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일부터 이틀간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은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 51개국 국가의 원수를 한데 모았다. 아프리카 국가는 모두 54개다. ‘94%의 아프리카’를 중국 대륙으로 옮긴 셈이다. 대단한 위세다. 고도(古都) 베이징의 거리는 아프리카 국기로 덮였다. 중국 주석 시진핑(习近平)은 개회사에서 ‘중-아프리카 운명공동체(中非命运共同体)’론을 제시했다. ‘공동체’란 한 몸이란 얘기다. 여기에 ‘운명’까지 붙었다. 이처럼 강력하게 결속을 천명하는 말이 또 있을까?
우리 말에 동고동락(同苦同樂)이란 말이 있다. 식구, 동지 혹은 공동체를 설명할 때 쓴다. 중국 관영 신화(新华)통신은 휴척여공(休戚與共)이란 표현을 썼다.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한다는 말이다. 중국인들은 이 밖에도 동감공고(同甘共苦), 공비동경(共悲同慶), 풍우동주(風雨同舟) 같은 용어로 공동체를 표현한다. 시 주석은 하나 더 붙였다. 이익상융(利益相融)이다. 실익도 함께 하겠다는 얘기다. 훨씬 실제적인 용어다. 구체적으로는 ‘6대 협력’을 제시했다. ▶책임을 함께 지고 ▶함께 승리하며 ▶행복을 함께 누리고 ▶문화를 같이 일으키고 ▶안전을 함께 쌓으며 ▶화목하게 어울려 살자는 게 내용이다. 이를 위해 ‘8대 행동지침’도 선언했다. ▶산업촉진 ▶통신설치 ▶무역공조 ▶녹색발전 ▶에너지 건설 ▶건강위생 ▶인문교류 ▶평화안전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 6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带一路)를 통해서는 서남 아시아와 동유럽, 중동을 품고 운명공동체로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놀라운 식탐(食貪)이다.천리만리 떨어진 나라들끼리도 공동체를 얘기하는데, 한데 붙은 남북이, 그것도 혈연으로 이어진 한 민족이 70년 넘게 삼엄한 분열을 유지하고 있는 건 다시 없는 비극이다. 남북 정상이 다섯 달 만에 세 번째로 마주 앉았다. 합의안 이행도 중요하지만 최종 목표는 공동체 회복이어야 한다. 그래야 한(韓)민족이 산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원문 출처 >
중앙 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005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