 더러운것업도다. 4음보

 

65: 才弄텨럼, 엽게 나의품에 와서안김이로다. 4음보

 

이 작품의 율격은 무엇인가? 음보로 보아, 4343434 4음보와 3음보가 공존하는 시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1행을 비롯하여 음보를 얼른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자유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7개의 행이 반복되고 비슷한 말이 되풀이, 한 행을 이루는 글자 수의 배열이 일정하다. 한 연만 보면 자유시이고, 여섯 연을 서로 견주어보면 아주 특이한 정형시다. 이 시를 신체시로 규정하는 것이 관례인바, 그렇게 본다면, 이승만의 <고목가>도 신체시로 보아야 하며, 최초의 신체시라고 해야 옳다. 다만,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연도 늘어나고, 음보율의 변화가 더 많아졌다. 제목이 <고목가>라 하여, 여전히 노래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한 것도, 이후의 신체시의 제목과 비교하여, 초기 신체시로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해에게서 소년에게>와의 차이를 더 들어보면, 국한문혼용체가 아니라 순한글 표기라는 점, 계몽적인 게 아니라 사회풍자 또는 사회참여적이라는 점이다.


우남 이승만.jpg

. 이승만 작 <고목가>의 원시(原詩)는 무엇이며, 차이는 무엇인가?

 

1. <고목가>의 원시(原詩) <탁목(啄木)>

 

뎨국신문1908108일자에 이승만의 논설이 실려 있다. 그 말미에서 <고목가>의 원시(原詩) 관련 언급을 하였다.

 

고인이 시를 지어 말ᄒᆞ기를, ᄶᅩ고 ᄶᅩ는 ᄯᆡᄶᅡᆼ새야 다 썩은 고목을 ᄶᅩ고 ᄶᅩ지 마라 일죠에 풍우가 이르러 그 나무가 쓰러지면 너희가 어듸셔 깃들려고 하나뇨 ᄒᆞ엿스니 짐승을 빗ᄃᆡ어 ᄒᆞᆫ 말로 죡히 ᄉᆞ람을 가라치더라.

 

이 기록으로, <고목가>의 원천으로 작용한 고인의 작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들 있었다. 하지만 실제 작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필자가 이 강연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한문학 연구자들에게 수소문한 결과『시경』을 뒤져보라는 조언들이 있어 샅샅이 뒤졌으나 일치시킬 만한 작품은 없었다. 한국고전번역원 사이트에 들어가 딱따구리’, ‘탁목으로 검색해 여러 작품을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포기 상태에 있을 무렵, 정민 교수가 규장각에서 이른 시기에 복사해 이용하고 있는 시라며 산운 이양운의 <탁목(啄木)>을 보내주었다. 의심할 필요 없이 <고목가>의 원시였다. 제재는 물론 핵심 화소, 주제까지 일치하였다.

 

이양연(조선후기),

<啄木(탁목)>

 

啄木休啄木 딱따구리야 나무를 쪼지 말아라

 

古木餘半腹 고목 속이 반 넘게 텅 비었구나.

 

風雨寧不憂 비바람 까짓것 걱정 없지만

 

木摧無汝屋 나무가 부러지면 네 집도 없지.

 

이 한시가 <고목가>의 원천인 것은 몇 가지로 증명할 수 있다. 첫째, 제재가 딱따구리이다. 다만 원시에서는 탁목(啄木)’이라 하고, <고목가>에서는 우리말 ᄯᅡᆺ작새라 표현하였다. 둘째, 원시를 해체하여 활용하였다. “啄木休啄木은 제2원수에 ᄯᅡᆺ작새 밋흘 ᄶᅩᆺ네 미욱한 뎌 새야 ᄶᅩᆺ지 마라, “古木餘半腹슬프다 뎌나무 다늙엇네, “風雨寧不憂버틔셰 버틔셰 뎌고목을 ᄲᅮ릴만 굿박여 반근되면 새가지 새입히 다시영화 봄되면 강근이 자란 후 풍우불외, “木摧無汝屋ᄶᅩᆺ고 ᄯᅩ ᄶᅩᆺ다가 고목이 부러지면 네 쳐자 네몸은 어ᄃᆡ의지와 대응된다. 셋째, 주제도 같다. 늙고 병든 고목을 쪼는 딱따구리에 대한 경고다. 고목이 쓰러지면 네 둥지도 사라지니 나무 쪼는 행동을 중지하라는 권고다. 다만 한글시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여, 새 가지와 잎이 나오는 봄이 될 때까지 뿌리를 강건하게 하여 버틸 것, 포수더러 딱따구리를 쏘라고 하기가 그것이다. 원시의 발상을 이어받아 더욱 확대 심화하였다 하겠다.

 

이양연(1771~1853)은 조선후기 사람으로, 그간 서산대사의 작품으로 알려진 <야설(夜雪)>의 진짜 작가로 밝혀진 인물이다. 사대부 신분이면서도 지방 관장의 수탈 때문에 백성이 살기 어렵게 된 사정을 구체적인 내용을 갖추어 흥미롭게 표현한 <해계고(蟹鷄苦)>라는 시로 문학사에서 다뤄지고 있다.

 

계원담총을 보면, 이양연의 <해계고>는 구한말의 대유(大儒) 면우 곽종석도 애송하였다고 하는바, 이승만이 <탁목>의 영향으로 <고목가>를 창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이라 하겠다.

 

2. <탁목(啄木)><고목가>의 차이와 의의

 

이양연의 원시 <탁목>과 이승만의 <고목가>의 차이는 무엇이며 그 의의는 무엇일까?

 

첫째, 갈래의 차이다. 원시는 한시이나 <고목가>는 국문시다. 과거시험 준비를 하던 우남이므로 한시에도 능하지만 한시를 소재로 국문시로 창작한 점은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깊다. 한문문학자이면서 국문문학 작품도 남긴 분들 또는 한문문학자이면서도 그 어려움과 한계를 토로했던 분들의 기록이 보인다. 향가 <보현시원가>를 지은 균여가 그런 경우다. 이미 한문(漢譯文偈頌)으로 불교의 깨달음을 나타내고들 있었으나, “세속적인 말에 기탁하지 않고서는 크고 넓은 인연을 나타낼 수 없다. 이제 쉽사리 알 수 있는 가까운 일에 의거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먼 뜻을 깨치도록 하려고, 열 가지 큰 소원을 말한 글에 따라서 열한 수의 거친 노래를 짓는다.”라고 하였다. 한역 화엄경 제40권의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이라 해서, 보현보살이 10가지 긴요한 행실을 소원으로 한다고 말한 대목을, 한문산문과 게송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말 시가인 향가(사뇌가)로 창작했다는 발언이다. 세종대왕도 마찬가지다. 한문에 능통한 인물이었으나, 주지하듯 훈민정음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우리나라의 말소리가 중국과 달라서 한문 글자 가지고는 서로 잘 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식한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펼 수 없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二十八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마다 쉬 익히게 하여 날로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그대로 적으면 글이 되는 문자를 만들어야 무식한 백성도 깨쳐 상하가 소통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창제한 게 훈민정음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조선중기의 퇴계 이황이 <도산십이곡발>에서, 한시를 놔두고, 12편의 시조를 새로 창작해 서당의 학동들에게 가르친 까닭도 이것임을 밝히고 있다. 가장 강조하는 것이 소통이다. 한시는 읊을 수는 있지만 노래할 수 없고 춤출 수도 없지만, 우리말 노래인 시조는 노래는 물론 춤도 출 수 있어, 마음을 씻을 뿐만 아니라, “서로 통하게된다고 하였다. 한시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말 문학인 시조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소중한 발언이다. 교산 허균의 증언, 다산 정약용의 <조선시선언>도 우리말 문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웅변으로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우남의 <고목가>도 이런 문맥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문문학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 한계를 깨달아, 자신의 생각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 소통하며 공감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한글과 한글시란 매체를 활용한 것이라 하겠다.

 

물론 이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우남이 한글에 대해 일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바, 이미 선행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 그 성과에 따르면, 개화기에 이승만은 한국어와 국문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1894년에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하자 세상이 크게 바뀐 것을 깨닫고, 배재학당에 입학한 이승만은, 영어 공부와 함께, 한문에서 벗어나 국문을 배우고 써야겠다는 깨달음도 가졌다. 정확한 판단이라 하겠다.

 

이승만은 매일신문논설에서 국문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편의상 번호를 매겼다.

 

(1) 본ᄃᆡ 국문은 우리나라 세종대왕ᄭᆡ옵셔 지으샤 국민남녀의 편리히 쓰기를 쥬쟝ᄒᆞ심이니 후셰를 기리 ᄉᆡᆼ각ᄒᆞ신 션왕의 유ᄐᆡᆨ이 진실노 무궁ᄒᆞ신지라. ᄇᆡᆨ셩이 되어 셩은을 사모ᄒᆞᄂᆞᆫ 도리로만 말ᄒᆞ여도 이 글을 공경ᄒᆞ야 쓰는 것시 맛당ᄒᆞ거늘 하믈며 이ᄀᆞᆺ치 편리ᄒᆞᆫ 거슬 지금것 폐ᅙᆞ엿던 모양이니 엇지 ᄋᆡ석지 안으리오.

 

(2) 이는 다름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ᄅᆞᆷ이 ᄌᆞᄅᆡ로 헛되고 괴리한 거슬 슝샹ᄒᆞ야 실상을 일삼지 아니ᄒᆞ며 ᄒᆞᆼ샹 싀긔ᄒᆞᄂᆞᆫ 마음이 잇셔 내가 아ᄂᆞᆫ 것은 ᄂᆞᆷ을 모르게 ᄒᆞ려ᄂᆞᆫ ᄭᆞᄃᆞᆰ에 셩경현젼을 이런 쉬운 글로 번역ᄒᆞ야 무식ᄒᆞᆫ ᄇᆡᆨ셩들을 삽시간에 알아듯게 ᄒᆞᆯ ᄉᆡᆼ각들은 아니ᄒᆞ고 뎌갓치 어려운 한문을 공부ᄒᆞ야 십여 년을 죵사ᄒᆞᆫ 후에야 비러서 문리를 ᄭᆡ다르면 큰 션ᄇᆡ라고도 칭ᄒᆞ며 학ᄌᆞ라고도 칭ᄒᆞ나 실샹인즉 셩인의 말씀을 궁리치 아니ᄒᆞ고 한문만 공부ᄒᆞ니 경셔를 닑ᄂᆞᆫ 선ᄇᆡ들도 셩인의 본의는 다 이러ᄇᆞ린지라 만일 그러치 아니ᄒᆞ야 사셔삼경을 국문으로 국문으로 번역하야 널리 가라첫스면 국듕남녀귀텬이 함ᄭᅦ 교화에 저저 모두 공자님의 뎨자가 되엇슬 터이니 오늘날 유교가 이갓치 쇠ᄒᆞ지는 아니ᄒᆞ엿슬지라

 

(3) 세게에 새로 발명ᄒᆞᆫ 학문으로 말ᄒᆞᆯ지라도 나라가 개명ᄒᆞ다 칭ᄒᆞ는 것슨 다만 글 닑는 사람 몃 천 명 몃 만 명으로만 인연ᄒᆞ야 ᄒᆞ는 말이 아니라 뎐국에 남녀소소와 샹하귀쳔을 통계ᄒᆞ야 비교ᄒᆞᆫ 년후에 혹 문명국이라 반개화국이라 야만국이라 칭ᄒᆞ는 법이기로 뎍국갓흔 나라에셔ᄂᆞᆫ 남녀간 오륙셰 된 아해가 학교에 다니지 아니ᄒᆞ면 순경이 잡아다가 억지로 학교에 너코 그 부모를 벌씌우ᄂᆞᆫ 법이 잇스니 이런 법이 다 그 나라를 문명케 하려 ᄒᆞᆷ이라

 

(4) 지금 우리나라에 관민이 이갓치 어두우며 이 어두운 것을 열게 ᄒᆞ쟈면 교육이 아니고는 ᄒᆞᆯ 슈 업슬 터인즉 만일 한문으로 교육ᄒᆞ려다가는 지금븟터 시작ᄒᆞ야 부즈런히 공부들을 ᄒᆞᆫ다 해도 신문이나 ᄎᆡᆨ 볼 만치 공부ᄒᆞ쟈면 그즁에 재주 유무를 다 통계ᄒᆞ고 말하면 소불허 십년은 ᄒᆞ여야 될 터이니 십년을 글만 공부ᄒᆞ야 가지고 학문을 새로 배호기와 불과 몃 시 동에 언문을 ᄭᅢ쳐 가지고 만 권 서ᄎᆡᆨ을 못 볼 거시 업시 즉시 학문을 배호기에 더디고 속ᄒᆞᆷ이 엇지 비교ᄒᆞ리오. 국문은 진실로 세계에 드문 글이라. 이 글을 썻스면 글씨 못 쓰고 ᄎᆡᆨ 못 보ᄂᆞᆫ 사람은 나라에 몃시 되지 안을지라.

 

(5) 근쟈에 쳥국에 유명한 선비들이 말ᄒᆞ기를 한문이 과히 어려워서 이 어두운 백성들을 ᄭᅢ우치자면 이 글 가지고는 할 슈 업다고 하야 새로 서양글자와 우리나라 국문을 참쟉작ᄒᆞ야 구차로이 글을 만들어 갓고 국즁에 통용ᄒᆞ기를 원ᄒᆞᄂᆞᆫ 사람이 여러하니 그 사람들은 한문이 자기나라 글이로되 그 폐단을 생각ᄒᆞ고 이런 의논을 청론ᄒᆞ거ᄂᆞᆯ 함을며 국문은 우리나라 글일뿐더러 이갓치 쓰고 보기에 쉽고 편한지라 엇지 소흘이 여기리오.

 

(6) 우리가 항샹 부러워하던 거슨 외국사람들이 길에 혹 타고 가던지 거러ᄀᆞᆯ ᄯᅢ라도 ᄎᆡᆨ이나 신문을 보며 다니고 진고개 일본 사람의 가가를 지나가며 보면 남녀간에 노방에 안자 신문을 가지고 보며 자기나라 시셰와 외국 형편을 서로 의논하야 혹 나라 일을 걱정도 ᄒᆞ며 남의 나라를 논란도 ᄒᆞ거ᄂᆞᆯ 우리나라 사람들은 길레 가며 전후좌우를 도라보아도 모두 일업시 늘어 안자스되 글자 쓴 종이 죠각 두고 보는 사람은 업고 고담ᄎᆡᆨ이나 볼 ᄯᅡ름이니 지금은 그만ᄒᆞ야도 길에 지나가며 보쟈면 슌검막과 가로상 젼방에셔 신문을 보ᄂᆞᆫ 쟈가 만아서 이젼에는 쳥국이 무슨 나라인지 모르고 대국이라면 비로셔 셰상에 뎨일 부강ᄒᆞᆫ 나라로만 여기던 사람들이 지금은 신문지를 들고 안자 말ᄒᆞ기를 쳥국이 말못되엇스며 우리나라에 ᄆᆡ우 위급한 ᄯᅢ라고들 의논ᄒᆞ는 ᄇᆡᆨ셩이 잇스니 이는 다행이 대한에 국문이 잇는 ᄭᅡᄃᆞᆰ이라

 

(7) 이런 요긴한 글을 실시하야 써셔 우ᄆᆡᆼ이라도 ᄀᆡ명한 학문을 배화 뎐국이 어셔 문명에 나아가기를 우리는 간졀히 위하노라.

 

이를 보면, 이승만은 국문이야말로 나라가 문명해질 수 있는 근본이라는 생각이 확고했다. 소수 지식인끼리만 소통하는 한문 대신 국민 모두가 익혀 사용할 수 있는 한글로 지식의 민주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문명국이 된다고 보았다. 이승만이 <고목가>를 순한글로 재창작한 것은 친러파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저들을 향해 경고하는 한편, 나라가 위태로운 정황이라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알게 하기 위해서라고 보인다. 한시로 쓸 경우, 일부 지식인만 알아볼 수 있을 터이므로, 국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소신대로, 한글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임으로써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둘째, 분량의 차이다. 5언절구 총 20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한시를 바탕으로 4연의 한글시 <고목가>를 창작했다. 212자이다. 한시에 비해 10배 분량으로 늘어난 셈이다. 물론 한문의 응축성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 점을 고려한다 해도, 적어도 3배 정도는 풍부해진 것이다. 앞에서 두 작품의 유사성에 대해 몇 가지 말했으나, 내용 면에서 차이도 많다. 현저하게 다른 점 중의 하나가, 현실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고목더러(또는 고목을) 버티자고 한 말이 그렇고, 포수더러 딱따구리를 쏘라고 한 대목이 그것이다. 원전에는 전혀 없던 요소다. 신문 창간의 주역으로 참여했다든가, 만민공동회의 연사로 나가 연설하는 데서 보이는 우남의 실천적인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면모라 하겠다.

 

. 맺음말

 

이상에서 서술한 바를 요약하면서 앞으로의 과제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승만이 지은 한글작품 <고목가>(1898)가 최초의 신체시라는 것을 논증하였다. 신체시가 아니라는 견해는 음수율을 중시한 것인바 중국 한시나 일본 정형시에나 어울리는 접근이다. 우리 시는 음보율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보았을 때 <고목가>는 명백히 최초의 신체시다. 연 안에서는 음보율의 변형을, 연과 연끼리는 정형성을 유지하고 있어, 전통시와 자유시의 과도적 형태인 신체시가 분명하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보다 10년 앞서 나온 작품이다. 이 견해가 맞다면, 한국문학사에 편입해야 한다.

 

둘째, 이 작품의 원천 작품이 무엇인지 확인하였다. 이양연(1771-1853)<탁목(啄木)>이란 한시가 그것이다. 5언절구 총 20자 한시로, 4연 총 172자 한글시로 재창작하였다. 한문 지식 위에 한글, 영어, 기독교 경험(찬송가), 자주독립과 민중계몽 의식이 어우러져 빚어진 결정체인 셈이다.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몸담고 있는 사회현실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그 해결책까지 모색하되,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글을 매체로 삼아, 감응력 있는 시가로 표현하였다.

 

<고목가>3연까지 명사형으로 종결하고 있다. 이는 우리 시가에서는 보기 어려운 사례이다. 일본의 와카와 하이쿠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며, 일본의 산문에서 현재도 확인되는 면모라고 하는바, 과연 일본의 영향인지, 아니면 다른 영향인지 비교문학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원문출처>

뉴데일리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19/08/26/20190826001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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