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전규열의 나도 한다! 스타트업(1)
서경대 경영학부에서 벤처창업과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은퇴 후 아무 걱정 없는 편안한 노후생활은 이제 옛말이 됐다. 아무리 노후설계를 잘해도 남은 40년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인 시대가 된 것이다. 평소 자신의 취미나 오랫동안 익혀온 전문성을 살려 창업으로 연결해 성공한 우리 주변 이웃의 창업 성공 이야기가 100세 시대에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희망의 나침반이 됐으면 한다. <편집자>
우리 사회는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로 100세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젠 인생 2막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은퇴 후 아무 걱정 없는 편안한 노후생활은 이제 옛말이 됐다. 아무리 노후설계를 잘해도 남은 40년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인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40∼50대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과연 나도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두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변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고 30년 이상을 장수하는 솔개의 일생을 통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40세에 고난의 수행 들어가는 솔개
붉은 솔개.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다. 최고 70년까지 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렇게 장수하려면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한다. [사진 위키백과(Arturo de Frias Marques)]
솔개는 장수하는 조류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최고 70년까지 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렇게 장수하려면 40세가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한다고 한다.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약 반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러운 갱생과정을 거쳐 다시 사냥할 수 있도록 변신하는 것이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산 정상 부근으로 높이 올라가 그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러운 수행을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한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이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그리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이렇게 약 반년을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다.
모든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변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야 30년을 더 살 수 있는 솔개처럼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변신해야 할까.
우선 40~50대의 장점은 특정 분야에서 10~20년 쌓은 경험이다. 특히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현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살려 ICT(정보통신기술) 업종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 열풍이 40~50대에서 거세지고 있는 것도 희망적이다.
지난 5월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ICT(정보통신기술) 업종에서 40대 창업자 비중은 2013년 45.6%에서 지난해 49.1%로, 50대 이상은 26.9%에서 32.3%로 확대됐다. 40대 이상 창업기업 숫자도 4년 만에 70% 늘어난 1만8850개에 달했다.
B2B 정육 중개업체 미트박스 서영직(좌), 김기봉(우), 공동대표.
성공한 대표적인 창업기업으로 ‘더 웨이브톡’의 김영덕 대표가 꼽힌다. 이 회사가 만드는 센스는 수돗물과 음료수의 공정과정에서 박테리아를 감지해 식중독이나 각종 감염을 막는다. 여러 기업과 이미 납품계약을 맺어 내년 수백억 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 대기업 출신 김기봉 씨와 게임업체 출신 서영직 씨가 2014년 공동 창업한 식료품 배송 스타트업 ‘미트박스’도 올해 매출이 지난해 3배 수준인 2500억 원대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럼 창업은 과연 쉬운 것일까. 12세에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인 아이디어랩을 창업한 빌 그로스는 ‘TED 2015’에서 스타트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5가지를 꼽았다. 아이디어, 팀의 실행력, 비즈니스모델, 자금조달, 타이밍이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자금보다 중요한 타이밍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었다. 두 번째가 팀의 실행력이고, 아이디어는 3번째였다. 비즈니스모델 없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자금조달도 처음엔 어려워도 점차 인정받으면 쉬어지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음의 성공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엔비’에 대해 초기엔 많은 투자자가 “누구도 외부인에게 자신의 집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타이밍이다. 장기불황 속에서 사람들이 돈에 목 말라하는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점이 외부인에게 자신의 집을 빌려주기 싫다는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 비즈니스모델, 실행력을 뛰어 넘어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비즈니스모델과 실행력, 타이밍이 완벽했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인 우버 또한 마찬가지다. 비즈니스모델과 실행력도 있었지만 타이밍이 완벽했다. 추가적인 수입이 필요한 운전자에게 예약 서비스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유튜브도 사실 서비스를 시작할 때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실제 서비스가 실행될지 불투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50%를 넘은 시점에 출범해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결국 스타트업 성공은 실행력,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당신이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을 소비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 타이밍에 대해 객관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너무 늦거나 너무 빠르거나 소비자의 타이밍과 맞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jky9618@hanmail.net
< 원문 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2934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