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여! 고개를 들어라, 인문대 반란 <5>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편 - 웹툰제작사 ‘투유 드림’ 작가 소유진 양
조회 수 7595 추천 수 0 2019.06.19 13:19:06인문학의 사전적 정의는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인문대는 취직이 안 된다.”, “인문학을 전공해서 어디에 쓸 수 있나?”라는 말을 한두 번 쯤은 들었을 것이다.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도 “내가 이 학문을 공부해 과연 취직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이런 의문들을 방증이라도 하듯, 입학자원의 감소라는 대학가의 당면문제 앞에 인문대학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인문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는가 하면, 일부 대학에서는 인문대학을 아예 없애버리기도 했다. 우리 대학도 인문학에 기반하여 다양한 학문을 배우는 인문과학대학이 있지만, 입시생 수 감소라는 현안에 직면에 인문대학의 입학 정원이 200명 안팎으로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인문과학대학의 튼실함과 향후 전도는 다른 대학과 다르다. 인문과학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국제비즈니스어학부, 문화콘텐츠학과, 아동학과는 인간 본질의 정수를 탐구하는 인문학의 토대 위에 실용성과 특성화의 가치를 함께 담아 사회가 필요로 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문학의 탐구와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훌륭한 인재들을 사회로 배출하며 그 입지를 탄탄히 다져나가고 있다. 만약 “인문대는 취직이 안 된다.”, “인문학을 전공해서 어디에 쓸 수 있나?”라는 말에 아직도 공감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후 소개할 서경대 인문과학대학을 졸업한 선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는 인문학적 소양의 바탕 위에서 새로운 학문 수요에 맞춰 학제적 교육을 실시하고 산학협동을 통한 이론과 실무의 조화를 통해 디지털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광고, 영화, 에니메이션, 마케팅, 방송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문화콘텐츠학과 16학번 소유진 양과 이야기를 나눴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콘텐츠학과 16학번 철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4학년 ‘소유진’입니다. 현재 웹툰 제작사 ‘투유드림’ 산하의 스튜디오, ‘스토리 클라우드’ 소속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투유드림로고
투유드림 사원증과 사진을 찍은 소유진 양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네.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첫째로 제 개인 작품을 개발하는 ‘원천 스토리’를 창작하고 있어요. 지금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 입상을 목표로 스토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원천 스토리 개발이라, 정말 힘드실 것 같아요.
오로지 저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세상을 글로 옮겨놓는 작업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에너지 소비가 큰 편이에요. 어떻게 풀어야 더 재밌을지 생각하느라 이동할 때도, 샤워할 때도, 자기 전에도 자꾸 멍해지게 되고요. 심지어는 꿈속에서 제가 만든 캐릭터들과 만난 적도 있어요. 또, 이야기라는 것이 결말을 모르고 봐야 재밌는데 저는 다 알고 보니까 객관적으로 글을 보게 되어 “재미가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까지 하게 돼서 힘들기도 하고요. 어떤 씬을 넣고 뺄지, 어떻게 더 심플하게 전할지, 어떤 대사가 좋을지 고민하느라 하루가 모자랄 지경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인 만큼 풀어나가는 자체에서 스스로 기쁘기도 하고, 완성됐을 때 보람이 큰 편이에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인 적은 없지만 저의 글을 피드백해 주시는 작가님과 대표님께 좋은 피드백이 오면 더 힘이 나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상을 현실로 옮긴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나는 과정이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 아까 3가지 일을 한다고 하셨는데 나머지 두 가지 일은 무엇인가요?
둘째로는 저희 스튜디오 대표님이신 ‘이세운 작가님’의 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이세운 작가님이 작업하시는 다음 웹툰의 <여의주>, 네이버 웹툰의 <극야>, 카카오 페이지의 <샤크> 등의 연재를 돕고 있습니다. 서경대 구독자 여러분 많이 많이 봐 주세요.
- 저도 이 웹툰 팬이에요!! 그렇다면 마지막 세 번째 업무는 무엇인가요?
다른 한 가지는 본사인 투유드림의 기획사업부 업무를 하고 있어요. 주로 본사에서 웹툰으로 개발할 웹 소설이나 웹툰, 영화 등으로 개발될 스토리에 대해 점검하고 피드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본사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기획부터 운영까지 참여하며 원활한 행사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한 만족도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앞으로 평생 이 길을 걸어가야 겠다고 생각할 만큼 이 일에 만족해요. 저는 아직 작가로 갈 길이 아주 멀고, 험하고, 한참 남았어요. 그 길을 얼마 가보지도 않고 평생직업으로 삼아야 겠다고 하는 게 경솔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그 험난한 길을 한참을 간 후에는 아마 “최소한 이 길을 이만큼 걸어왔는데 끝까지 가봐야지.”하고 생각하지 포기는 안 할 것 같아요. 저는 이 직업이라면 그 험난한 길을 다 감수해야 겠다고 생각할 만큼 이 일들을 사랑한다는 말이예요. 마음을 전하느라 되게 장황해졌는데 그 이유는 다른 거는 없어요. 저는 이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신나요. 머릿속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로봇이 나와서 싸우고,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것 만큼 익스트림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 어떻게 지금 일을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다른 부분은 다 안 읽어도 이 부분만은 읽어주면 좋겠어요. 저는 학교 다니면서 목표를 ‘꿈을 찾는 것’에 뒀어요. 꿈을 이루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내가 평생 돈을 벌면서도 행복할까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간접적으로라도 다 도전해 본 것 같아요. 기자도 하고 싶어서 홍보실에서 학생기자도 해보고, 마케팅 쪽도 해보고 싶어서 공모전도 나가보고, 마케팅 관련 단체도 들어가고, PD도 하고 싶어서 생방송도 제작해봤고요. 스토리 관련해서 수업도 다양하게 듣고 싶은데 학과에 수업이 없어서 학생들 의견을 모아서 학생회장이었을 때 교수님들께 건의도 했었어요.
이처럼 다양하게 노력하다 보니까 내가 뭐를 할 때 제일 재밌어하고, 뭐를 제일 잘 하는지를 명백하게 알 수 있더라고요. 이 후에 꿈을 정하고 나서는 주변에 계속 말하고 다녔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 열심히 했고요. 그랬더니 실력도 늘고, 주변에서 기회가 있으면 계속 저를 찾아주셔서 기회가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최대한 그 기회들을 다 잡으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큰 기회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확실히 쉽지는 않았지만 저는 감히 어려웠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취업할 때 저희 과 교수님들께서 엄청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그분들이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셨는데 제가 감히 어려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취업을 3학년 2학기가 끝나기 한 달 전에 했는데, 동기들 중에 제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대로 된 이력서 한 장 없고, 시나리오도 수정 한 번 안 한 초고뿐이었어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하는데 저는 수중에 그것밖에 없었던 거죠. 당장 2주 후에 모두 제출하고 면접까지 봐야 하는데 그것뿐이었어요. 그 2주가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노력한 때였어요. 진짜 운 좋게 그 기간에 학교 비전캠프가 껴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에서 이력서 쓰고, 피드백 받아서 이력서를 완성했어요. 그리고 아침 7시에 자고 9시에 수업 가면서 글 쓰고 수정했어요. 스토리 수업해 주시는 김의준 교수님께서는 새벽 3시 아침 7시에도 글을 보내면 피드백을 해주셨어요. 저희 과 모든 교수님들께서 그때 다 양해해 주시고 도와주셨어요. 제자가 꿈을 위해 도전하는데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하시면서요. 진짜 엄청 감사했죠.
- 일을 하실 때 학교에서 얻었던 수많은 경험이나 배움이 도움이 되셨을 거라 짐작이 됩니다. 문화콘텐츠학과 커리큘럼이나 학과의 특성 중에서 일을 하실 때 가장 도움이 되었다 하는 강의나 과목이 있을까요?
위에서 말했듯이 저는 다 도전해보고 꿈을 찾은 거니까 모두 다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래도 가장 도움이 된 건 당연히 스토리 커리큘럼이었어요. 스토리와 캐릭터 관련 이론을 듣고 트리트먼트, 시나리오 관련 실습수업을 진행하는 체계였어요. 일단 이론 수업에서 흥미와 재능을 찾았고, 실습을 하면서 “아, 이거다.”했던 거 같아요. 수업을 듣자마자 느낀 게 아니라 정신 차려보니 이미 스며들어 있었어요. 당연히 기술적으로 위 수업들이 필연적으로 도움이 됐는데, 저는 복수 전공이었던 철학도 동등하게 중요했어요. 철학은 인간의 전반과 어떻게 살아야 할지 토론하고 제시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학문이었어요. 근데 작가도 주는 방식만 다르지 다루는 내용이 같더라고요. 좋은 영화, 좋은 글, 좋은 스토리를 보면 항상 철학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들었던 철학 수업 모든 것이 다 도움이 됐어요.
- 가장 도움이 되셨던 강의에 대해 궁금합니다.
저는 일하는 데에는 당연히 스토리와 캐릭터 관련 수업이 가장 컸어요. 처음에 잘 된 영화를 가지고 분석을 하는데 플롯과 스토리 구조를 배워요. 플롯이 영화에 몇 개 있고,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나고를 분석해요. 그리고 어떤 캐릭터들이 이 플롯을 진행했고, 캐릭터 유형은 뭐가 있고 이런 거를 배워요. 스토리 용어도 배우고요. 이론은 기본이고 글 쓸 때 팁 같은 것도 배워요. 교수님이 항상 이 이론을 달달 외우고 잊어버리라고 하거든요. 자연스럽게 사칙연산처럼 쓸 수 있게 하라고 하셨어요. 배운 기간이 짧아 어렵기는 했지만 정말 그렇게 했더니 창작할 때, 글이 막힐 때 엄청 도움이 되더라고요.
- 철학을 복수전공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인문학이 현재 하시는 일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뗄 수 없을 만큼 도움이 되었어요. 작가는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철학이 창의력을 기르는 데는 지름길인 것 같아요. 철학 수업으로 여러 사고에 닿을 수 있었다면 스토리 수업으로 사고의 틀을 스토리에 맞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철학 수업 중에 반성택 교수님의 <문화와 철학>을 들었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면 그 문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신념으로 삼으면서 글을 쓰려고 해요. 전 인간은 모두 철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진국 대학들을 보면 철학 수업이 의무인 곳이 많아요. 저는 대학에 오기 전까지 철학에 비관적이었어요. 어떻게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것을 3개월 공부해서 시험을 보냐고 투덜거리면서요. 근데 배워보니까 다르더라고요. 철학은 인간을 생각하게 해줘요. 물론 처음 배우는 몇 년은 아무 것도 몰랐지만, 저는 철학을 배우면서 터닝 포인트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 전공과목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시는 모습이 정말 멋지신데요,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신가요?
가장 근본적인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게 작가의 일이잖아요. 근데 이 일에는 정답이 없어요. “재미있다”라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른데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느껴지게 해야 하니까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쓴 글을 제출하고 나서도 아 이게 더 재밌었을까 저게 더 재밌었을까 계속 생각나고, 낮밤 없이, 장소 상관없이 하는 고뇌가 가장 힘든 부분이에요.
- 문화콘텐츠학과가 사실 대중적인 학과는 아니잖아요.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만의 자랑이라던지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과는 열심히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게 커리큘럼이 되어 있다는 것이 자랑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최소한 꿈을 찾고 열심히만 하면 길이 열려 있어요. 커리큘럼이 체계적이어서 마케팅, 광고, 크리에이터, 스토리,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배워볼 수 있어요. 또 그 분야 전문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셔서 공모전도 준비하게 하고, 시나리오도 봐주시고, 여러 단체에 학생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시니까 기회가 넘쳐나죠. 특히 저는 학생 때 방미영 교수님이 이끄시는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엄청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포천시에 생기는 디자인 빌리지에 의견도 내보고, 성북구 축제도 기획하고, 무엇보다도 한국직업방송에서 진행하는 <생방송 취업이 보인다_청년 기획단이 간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저는 이 단체를 통해서 제 꿈을 이뤄줄 사람들을 엄청 많이 만났어요. 수업뿐만 아니라 학과 단체를 통해서도 이렇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 좋은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학교 다닐 때 홍보실 학생기자로 일하면서 제가 기획했던 기사를 후배가 이어하면서 제가 또 인터뷰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니 감회가 남다르네요. 뭔가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져서 말이 길었는데, 마지막으로 꼭 하나 말하라면 아직 학교를 재학 중인 여러분은 꼭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취업을 하고 나면 많은 도전에 브레이크가 걸려요. 저는 하고 싶은 100가지 중에 10가지도 못 했어요. 너무 꿈을 위해서만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당시로 돌아간다면 저는 나를 위한 여행도 더 가고, 나를 위해서도 선택을 조금 더 많이 했을 거 같아요. 후회는 정말 없지만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이 기사를 보시는 분들은 그런 아쉬움이 남지 않게 자기 자신을 위한 도전도 많이 하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홍보실=고유진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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