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공공인적자원학과 법학전공 이준복 교수
아픈 과거인 2001년, 미국의 9.11테러를 기점으로 테러는 양적·질적으로 다양해지고,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폭탄 테러 3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을 포함하여 아프간 카불에서 구급차 이용 자폭테러, 파키스탄 퀘타에서 교회 대상 자폭테러, 이집트 시나이반도 알아베드 이슬람사원 총격 및 폭탄테러, 미국 맨해튼에서 차량 돌진테러 등 크고 작은 테러가 국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정보원의 테러사건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총 33,808건의 테러가 발생했고, 이 수치는 연평균 약3,073회 꼴로 테러가 발생했음을 뜻한다. 연도별로 테러발생 건수가 증가하다가 2014년부터 다소 감소하고 있으나, 일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은 테러에 대한 사후해결 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테러는 우리 사회에 수차례 노출되고 있는 반면에, 그 정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확실한 것이 없다. 다만, 지금까지 논의되어 오고 있는 사항들의 대강을 검토해보면, “테러리즘이란 주권국가 혹은 특정 단체가 정치, 사회, 종교, 민족주의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의 사용 혹은 폭력의 사용에 대한 협박으로 광범위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특정 개인, 단체, 공동체 사회, 그리고 정부의 인식변화와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는 상징적, 심리적 폭력행위의 총칭이다.”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의의 테러 정의 규정은 자칫, 테러 대책기구들의 재량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범죄의 판단기준을 자의적·임의적으로 왜곡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꾸준히 검토하고 보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테러라는 용어는 프랑스 혁명 당시 공화파가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왕권 복귀를 꾀하던 왕건파를 무자비하게 처형했던 공포정치(Reign of terror) 에서 유래하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줄리어스 시저의 암살 또한 테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듯 테러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예상치 못한 방법이나 목적으로 인해 재산적 또는 인명 피해가 회복불가능일 수 있다. 따라서 테러를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근거법인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으로 약칭함.)이 우여곡절 끝에 2016년 3월 3일부터 제정·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동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현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세 개의 법안 중 하나는 테러방지법을 폐지하자는 법률안이다. 이에 여기에서는 현재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안을 중심으로 검토해보되, 폐지 법률안이 갖는 그 의미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즉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령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와 충분히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므로 폐지 법률안 검토는 곧 현행법령에 대한 분석일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현행 테러방지법이 향후 나아가야 될 방향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뒤따라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테러와 테러리즘은 유사어휘 내지는 용어로 사용되나, 심리학적으로는 양자를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테러와 테러리즘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통칭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테러 내지는 테러리즘에 관한 국제적 개념정의는 현재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독일형법(Strafgesetzbuch) 제129a조에서는 결사의 목적 또는 활동이 모살, 고살, 집단살육, 인도에 대한 범죄 혹은 전쟁범죄 등을 목적으로 단체를 결성하고, 이러한 단체에 구성원으로 참가한 자에 대하여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테러리스트 결사의 결성죄(Bildung terroristischer Vereinigungen)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본조는 테러리즘의 본질적인 구성요소 가운데 실행자의 ‘정치적인 동기’에 관하여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목적 또는 활동이 모살, 고살, 집단살육, 인도에 대한 범죄, 전쟁범죄, 공갈적 유괴, 인질을 삼는 행위 등을 목적으로 단체를 결성하고, 이러한 단체에 대하여 구성원으로 참여한 자를 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연방내무부(Bundesministerium des Innern)가 매년 발행하는 헌법옹호보고(Verfassungsschutzbericht)에 따르면, ‘테러리즘’이란 제3자의 생명·재산 등에 대한 공격을 뜻하는데, 특히 독일형법 제129a조가 규정하고 있는 모살, 고살, 집단살육 등의 중범죄 행위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계속적인 저항, 마찰로 정리되어 있으며, 행위자의 정치적 동기가 핵심적인 사항으로 포함되어 있다.
한편,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테러행위를 “정치적 또는 사회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부, 민간인 또는 그 일부에 대하여 위협을 가하거나 억압할 의도로 인간 또는 재산에 대하여 비합법적인 형태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① 테러활동은 비합법적이며 무력행사를 수반하며, ② 테러행위는 위협을 가하거나 억압할 의도가 있어야 하며, ③ 테러행위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3가지 요소가 포함되어야 비로소 테러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는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통일적인 것은 아니다. 선례로 국제연합 등의 국제회의에서도 테러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어 그 정의를 규정해보려 하였지만, 각국이나 조직의 입장에 따라서 견해의 차이가 있어 테러에 관한 일치된 정의 규정은 아직까지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 차원에서 보면 테러의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적용범위나 요건을 둘러싸고 자의적 해석이나 남용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러를 “국제 테러조직 또는 반국가단체가 정치․이념․종교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국가와 국민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견해 등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테러에 관한 법령으로 과거 국가대테러활동지침(1982년 대통령훈령 제47호)이 있었고, 현재는 테러방지법 제2조(정의) 제1호가 적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테러방지법은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및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6년 3월에 제정·시행되었으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법안에 대한 논란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반영이라도 하듯, 테러방지 관련 법률안은 제16대, 제17대, 제18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으나, 찬반 입장이 대립되는 등의 사유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었고, 지난 제19대 국회에서 비로소 의결되어 시행중에 있다. 특히, 제16대 국회에서는 2001년 정부안이 제출되었고, 제17대 국회에서 2005년 공성진의원안과 조성태의원안, 2006년에 정형근의원안이 각각 발의되었으며, 제18대 국회에서는 2008년 공성진의원안, 2009년 송영선의원안이 각각 발의되었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그 이후 제19대 국회에서는 2013년 송영근의원안, 2015년 이병석의원안과 이노근의원안, 2016년 이철우의원안 등 총 3건의 법안이 발의되었는데, 국정원 권한 강화 및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으나 2016년 2월 23일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따라 심사기간이 지정된 후 동조 제2항에 따라 본회의에 직권상정 후 약 192시간의 필리버스터 및 본회의 수정안(주호영의원안)발의, 여당 단독 표결의 과정을 거쳐 2016년 3월 2일 의결되어 시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 정리한 테러방지법 제정의 경과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회 구성원인 여야의 합의를 원만하게 이끌어 내어 제정·시행된 법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기록적인 무제한 토론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고 눈과 귀를 꽁꽁 막은 그 당시 집권당의 행태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래에서는 앞서 언급한 테러방지법의 제정을 위한 추진 경과과정을 표로 정리했다.
<테러방지법 제정 추진 경과과정>
테러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정치·종교·사상적 목적을 위하여 폭력적 수단으로 민간인이나 비무장의 개인, 단체, 국가를 상대사망 혹은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이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혹은 어떤 행동을 중단하게끔 강요하는 행위이다. 테러리즘은 정치·이념·종교적인 목적달성을 위하여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폭력적인 행동 또는 그것을 활용하여 정치적인 목적에 이르려는 사상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테러가 국가안보 및 공중의 안전성을 해하는 범죄라고 볼 때,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이를 규제하고 사전에 차단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국가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국가의 실정법체계에서 가장 상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헌법이므로 국가의 모든 실정법은 이에 명확한 근거 내지는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즉 테러방지법이 테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헌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테러방지법 자체에 위헌적 요소가 있음을 자인(自認)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한 헌법은 국가존립의 근거와 헌법상 기본원리를 명시하고 있는 한 나라의 최상위 법규범이란 점에서 테러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기본권에 심히 중대한 침해를 가져오거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이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테러는 반국가적 행위임과 동시에 국민의 생명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를 위협한다.
우리 헌법에는 직·간접적으로 테러와 관련성이 있는 많은 규정들이 존재한다. 우선, 헌법 전문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이란 표현을 통해 국가의 의무인 국민의 안전을 언급하고 있고,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의 신성한 의무로 국가의 안전보장을, 헌법 제10조에서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책무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제한의 근거로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율함으로써 국가의 안전보장을 적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60조 제1항의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에 대한 국회동의권, 제66조 제2항의 대통령의 책무로서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 제69조 대통령의 취임선서에 있는 ‘국가의 보위’, 제72조의 대통령의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 등 중요정책에 관한 국민투표 부의권, 제76조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제77조의 비상계엄권, 제91조의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자문을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테러에 대하여 ‘2007년 전시증원연습 등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헌법 전문 및 제1장 총강에 나타난 ‘평화’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우리 헌법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며 항구적인 세계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야 함을 이념 내지 목적으로 삼고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이 전쟁과 테러 등 무력행위로부터 자유로운 평화 속에서 생활을 영위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책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라고 판시함으로써 테러방지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헌법적 이념으로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미합중국 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 등 위헌확인 결정에서 테러와 관련하여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그 입장을 표명한 바도 있다. 국가는 헌법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전쟁, 테러 등 외부의 침략적 행위에 대응해야 함과 동시에 사회질서의 유지와 공공복리를 도모해야만 하는 의무를 갖는다. 이는 헌법 제10조가 명시하는 것처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와 행복추구권을 갖고, 국민의 불가침적인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규정을 고려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지금까지 테러방지를 도모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공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테러방지법의 의미와 그 헌법적 근거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테러방지법 제1조인 목적조항이 의미하듯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필요성에 의해 근거법령이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국제적인 상황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테러가 발생한 전례는 드물다. 그러나 1%의 테러발생의 가능성이 있다면 테러방지법은 존재의 이유 및 가치를 갖으며, 아시아 국가에서의 테러발생 빈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다음 호에서는 테러방지와 관련하여 주요국의 법·제도적 현황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테러방지를 위해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여러 문헌에서 소개된 주요국의 법제도에 대한 고찰을 기본으로 하되, 최근 의미하는 바가 큰 판례에 대한 분석도 병행한다. 국제적으로 테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법·제도적인 마련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분석과정을 통해 현행 테러방지법령의 위헌가능성을 따져보고, 위헌의 소지가 있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개선책 제시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원문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