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승로 성북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성북구의 교육 비전과 진행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관내 대학과 지역 역사 문화자원을 적극 활용해 특화된 미래 교육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60)은 올 5월 어린이날 직후 예고 없이 지역구 관내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어린이날 개방한 구청을 찾은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구청장 아저씨, 우리 학교 와 주세요’라고 쓴 쪽지를 보자마자 일정 몇 개를 취소하고 달려간 것.
이 구청장에게 학생들은 교육을 통한 자치구 성장의 비전을 세우는데 있어서 중요한 존재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고민이 요즘 크다. 결국은 교육이 지역의 생활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떠나간 사람들을 되돌아오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학생들을 보면서 교육 환경이 왜 중요한지를 실감하고 있는 동시에 한계도 느낀다는 이 구청장이다. 그래서 겉만 번지르르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보다 지역이 갖고 있는 교육 인프라와 경험 요소를 얼마만큼 잘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학부모, 교육청과의 생각 차이를 줄여가는 것도 그가 할 일이다. 다음은 지난달 24일 만난 이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교육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차원에서 보면 성북구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성북구의 교육 비전은 무엇인가.
“전국 지자체에서 가장 많은 대학(8개)이 자치구 내에 있다. 유능한 교수와 청년이 많고, 그들로부터 파생된 공동체가 있다. 41개 대사관저도 있다.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역사 문화 자원과 거주 문화 예술인 또한 많다. 결국 다른 자치구에 비해서 평생 폭넓은 학습과 문화 활동을 하기에 아주 용이한 조건을 갖고 있다. 성북동의 역사문화자원을 연계한 초등학교 3학년 교과 연계 ‘우리동네 보물찾기’, 성북구의 예술인과 연계한 자유학기제 지원 ‘예술과 어울림’ 프로그램 등은 자치구의 특수한 교육 여건과 잘 결합시킨 좋은 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 사다리가 돼서 학생들이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길게 보고 가야할 문제다.
“지역의 장점이 많기 때문에 급하다고 내 아이디어를 무작정 내고 관철시키는 것보다 갖춰진 것들을 유지하고 보수하면서 하나하나 전진해가는 게 낫다고 본다. 내가 석관동에 사는데 윗집, 아랫집 모두 이사를 가더라. ‘다시 올 거예요’라고 부모들이 말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주거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 교육, 학군 문제 때문에 떠나는 것이…. 이런 부분들이 오히려 일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대학이 많다는 건 큰 장점이다. 대학은 콘텐츠의 보고(寶庫) 아닌가.
“내 공약이 이랬다. 보통 신촌에서, 강남에서 만나자고들 하는데 ‘성북에서 만나자’를 캐치프레이즈로 했다. 이 안에는 이곳의 청년 인재와 교육, 문화가 시너지를 발휘해 서울의 발전을 주도하자는 취지도 있다. 관내에 있는 고려대에서 ‘캠퍼스타운’ 사업을 전국 처음으로 시도했다. 도시재생모델로 시동을 걸어보는 건데, 재학생과 졸업생 창의 인재가 성북구를 떠나지 않고 여기에 기반을 갖추면서 지역 교육에 기여하는 인프라로 활용해보는 것이다. 고려대는 일자리 창출, 한성대는 문화예술, 서경대는 미디어 분야 등 학교별로 잘하는 콘텐츠들이 있다. 이것들을 성북구 교육의 동력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하나 챙겨보고 있다. 이미 고려대, 국민대, 동덕여대 등과는 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진로 등에 관해 다양한 멘토링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게끔 하는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로 문을 열었는데 대학들이 영어, 과학, 뮤지컬, 창의 체험 등 다양한 학력 신장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시민과 마을을 교육 공동체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성북구가 진행하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의 핵심 아닌가.
“행정이 모든 교육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지역 주민 전체가 함께 해줘야 한다. 학생들의 배움을 지원하고 평생 학습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학교-마을 교육 공동체의 구축이 그래서 필요하다. 혁신교육사업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 같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총 16개 사업이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이 7개, 아동청소년들의 배움과 쉼 놀이를 위한 마을활동사업이 5개 등이다. 16개 사업별로 민·학·관으로 구성된 사업 추진단을 만들어 사업 계획부터 실행, 평가까지 철저하게 협의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평생 교육의 발판을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나.
“주민 공동체 복원을 통해서 평생 학습의 토대를 마련한 변화를 실감한다. 성북구에서는 연간 150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마을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한 리더, 활동가, 마을교사 대상 프로그램도 있다. 소규모 마을 배움터 28개에서는 주민 학습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39개소의 소규모 교육 인프라에서 자유롭게 독서, 학습, 토론,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주민 수요를 계속 반영해서 마을 공동체 평생 학습의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려 한다.”
인근 자치구나 지방과의 교육 프로그램 교류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주변 동북 3구(도봉, 노원, 강북)의 구청장들과는 협의체가 구성돼 있어서 교육 차원에서도 교류할 생각이 있다. 교육이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면 서로에게 상생의 계기가 될 것이다. 뜻이 맞는 구청장들과 힘을 모아 교육을 통한 변화와 성장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
2013년 성북구는 대한민국 처음으로 유니세프인증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이에 대한 책임감도 클텐데…
“대한민국 아동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청소년 사망원인도 자살이 1위라고 한다. 늘 학교 폭력과 범죄에 노출돼 있는 게 청소년이고 학생이다. 이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성북구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놀권리추진단’을 구성해 청소년전용놀이터 3개소를 조성했고, 놀이큐레이터 17명을 양성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아동·청소년협의체가 있는데 매년 스스로 청소년축제를 기획하고 평가하게 만들었다. 중·고등학교 동아리에도 활동 예산을 지원한다. 전국 최초의 아동 전용 보건소가 있는 것도 성북구다. 방과 후 활동 지원과 돌봄 체계 구축에도 더 많은 공을 들일 예정이다."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716/964925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