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지금까지 줄곧, 인간은 하늘 위에 떠 있는 둥근 명월(名月)을 올려다 보며 살아 왔다.달만 보면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언젠가는 달 나라로 날아오르는 환상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이제, 환상은 현실이 됐다. 1969년 7월21일, 인류는 마침내 달에 올랐다.당시의 우주 영웅들과 함께 당시의 놀랍고도 가슴 떨리는 순간을 우리 함께 되새겨 보자”
[출처: 이매진 차이나]
중국 어문 교과서 7학년 상권 <2001년 전국중소학교재심정(审定)위원회 심의 필. 인민교육출판사 편> 제 19과에 나오는 『달 위에 남긴 발자취(月亮上的足迹)』의 전문(前文)이다. 2000년 상하이인민출판사가 펴낸 『20세기 과학발현(发现) 종횡담/ 저자 주창차오(朱长超)』의 요약본이기도 하다.
헌데 요약본 치고는 분량이 상당하다. 무려 7쪽에 걸쳐 미국의 달 탐사 과정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암스트롱의 미 의회 연설 내용까지 요약해 덧붙였다. 타국, 특히 미국의 업적을 이처럼 세세하게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출처: 셔터스톡]
이유가 뭘까? 그만큼 우주 탐험, 항공 및 우주 산업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얘기 아닐까.
인류가 달에 가고 싶은 환상이 이미 현실이 됐듯 항공우주 강국 미국을 따라 잡고 싶은 중국인들의 꿈도 점차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선저우(神舟)와 창어(嫦娥) 시리즈로 이어지는 우주 개척은 눈부실 정도다. 이미 유인 우주선도 성공한 상태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리바이(李白) 공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달을 사랑했던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꿈을 현실로 만들자는 의미다.
5월 21일에도 시창(西昌)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长征) 4호 로켓에 ‘췌차오(鹊桥 오작교)’ 통신 위선을 탑재해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췌차오는 세계 최초로 지구와 달 사이의 L2 궤도에 안착했다. 앞으로 달의 배면에 착륙해 탐측 활동을 전개할 창어 4호를 위한 통신 중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중국 시창(西昌) 위성 발사 센터 [출처: 이매진 차이나]
《중국 달탐험 공정》의 총설계사인 우웨이런(吴伟仁) 중국 공정원(工程院) 원사(院士)는 “달의 한쪽 면은 언제나 지구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창어 4호가 달 뒷면에 착륙해 탐사 및 발굴 업무를 진행할 때 달 자체가 통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췌차오는 지구와 창어 4호 간의 교신을 위한 중간 징검다리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우주 전문가들은 “췌차오의 L2궤도 진입 성공은 중국의 우주탐사 기술이 이미 미국의 발 밑에까지 바짝 다가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우주 강국으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중국 전문가들의 평가인 만큼 희망 섞인 전망일 공산이 크지만, 중국의 우주항공 기술이 미국을 위협할 만한 수준으로 급속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민간 차원의 약진이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로켓을 만드는 것,이것이 바로 내가 내 모든 힘을 다 기울여 이룩하고 싶은 일이다.”
5월 17일 오전 7시33분. 자신이 개발한 상업용 로켓 '충칭의 별(重庆两江之星, OS-X)'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뒤 수창(舒畅)이 담담하게 밝힌 포부다. 수창은 민간 로켓개발업체 링이쿵젠(零一空间)의 창립자이자 CEO다.
링이쿵젠이 개발한 상업용 로켓[출처:시나닷컴]
수창의 롤 모델은 팰컨 9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미국의 일론 머스크다. 민간 로켓시장 대세는 여전히 미국이다. 전 세계의 로켓개발사는 약 1700여 개. 이 가운데 45%가 미국 땅에 있다. 모건스탤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20년 내에 우주항공산업은 수 조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연 벤처 캐피털도 항공우주산업으로 몰리고 있다. 투자예측 전문분석기관인 『브라이스 스페이스 앤 테크놀로지』는 최근 펴낸 보고서를 통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79억 달러가 우주항공산업에 투입됐다”고 전하고 “자본이 집중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우주항공 분야의 창업이 활발하다”고 진단했다.
투자 전문가인 딜런 테일러는 “우주산업의 상업화는 저비용 로켓의 제작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진단하고 “머스크는 물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 버진 항공사 CEO 리차드 브랜슨 등이 저비용 로켓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링이쿵젠(零一空间) CEO 수장 [출처: 량장신취관왕]
링이쿵젠 창립자 수창은 미국의 약진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그는 “중국에서도 로켓 산업은 민간영역으로 내려 앉은 지 이미 오래”라며, “앞으로 미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저비용 로켓이 중화인들이 손에서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창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첫째 요인은 철저한 준비다. 수창은 베이징(北京)항공대학 졸업 후 베이징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다섯 차례나 창업을 경험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레노버(联想) 지주회사에 입사했다. 입사 이유는 경험 축적이다.
“회사의 모든 전략과 운영, 시장개척과 인맥형성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익히는데 레노보는 매우 유익한 조직”이라고 수창은 회고했다. 2015년 회장 비서라는 중임을 버리고 그는 다시 창업했다. 대학시절부터의 꿈인 ‘개척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는 개척의 영역을 우주에서 찾았다.
링이쿵젠이 개발한 상업용 로켓 [출처: 뉴화왕]
그러나 수창 본인의 노력 못지 않은 요인이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 없었다면 수창은 물론 제2, 제3의 수창이 꼬리를 물고 창업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2014년 11월 중국 국무원은 『중점영역 혁신을 위한 투·융자 지원에 대한 지도 의견』이란 공문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국가가 혁신 산업으로 선정한 영역에서 창업을 할 경우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얘기다. 이 때부터 우주 관련 중소형 기업들이 앞다퉈 설립됐다.
덕분에 수창은 2015년 8월 링이쿵젠을 창업할 수 있었다. ‘운반용 로켓 및 기타 항공기기 연구개발 및 생산’이란 사업명이 명기된, 중국 최초의 영업 허가서를 발급 받았다. 베이징란젠(北京蓝箭) 공간과학기술유한공사 등 탁월한 항공관련 회사들이 대거 창업된 것도 이 즈음이다.
[출처: 텅쉰]
2016년 5월, 중국은 또 하나의 항공산업 지원정책을 내놨다. ‘10대 중점지원 사업’을 선정하고 항공우주산업을 이 가운데 최우선 항목으로 지목했다. 민간 항공산업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 해 9월 우리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파가이웨이’(发改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후베이(湖北) 우한(武汉)에 국가항공산업기지를 설립했고, 10월에는 중국 창정로켓 유한공사(中国长征火箭有限公司)를 출범시켰다. 12월27일에는 국방과학공업국과 중국항공국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앞으로 민간이 추진하는 각종 항공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자본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항공우주 산업을 위한 꽃밭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출처: 셔터스톡]
뿐만 아니다. 중국은 2022년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조키로 결정했다. 우주로 부단하게 물건을 실어 나를 일이 생긴 것이다. 만일 로켓 발사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면 정부 발주를 끊임없이 받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한다면 할 수 있고, 또 한다. 정부 외에 반대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야당이나 민간 단체가 발목을 잡는 일도 없다. 일을 추진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조건이다.
미국을 넘어서는 우주 강국의 꿈은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내세운 중국몽(中国梦)의 핵심 내용으로 부상했다. 중국이 우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우리 우주항공 과학자들이 언제까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원문 출처>
차이나랩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ina_lab&logNo=221302220604#